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카쇼기’ 정호영 리포트

 

지난 8월  탤런트 이영애와 결혼해 화제
마일즈 사업 추진 중 방위산업청과 갈등

 


톱스타 이영애(39)씨와 지난 8월 25일 결혼한 정호영씨. 그는 1993년 IT 기업인 한국벨통신을 설립했고 2000년에는 방위산업체인 한국레이콤을 설립한 수완 있는 사업가이다. 정씨는 2003년 12월 대형 군납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이 회사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정씨가 관련된 방위산업체는 수차례 이름을 바꾸면서 계속 운영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율곡비리 이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요 무기거래상들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정호영씨는 한국레이컴 설립 당시 지분 43.3%를 가진 대주주였다.
현재 코리아레이컴이란 회사는 정호영씨가 고문을 맡고 있는데 동사는 1987년에 설립됐으며 1991년에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회사다. 정씨는 2002년 11월 전자파와 레이저빔을 이용한 원격제어시스템 개발과 관련부품 제조 및 판매 회사인 한림에스티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 회사 역시 한국레이콤의 모든 생산설비와 기술개발 인력, 사업권 일체를 양수받은 회사로 이름만 바꾼 회사이다.
한림에스티사는 2007년에 다시 코리아일레콤으로 사명을 바꿨으며 현재도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12월 1일 <뉴스포스트>가 문래동 에이스 하이테크시티 3동 303호에 있는 코리아일레콤 기술연구소를 찾아갔을 때 이 회사 직원은 “방위산업체이기 때문에 외부 방문이 통제돼 있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남곡리 313번지에 있는 공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軍 마당발 인맥 화려

 

 

최근 이 회사는 설립자인 정호영씨와 관련한 여러 가지 소문과 군 당국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조심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코리아일레콤은 매출액 100억원, 자본금 36억원 규모이다. 주로 전자파와 레이저 등을 이용해 자동 측정 원격제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련 장비를 제조 판매한다. 특히 오리콘 사격 통제기와 발칸사통계산기, 데이터 정합기 부품, 암호 송신기 등 군 관련 제품을 생산해왔으며 2003년부터는 군이 운영 중인 중대급 마일즈 사업에 참여해 왔다. 마일즈(MILES·Multiple Integrated Lazer Engagement System) 사업이란 과학화 장비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면서 교전상황이나 피해 결과 등을 실시간 디지털 정보로 전송하는 가상훈련 시스템을 말한다. 한국군을 현대화한다는 목표하에 추진된 마일즈사업은 그러나 공성진 국회 국방위 의원(현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부터 부실을 질타 받는 등 물의를 빚다 군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외견상 이 회사의 기술개발 성과는 혁혁하다. 1993년에 방공자동화망(MCRC)전용 보안 시스템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한 후 1995년에는 군용 통신 PDA 우수 연구개발상을 국방부로부터 수상했다. 1998년부터 35미리 대공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해 국방부에 납품해 왔으며 1999년에는 국방 전력을 증강하는데 기여한 성과로 국방부 조달본부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2000년에는 지하음원 탐지 시스템을 개발해 국방부에 납품해 왔다.


2003년부터 중대급 과학화 훈련 시스템 개발업체로 지정됐고 2004년부터는 주요 방산물자 수출업체로 지정됐다. 2005년부터 해양수역 불법 선박식별 시스템을 개발해 완료했으며 2006년에는 중대급 과학화 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2007년에는 항공탑재용 레이더 국산개발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국방부 관련 수상 전력이 여럿 있고 국산 장비개발 관련 내공도 상당했다.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방위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코리아일레콤은 오랫동안 마일즈 사업에 관여해 상당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축적한 회사이다. 정씨가 표면에 나서지 않고 전문 경영인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 관계자도 “정 고문이 회사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정 고문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일일이 얘기하기는 그렇고…물질적인 도움을 받는다기 보다…회사일이 있거나 하면 가끔 나온다.”고 전했다.


현재 코리아일레콤 대표는 임승찬(61년생)씨이다. 하지만 고문인 정씨가 이 회사의 일을 봐주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씨에 대해서는 “추진력이 아주 강하다. 한번 작정하면 무모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일을 밀어붙이는데 꼭 성사시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우직하면서도 머리가 아주 비상하다. 오랫동안 사업을 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사람을 깊게 사귀는 편이고 대인관계가 좋은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재벌그룹과 한판 승부 벌여

 

 

코리아일레콤은 마일즈 사업에 참여하면서 방위사업청 등 군 관련 기관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코리아일레콤 측은 최근 공개적으로 “군이 특정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당하게 사업자로 선정된 코리아일레콤 등 기업들을 이 사업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으며 사업자 선정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올 3월 10일 코리아일레콤은 경쟁사였던 로우테크놀러지사를 검찰(김천지청)에 고발했으며 이 사건은 현재 수사 진행 중이다. 고발장에서 코리아일레콤은 “2003년~2008년 사이 국방부에서 발주한 대대급 교전훈련 장비와 야간표적 지시기 생산과정에서 위장 업체를 끼워 넣는 방법으로 국산화율을 허위 과장하고 위장업체 명의의 세금계산서를 과다계상해 장비의 납품대금 200억원 가량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 중 일부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코리아일레콤도 이 같은 이유로 방위사업청으로 부터 용인시 처인구 공장이 1억1,874만원에 가압류가 설정된 상태다. 방위사업청은 “올 6월 감사원에서 기관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코리아일레콤이 납품한 사격장치 부품의 원가 계산이 잘못된 사실이 발견됐다. 코리아일레콤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여러 차례에 걸쳐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가압류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리아일레콤 측은 “마일즈 사업에 대한 논란이 된 뒤부터 군이 우리 회사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우리 회사와 군이 갈등을 보일 때마다 경쟁업체들도 설립자인 정 고문의 사생활 문제 등을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마일즈 사업의혹은 올 국정감사의 핫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유선호 의원은 “로우테크놀로지라는 효성 계열사가 미국 효성아메리카에서 무기를 구입해 국방부에 군사장비를 납품하는데 단가를 부풀려 220억원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효성아메리카’와 ‘로우테크놀로지’간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여기서 비자금이 조성이 됐는지 등에 대한 검찰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검찰은 방위사업청 등 군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현재도 수사 중이다.


