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회복 모멘텀?…남북관계 무조건적 낙관은 아직 시기상조

▲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이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자 일어나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사진취재단
[뉴스포스트=이완재 기자]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권력핵심으로 꾸려진 북한 대표단이 4일 인천방문 일정을 마치고 북한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북 고위급 관료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최고위급 남북 접촉으로 북한 특유의 특사외교의 결과가 향후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경색국면을 걷던 남북관계가 이번 북측의 방문으로 새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북측 고위급 인사 3명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국방위원장에 이은 사실상 서열 2, 3 위 인물로 김 위원장의 '특사' 성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북 대표단은 밤 10시 25분경 출발 직전 정홍원 국무총리와 다시 한번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북 대표단은 이날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해 정홍원 국무총리,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관람한 뒤 오후 9시40분께 경기장을 벗어났고 10시25분께 인천공항을 떠났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양측은 폐회식 직전 한차례 환담한 데 이어 행사를 관람한 뒤에도 한차례 더 면담을 가졌다. 북 대표단이 우리 측의 환대에 고마움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와 재면담이 성사됐다.

우리 측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하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이 배석했다.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5명이 참석했다. 면담은 약 7분가량 진행됐다.

황 국장은 "이번 방문의 성과가 크다. 소통의 방문이 됐다. 서로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자. 이번에 오솔길을 냈다. 이것을 대통로로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평화통일의 길로 가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우리 선수들 환영해주고 도와주고 정 총리께서 시간을 내서 환대해준 것에 감사하다. 뜨거운 마음을 안고 간다. 앞으로 계속 만나자. 하나가 돼서 통일을 이루자."고 말했다.

이에 정 총리는 "조금더 잘해드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백번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행동을 보여줬다. 앞으로 서로 행동과 진정성을 갖고 노력을 하면 엄청난 결실이 있을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정 총리는 "총정치국장의 말에 공감을 한다. 같은 뜻을 가지고 헤어지게 되니 기분이 좋다. 앞으로 남북간에 운동 경기를 더 확산시켜서 통일을 이루는 길이 되게 하자."고 덧붙였다.

면담이 끝나고 양측 참석자들은 모두 박수를 치고 악수를 나눴다. 정 총리를 비롯한 우리측 인사들은 북측 대표단이 차량에 오르는 길을 배웅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오늘 두차례의 면담 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며 "양측이 스포츠 교류를 기초로 해서 남북교류를 확대하자는 내용의 대화를 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 총리와 북 대표단 사이에 현안과 관련해 교감이 있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양측간 서류가 오고 갔다는 설도 제기됐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환송인사차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의원 10여명도 이날 폐회식장에서 오후 7시5분께부터 10여분간 북 대표단을 만나 환담했다.

통일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초중량급 대표단을 파견 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남측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한다. 더불어 최근 건강와병설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재를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흔들리는 북한 체제의 내부결속과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구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북측 고위급 특사들의 방남을 경색된 남북 관계회복의 모멘텀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무조건적으로 낙관하기는 아직 이른 상태로 특히 인권 문제와 핵문제로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실세 3명을 내려보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수요가 북한 쪽이 커 질것으로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측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진다면 대화 자체는 이어지겠지만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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