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첫 고졸 출신 임원, ‘세탁기박사’ 경력 세탁기파손 사태로 오명

▲ 조성진 LG전자 HA사업부문 사장(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국내 최대 라이벌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다툼이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부문 사장이 그어느때 보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고졸출신 대기업 CEO로 신화로까지 불렸던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국내 대표기업의 CEO로서 라이벌 업체의 제품을 고의로 파손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근 삼성전자가 서울중앙지검에 LG전자의 조성진 사장 등을 수사의뢰하면서 양사간 다툼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양판점 자툰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 및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발생한 삼성세탁기 크리스탈 블루 손괴 사건과 관련해 조 사장을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조 사장을 포함한 LG전자 임직원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은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됐다.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기간 중 자사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조성진 사장이 고의로 파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삼성전자와 매장측과 함께 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 중 한 명이 세탁기를 파손시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고 그 사람이 바로 조 사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세탁기 파손 사건을 두고 LG전자 측이 별다를 사과 없이 “고의성이 없는 경쟁사 제품 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해명하면서 삼성전자를 자극하게 됐다.

결국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던 세탁기 파손 사건은 양사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거짓해명으로 제품과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LG전자측에 책임을 묻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LG전자는 “경쟁사 제품을 살펴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며 ‘흡집내기’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 사장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사건의 사실여부를 떠나 불명예 스러운 논란의 중심이 된 자체만으로도 조 사장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긴 셈이다.

조 사장은 LG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사장으로 주목받았다. 1976년 서울 용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조 사장은 LG그룹(당시 금성사)에 입사한 이후 지난해 1월 HA사업본부장에 오르며 ‘고졸 출신 CEO’라는 타이틀을 달고 샐러리맨 신화를 써내려갔다.

앞서 고졸 출신 CEO로 김효준 한국BMW 사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 지주 회장 등이 있지만 제조업, 게다가 국내 대표적인 재벌기업인 LG에서 고졸 출신 사장 배출은 업계를 놀라게할 사건 중 하나였다.

조 사장은 30여년간 세탁기 분야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져오면서 ‘미스터 세탁기’라는 별명을 얻는 등 실력을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조 사장은 1995년 세탁기설계실장에 오르며 1998년 세탁조에 직접 연결된 모터로 작동되는 ‘다이렉트드라이브(DD)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조 사장은 2005년에는 듀얼 분사 스팀 세탁기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시장에서 히트시키면서 경력의 꽃을 피웠다. 2006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 대한민국 10대 기술상과 동탑산업 훈장을 받았다.

LG전자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HA사업본부 사장이 된 후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불황여파에도 5%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실적을 냈다.

지난해에는 직접 자사 세탁기 ‘트롬’ 광고의 모델로 나서는 등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36년간 오직 세탁기만 생각했다”는 조 사장이 말이 담긴 광고는 세탁기 전문 CEO로서의 면모를 소비자들에게도 각인시켰다.

최근에는 ‘세탁기’ 한 우물만 파던 조 사장이 최근 HA사업본부 체제를 재편해 청소기 사업을 세탁기 사업담당 산하로 이관하면서 무선 청소기 사업까지 손을 대면서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매출 등에서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유럽 공략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LG전자의 백색가전 사업의 첨병이었던 조 사장은 결국 라이벌 경쟁업체와 다툼의 빌미가 되면서 지금까지 경력에 오점을 남기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행보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라이벌 삼성과의 끝없는 경쟁이 빚어낸 진흙탕 싸움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사실 냉장고 용량부터 TV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논쟁까지 삼성-LG 간 신경전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술 논쟁’과 달리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는 이번 다툼은 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조 사장의 행보에 씻을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당장 내년 ‘생활가전 세계 1위’ 목표 달성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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