과거에도 방산업체 관련 비리는 종종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천마 주장비, 유도탄, 화생방 장갑차를 납품한 대우종합기계와 LG이노텍, 삼성테크윈, 한국레이컴 등 13개 방산업체가 원가 및 노무비 과다계상, 생산인원 조작 등 수법으로 244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가 국감에서 지적된 적이 있다.


한국레이컴도 오리콘 사격통제장비 14대를 한 업체로부터 대당 1,300만원에 구매한 뒤 회사 대주주 소유의 B회사로 부터 대당 9,850만원에 구매한 것처럼 허위 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모두 16억2,074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참여정부 초기 열린 우리당 천용택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 정호영씨로부터 로비자금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2003년 구속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국방부 획득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군납업자인 정호영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원형 예비역 소장이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6,871만원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이씨에게 뇌물은 준 혐의로 기소된 정호영 전 한국레이콤 회장 역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밖에도 두산인프라코어의 군장비 납품비리 의혹, K-9 자주포 부품 공급 과정에서한국 무그와 삼성테크윈의 납품비리 의혹,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 기밀유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했거나 진행 중이다. 효성그룹 수사와 맞물려 주목받은 로우전자도 군납업체다.


군검찰도 국군지휘통신사령부의 납품 및 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 비리를 적발해 군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했고 기무사령부 청사 신축공사와 관련된 기밀 유출, 한국형 헬기(KMH, KHP) 및 각종 군장비 입찰 관련 기밀유출 의혹 등도 수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군 검찰이 수사 중인 크고 작은 업체들이 20~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군납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는 “리베이트만 없어도 무기도입 비용의 20%를 줄일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와 맞물려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 표적이 옛 여권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사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당국은 지금까지 주로 기밀유출 부분에 수사력을 모았을 뿐 리베이트 조성이나 금품거래 등 대형 비리에 대한 근원적 뿌리는 거의 규명하지 못했다.


최근 잇따른 군납 비리 의혹과 관련해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은 17일 “군납 비리가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밝혀 처벌하고 정당하지 않은 업체에 제재를 가해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방사청은 현재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부당이익이 있다면 국세청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DJ 정권 때 죽은 불곰 살아나”

불곰사업 비리 의혹

 

‘불곰사업’은 1991년 당시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제공한 14억7,000만달러의 경협차관 원금과 이자의 일부를 현물인 러시아제 무기로 들여오는 사업이다. 95~98년 1차 사업을 통해 탱크(T-80U), 보병전투차량(BMP-3), 휴대용 대공미사일(이글라) 등이 러시아로부터 도입됐다. 2003년~2006년 2차 사업 기간 동안에는 대전차 미사일(메티스-M), 공기부양정(무레나), 탐색구조헬기(Ka-32A) 등을 추가로 들여왔으며 현재 러시아와 3차 사업 논의가 진행 중이다.


2000년 당시 2차 사업이 논의될 때 한국군은 불곰사업이 우리 무기체계와 맞지 않고 보급·정비 문제점을 들며 러시아제 무기의 추가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그해 8월 28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다 죽어가던 불곰사업이 다시 살아나면서 그 배경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검찰은 6월 30일 ‘불곰사업’의 핵심인물로 꼽히면서 정·관계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일광공영 대표 이모(59)씨가 운영하는 회사를 압수수색해 이씨가 카리브해 연안의 조세 도피처인 바베이도스로 돈을 송금한 정황을 확보했다.


또 지난 11월 19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 수사 2부는 조세포탈 및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체적인 위법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군 검찰과 협조해 군사기밀 유출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씨가 로비를 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유력인사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씨는 불곰사업 과정에서 무기중개상인 재미동포 윤모씨로부터 받은 투자금 4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는 제2차 불곰사업 과정에서 대전차미사일 메티스-M과 공기부양정 무레나 등 3억1,000여만 달러어치의 러시아 무기도입을 중개했다. 이 대가로 러시아 무기회사인 KBP와 ROE로부터 커미션으로 2,380여만달러를 받았다. 여기엔 아직 시작이 안 된 3차 사업 착수금조로 1,000만달러가 포함됐다. 이 2,380만달러 중 3분 1인 790여만달러를 당초 약정대로 일광공영 측이 챙겼다.


이씨는 2000년 6월 재미동포 윤모씨로부터 ‘10년 후 상환’ 조건으로 1,000만달러를 투자받은 뒤 불곰사업 무기중개 사업으로부터 나온 이익 중 3분의 2를 윤씨에게 주기로 계약했다. 윤씨는 같은 재미동포인 조풍언씨와 함께 이름난 무기중개상이다


불곰사업은 원래 정부 대 정부 사업으로 무기중개 업체가 개입할 수 없는데도 일광공영이 중개 커미션을 받아간 것이다. 한 무기중개 업계 관계자는 “군이 도입 무기를 지정해야 하는데 러시아 무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일광공영과 같은 중개업체가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로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씨는 또  일광공영 몫의 커미션을 윤씨 소유의 미국법인이 베트남 무기중개사업 명목으로 받은 것처럼 위장했다. 이를 신고할 경우 정부 대 정부 사업에 민간 중개업체가 끼었다는 파장이 예상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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