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자리 창출’vs 野 ‘재정파탄 위기’ 물밑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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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홍세기 기자] 정부는 지난 18일 오전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경기 활성화를 위해 2015년 재정 지출 규모를 376조원으로 올해보다 20조2000억원(5.7%) 확대했고, 총수입은 올해보다 13조4000억원(3.6%) 늘어난 382조7000억원으로 잡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15년 예산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둔화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내년도 재정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정부의 2015년 예산안이 발표되자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예산안이다”, “재정파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등 극단적인 반응으로 엇갈려 험난한 예산 정국이 예고됐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5년 재정지출을 368조4000억원, 재정수입을 392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1년 만에 원안보다 지출을 7조6000억원 늘리는 대신 수입은 9조4000억원 줄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려운 세입 여건을 고려하면 총지출을 대폭 축소해야 하지만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 제고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 규모를 큰 폭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새 경제팀이 확장적인 재정 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재정 건전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는 2014년 13조5000억원에서 2015년 6조80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당장 쓸 수 없는 사회보장성기금수지 흑자분을 뺀 금액) 적자 규모는 2014년 22조5000억원에서 2015년 33조6000억원으로 11조1000억원이나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7%에서 2.1%로 확대된다.

국가채무 규모도 2014년 말 527조원에서 2015년 말 570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규모는 35.1%에서 35.7%로 확대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규모를 30% 중반대에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과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재정의 두 가지 목적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일시적으로 확대하더라도 과감하고 선제적인 재정운용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 차관은 "내년에 세입이 10조원 정도 부족한데 이에 따라 재정지출을 줄인다면 세입도 줄고 세출도 더 줄어서 현안 과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 활성화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기업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다시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野, “정부 예산안, 재정파탄 우려”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2015년도 정부 예산안과 관련, "부자감세 철회없는 서민증세 반대"라는 예산안 심사의 기본방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부자감세로 왜곡된 법인세 정상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발표한 정부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부자들인 기업보다 서민들인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쥐어짜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이라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우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세입 전망이 올해 대비 5조1000억원 증가한 데 대해 "그 중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몫은 1000억에 불과하고 일반 서민이 5조원을 부담하게 돼 있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보다 국민의 세 부담이 점점 더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012년도 45조9000억원이었던 법인세 수입이 지난해 43조9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도 정부는 당초 46조원의 법인세 수입을 예상했지만 내부적으로는 2조원을 낮춰 44조원으로 잡았다"며 "반면 소득세와 개별소비세는 같은 기간 성장률과 비슷하게 성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재정파탄 우려를 해소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자감세로 왜곡된 법인세 정상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재벌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혜택만 폐지해도 5년간 20조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하다. 법인세를 정상화할 경우 5년간 25조5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내년도 교육예산과 관련, "박근혜정부가 교육 방기를 넘어 아예 교육을 포기한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정부는 교육예산안이 54조2481억원인 전년 대비 8841억 증액돼 55조1322억원으로 편성됐다고 발표했지만 국립대 기성회비로 1조3000억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교육예산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폭 확대돼도 모자란데 오히려 큰 폭으로 줄여서 교육현장은 심각한 재정난과 교육여건 후퇴에 직면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2013년도에 비해 1938억원이 줄어든 올해도 각 교육청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부담으로 교육청별 사업예산을 줄이고 2조원에 가까운 지방채를 발행했다"며 "2015년도에는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교육청 부담이 대폭 확대될 예정이지만 교육부는 단 한 푼도 별도의 일반회계에 예산편성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정부의 핵심공약인 고등학교 무상교육 관련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2017년까지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물 건너갈 위기"라며 내국세 대비 교부율을 상향 조정하는 지방교육교부금법 통과를 약속했다.

與, “野 정부 예산안 왜곡…국회부터 돌아와라”

새누리당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20조원 증액한 376조원으로 편성한 데 대해 "경제를 살려서 재정 건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서민 증세, 부자 감세'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강력 반발하면서 국회 의사일정에 적극 참여해 예산 심의에 임할 것을 압박했다.

김무성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서민 증세, 부자 감세'라고 반발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는데 잘못됐다. 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부자 감세는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 큰 부자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더 많은 소득세를 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알고도 국민을 속이면서 여권을 비판하는 건지, 무지로 모르고 그러는 건지 이제는 그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확장적 예산 편성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에 대해 "재정 건전성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순환 부여라는 측면에서 잘 운영하면 경제를 살려서 재정건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고용지출이 사상 최초로 30%를 넘었다. 이게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며 "예산 심사와 처리를 금년도에는 반드시 12월 2일에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정책위의장 역시 "내년도 예산안은 주로 민생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살리기 예산이다. 또 안전예산, 어려운 소상공인이나 비정규직 등 서민들을 돕기 위한 예산을 중점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쌀 관세화 유예 종료로 피해가 있을 수 있는 농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쌀 소득직불금을 100만원으로 인상했고,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를 가구당 평균 11만원으로 96만명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반영했지만 당 정책 중 국회 심의 과정에 더 반영돼야 할 사업들이 많다"며 "중요 정책들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12월1일 24시까지 예산에 대한 토론을 무조건 종결하고 12월2일 본회의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다"며 "국회가 정상 가동되도록 결산과 예산을 심의하는데 충분치 않다. 야당은 빨리 국회 일정을 정상화해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성실하게 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복귀했지만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그러면서 세제개편안과 내년 예산안을 비판하고 있다"며 "국회를 열고 일정에 참여해 여야간 합의로 조율하면 되는데 마치 시민단체처럼 밖에서 비판하는 모습에 어느 국민이 공감할 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與, ‘식물 국회’ 원인으로 꼽던 국회 선진화법 ‘예산안’ 통과에는...

국회선진화법이 예산 정국에서는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선진화법은 300명의 제적 의원 중 과반이 아닌 5분의 3이상이 찬성하는 '가중 다수결' 원칙에 입각해 안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새누리당은 국회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고 식물 국회를 부른다며 이 법의 개정 작업에 들어갔지만 다가온 예산 정국에서는 국회 선진화법이 오히려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예산안은 12월 1일 이후 자동 통과할 수 있는 근거를 갖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는 예산안 등과 세입 예산안 부수 법률안의 심사를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하고 이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할 때는 다음날 바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은 12월 1일 이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수 있다.

국회법 제106조2의 10항에 따르면 야당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필리버스터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할 수 있지만 12월 1일 자정에 종료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기국회의 파행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2015년 예산안은 정시 처리의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내년 한 해의 나라 살림을 결정하는 중요한 예산안 심사를 졸속으로 하게 된다면 예산안 심의 등을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임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만한 국가 경영으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오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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