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설장비 납품을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거나 정부부처 근무 경험을 활용해 서류를 조작, 정부 출연금 등을 가로채는 비리가 공기업과 정부부처 등을 넘나들며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민관유착 비리로 검찰에 적발된 29명 가운데 철도공사 등 철도와 관련한 비리 혐의자가 17명으로 가장 많을 만큼 철도 시시설과 관련한 비리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지방검찰청(검사장 박민표) 민관유착 범죄 특별수사본부는 국무총리실 부패척결추진단과 반복적 민생비리 분야의 이권 개입에 대해 수사한 결과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거나 퇴직 후 관련업체에 재취업해 직무경험과 인적 관계를 활용해 금품을 제공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A(51) 처장 등 9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금품을 건네고 제품을 납품하거나 공사정보 등을 얻는 등의 편의를 제공받은 업체 직원 김모(49)씨 등 20명에 대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한국철도공사 처장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남품업자들에게 낙찰 및 감독 등의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업체 직원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A씨는 보험설계사인 아내를 통해 업체 직원들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수수료로 3900만원 등을 챙기는 등 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건네받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철도시설공단 차장으로 근무했던 B씨(49)는 퇴직 후 설계 감리업체에 취업해 설계사로 재직하던 중 납품업자로부터 수년간 1억5000만원의 뒷돈을 받아 오다 청탁을 받고 부품 가격을 5배 부풀린 설계서를 작성해줘 공단으로부터 24억원을 가로채는데 가담했다. 특히 B씨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철도시설공단 기술본부 차장인 C(48)씨는 철도시설에 납품되는 부품에 대한 감리·감도 업무를 담당하면서 미국에 존재하지도 않은 업체에 대한 제품검사를 실시한 것처럼 허위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대가로 2500만원을 수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한국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직원 뿐 아니라 국토부 공무원까지 철도 전기 설비 납품과 관련된 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철도국 사무관 L(48)씨는 철도공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자에게 금품을 요구해 8000만원과 금목걸이 등 금품을 받아 챙겨 주택구입자금 등에 사용해왔다.

또한 건설사에 근무하는 고교 동기로부터 식사, 골프 접대 등 수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고 예산과 조직 등 비밀서류를 이메일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뿐만아니라 차명계좌를 통해 뇌물을 받고 허위 은행거래내역, 허위 투자약정서 등 관련 증거를 조작해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한국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직원의 납품비리가 극심했다. 한국철도공사 센터장을 맡고 있는 M씨(48)는 부품납품 편의제공 대가로 동생을 P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속여 2년 동안 동생의 유학자금 4750만원을 업체에서 대신 납부하도록 했다.

특히 이들은 뇌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은행원을 포함시켜 뇌물을 관리하고 관련 증거를 위조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코레일 차량사업소장 N(48)씨는 부품납품 편의제공 대가로 자신이 발명한 특허를 출원한느데 소요되는 변리사 선임료 등 대행비용 1250만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기고 3200만원의 뇌물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으며 코레일 차장 O(52)씨 또한 3회에 걸쳐 700만원 가량의 금품을 수수했다.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공사대금을 부풀리거나 정부 출연금 등을 가로챈 전직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들도 다수 적발됐다.

이 밖에도 품질 기준에 미치지 않는 부품을 기준에 충족한 것처럼 속여 화력발전소에 납품해 3억 37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이를 공사감독관 등 시설 현장 관련자들에게 뇌물로 제공한 납품업자 공모(58)씨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업체 관계자 4명의 비리가 드러났다.

이와 함께 과거 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 정부부처에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서류를 조작해 정부 출연금 28억 9000만원을 가로챈 서기관 출신 이모(52)씨와 퇴직 후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을 통해 지자체 발주 공사 정보를 빼내 이를 대가로 수억원대의 뇌물을 챙긴 충남도청과 서산시 건설도시국 직원 등 전직 공무원도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업체가 이익을 위해 직무 관련자에게 먼저 접근하는 경우가 다수였지만 이번 수사결과 공직자 등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폐쇄적인 근무 환경일수록 유착관계가 긴밀하게 형성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형성된 유착관계는 진입 장벽을 쌓는 결과를 낳아 타 업체 등이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민관 유착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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