구 사장 경영 입지 확립, 동생은 거액 현금 확보
사실상 증여세 없는 편법 경영 승계 논란 숙제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쿠쿠전자의 화려한 주식시장 데뷔와 함께 2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본학 사장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진출하면서 지분 구조 개편에 성공, 최대주주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며 2세 경영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미묘한 경쟁관계에 놓였던 동생 구본진씨는 지분을 내놓은 대신 거액을 손에 넣으면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상황이 전개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쿠쿠전자의 상장을 두고 공개한 기업이미지 제고와 자금조달에 목적 뿐 아니라 일각에서는 증여세 없는 2세 경영 승계, 즉 ‘편법승계’를 지적하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일감몰아주기로 성장시킨 회사를 2세들에게 지분을 승계하고 이 과정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등 편법 승계 논란이 계속돼 왔던 만큼 이번 상장을 곱게만 보기 힘든 상황이다.

1978년 범LG가문의 구자신 회장이 금성사의 밥솥 사업 부문을 인수해 성광전자를 설립, 이후 16년이 지난 1998년 밥솥에 ‘쿠쿠’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며 지금의 ‘쿠쿠전자’로 이어지고 있다. 구본학 사장은 2006년 아버지 구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 2세 경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전기밥솥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쿠쿠전자가 지난 6월 27일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쿠쿠전자가 상장된 지난 6일 첫날 상한가로 직행하며 단숨에 시가총액 100위원 진입하는 등 말그대로 ‘대박’을 쳤다.

상장 첫날 쿠쿠전자는 공모가 10만4천원에서 73.1% 뛴 18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하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20만7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첫날 종가는 공모가 대비 99% 급등한 수준이었다.

이후 쿠쿠전자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흥행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주당 2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액면가 주당 500원, 공모가 10만4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흥행이다.

덕분에 쿠쿠전자 최대주주 구본학 사장(33.1% 지분)은 7천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수확은 구 사장의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 목적이 쿠쿠전자가 밝힌 자금확보 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이미 업계 1위로 튼튼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5000억원대 매출과 2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구본학 사장 중심으로의 2세경영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이라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상장 후 동생 구본진씨는 지분을 내놓으면서 기존 29.36%에서 14.35%로 감소했다. 반면 구 사장은 33.1%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서 입지를 견고히 할 수 있게됐다. 아버지 구 회장의 지분은 9.32%로 사실상 2세 경영 승계를 마무리 했다고 볼 수 있다.

쿠쿠전자의 상장은 100% 구주매출 방식으로 이뤄졌다. 상장을 통해 회사가 신규로 확보하는 자금은 전혀 없는 대신 지분을 내놓은 주주에게만 자금일 돌아가는 방식이다. 이에 동생 구본진씨는 147만504주를 내놓으면서 1529억원을 받게 됐다. 쿠쿠전자가 자사주를 내놓은 대가로 가져간 금액은 47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상장 주식 60%가 구본진시에게서 나온 셈으로 이를 바탕으로 구 사장의 지분 비중을 높일 수 있게된 것이다.

자칫 충돌을 빚을 수 있는 형제간의 지분 비율도 이번 상장을 통해 정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큰 아들에게는 경영권을 쥐어주고, 둘째 아들에게는 현금을 넘겨주면서 ‘형제의 난’ 없는 경영승계를 마무리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쿠쿠전자가 2세 승계를 위해 벌여왔던 정지작업에서 ‘꼼수’와 ‘편법’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상장을 통한 경영 승계 마무리 작업을 ‘모범적인 성공’사례라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세금 한푼 내지 않은 가업승계라는 점에서 여전히 편법승계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쿠 회장은 지난 2006년 12월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 경영권을 모두 구 사장에게 넘기면서 경영승계 포문을 열었다.

대신 구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쿠쿠홈시스와 쿠쿠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2001년 27.09%에서 이듬해 35.01%, 2008년에는 44.86%로 끌어올렸다. 당시 쿠쿠전자 최대주주였던 쿠쿠홈시스는 구본학 대표가 53%, 동생 구본진씨가 47%를소유한 상태였다. 쿠쿠홈시스는 당시 쿠쿠전자의 2대주주인 쿠쿠산업의 최대주주였다.

문제는 쿠쿠홈시스가 쿠쿠전자와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의혹을 사왔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 간의 내부거래 비중은 90%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일감 몰아주기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잉여금으로 쿠쿠전자 지분을 사들여 2세들의 지분을 늘려줬다는 것이다.

이후 2012년 12월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가 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구 사장은 33.10%지분으로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구본진씨도 29.36%로 2대주주에 올랐다. 사실상 구 사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된 것이지만 증여세는 한푼도 나가지 않았다.

배당잔치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쿠쿠전자는 지난 2012년 73억6,000만원을 배당했는데 이는 당기순이익 231억원의 30% 규모였다. 2011년 55억원 배당은 당기순이익 118억원의 절반에 달했다. 지난해도 당기순이익 512억원에 92억1,233만원을 배당했다.

쿠쿠홈시스 역시 두 아들에게 지난 2000년 32억원으로 시작해 매년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까지 고배당을 실시했다. 합병을 앞둔 2011년에는 자본금의 1,100%, 당기순이익의 70.1%에 달하는 220억원을 배당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시민단체에서는 “자회사 설립부터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성장, 합병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며 “전형적인 오너일가 배불리기”라고 비판했다.

우여곡절 끝에 2세 경영을 굳힌 구본학 사장. 이번 상장과 관련해서 기업이미지 제고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조달에 목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신시장 개척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구 사장이 편법·꼼수 경영 승계라는 꼬리표라는 악재 속에 상장 대박을 발판으로 향후 어떠한 경영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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