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신임 대표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현대오일뱅크(대표 문종박)가 정유 업계 불황 속에서도 남다른 실적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때아닌 대기오염 유발 논란이 일고 있다.

값은 싸나 대기오염 유발 우려로 주요 도시에서 사용을 금지한 고체연료 '코크스'의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원유정제부산물인 코크스를 연료로 고압의 스팀을 만드는 ‘FBC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크스’는 원유에서 LPG, 휘발유, 등유, 경유, 아스팔트를 모두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로 연소될 때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탓에 환경당국으로부터 고체연료 규제 대상에 포함된 물질이다.

1970년 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한 정부는 고체연료가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유발한다는 점을 들어 1985년 대기환경보전법을 제정해 울산을 비롯한 전국 13개 지역의 고체연료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서울과 6대 광역시를 비롯해 경기도 13개시에서 고체연료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 공장이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고체연료 사용금지 대상에서 빠져 있어 코크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GS칼텍스의 정유공장이 위치한 여수나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의 원유정제시설이 위치한 울산도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코크스’ 등 고체연료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코크스가 저렴한 가격과 효율로 현대오일뱅크 흑자를 이끈 핵심효자로 꼽고 있다.

FBC보일러 연료로 코크스를 사용하면서 한해에 약 800억원의 비용을 절감, 벙커C유를 원료로 하는 일반 보일러보다 60% 가량 저렴하게 스팀을 생산할 수 있다.

▲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사진=뉴시스)
지금까지 아스팔트 원료로 사용하거나 단순 매립해왔지만 가격이 벙커C유에 비해 60~70% 저렴하고 발열양도 우수하다.

현대오일뱅크는 과거 정유 과정에서 잔유물로 남은 코크스를 낮은 가격에 수출했지만 최근 이를 원료로 FBC를 가동하면서 중유를 이용해 스팀을 공급하는 타 업체들에 비해 원가 절감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기당 200~300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정유 4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14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경쟁 정유사와 비교되는 실적을 거뒀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고체연료 사용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정부 규제가 실적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2대의 GBC보일러를 올 연말에 1대 더 들여놓을 계획이다. 저가연료인 ‘코크스’ 사용량을 늘려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고체연료 사용량을 늘리는 현대오일뱅크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가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환경적 재앙을 불러온다면 이는 대체 누구 책임이냐”며 “대기오염에 대한 인식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대기오염 환경기준에 적합하게 준공 된 것으로 문제될 것 없다”며 “오염 저감 시설도 완비해 놨고 실제로 코크스의 오염 수준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현대중공업 기획실장 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권오갑 사장을 대신해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신임사장 체제로 개편됐다.

특히 최근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 함께 연산 65만 톤의 윤할기유 공장을 대산공장 내 부지에 준공, 본격적으로 윤활기유 시장에 진출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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