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이색 마케팅 백태

 

‘분양가 할인’ ‘땡처리’ ‘웃돈도 올려줘’
지역 불문 무작위로 전화해 계약 유도

 

 


최근 건설사 모델하우스에서 수십명씩 텔레마케터들을 동원해 미분양 계약을 유도하는 이른바 ‘벌떼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영업을 할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도 무작위로 날려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대리운전 스팸문자보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라는 문자가 더 많아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뉴스포스트>는 미분양 아파트의 도를 넘은 마케팅 수법을 취재했다.

 

 

올 10월께 분양에 들어간 인천 모 지구의 아파트 외에 이 같은 텔레마케팅 방법을 도입한 곳은 줄잡아 20여 곳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약 13만 가구를 웃도는 상황. 따라서 이들 건설사들은 연내에 미분양 아파트를 한 채라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내년 2월 11일이면 미분양을 포함한 신규분양 주택에 한해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양도소득세 감면 시한도 끝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일 때 한 채라고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양도세 감면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총부채 상환비율(DTI)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내년 6월 30일까지 준공되는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하면 규모에 관계없이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해 주는 혜택이 있다.


따라서 분양 사무실마다 “좋은 투자처가 있어 전화드렸는데요. 입주하면 수 천 만원의 웃돈이 붙을 겁니다. 웃돈이 안 붙으면 건설사가 책임집니다. 계약금만 낸 뒤 입주 때까지 그냥 갖고 있다가 팔면 돼요. 계약 마감이 얼마 안 남았으니 서두르세요”라고 영업을 하는 텔레마케터들로 분주하다.


각 건설사마다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명 씩 고용해 “지금이 최고의 적기이고 최고의 가격에 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전화번호부 등을 이용해 해당 아파트 인근 지역 외에도 먼 지역까지 가리지 않고 전화해 미분양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한 건설업체 분양 담당자는 “분양가 할인은 소비자를 불러들이는 마케팅인데 비해 벌떼영업은 직접 소비자를 찾아가는 것으로 장점 위주로 집중 홍보하기 때문에 효과가 괜찮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조차 이 같은 미분양 판촉경쟁에 나서자 마케팅 수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 대행업체를 통해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일부 분양 대행업체들은 확정되지 않은 개발호재를 앞세워 아파트 판매에 나서 구매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들 텔레마케터들은 계약 한 건당 보통 1,000만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계약 건수를 늘리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개발계획 등도 내세우거나 과대홍보를 하기 때문.


텔레마케터들의 말만 믿고 계약을 했다가는 계약해지도 쉽지 않다. 텔레마케터는 시행사나 시공 보증을 한 건설업체가 고용한 게 아니고 주로 분양대행을 맡은 업체에서 쓰는 계약직이므로 시행사나 시공사 측이 모른다고 하면 계약자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분양대행업체 감언이설 주의

 

 

미분양 아파트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건 이른바 ‘땡처리’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를 대폭 깎아 주거나 각종 금융혜택을 제시한다. “최고 1억 원을 깎아 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내건 아파트도 있다.


또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료 등 조건을 앞세워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심지어 공사대금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받은 하청업체도 등장했다. 이들 하청업체는 원청사 부도로 자금난에 허덕이다 최근 분양가보다 3,000만원이나 싼 가격에 아파트를 팔기도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질 경우 건설사들의 연쇄부도 등으로 ‘떨이 아파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14일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쌍용건설 분양 담당자는 “미분양 아파트 판촉을 위해 여러가지 경품행사를 해보았다. 마티즈 등 경품을 내놓는 행사 등 여러가지 마케팅을 내놓아 보았지만 이런 마케팅을 하고 나면 기존 입주자들의 항의전화 또한 쇄도해 쉽게 결정할 수 없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가지 마케팅기법 중 입주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분양가 할인 혜택이다. 문제는 할인 폭인데 그것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이상 미분양 세대를 해결하지 못해 41평형 분양가를 30평형대 가격으로 낮추고 중도금도 무이자로 전환한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3억4,000만원짜리 50평형대 아파트를 2억1,000만원에, 5억1,000만원짜리 70평형대 아파트를 3억9,000만원에 내놓은 곳도 있다.


지난 2006년 9월 첫 분양한 충남 조치원의 한 아파트는 1,429가구 가운데 6층 이상의 미분양아파트 500가구를 12월 중순부터 특별 분양한다. 이번에는 실분양가를 20%나 낮추는 파격세일을 하는데 악성 미분양을 연내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5층 이하 저층 630가구를 3년 후 되사는 조건으로 하나은행 미분양펀드에 매각한 바 있으며 아직 빈집으로 남아 있는 6층 이상 로열층 500가구를 이번에 특별분양이라는 조치를 취한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특별분양은 잔금을 입주 후 2년 후에 내도록 한 것”이라며 “따라서 2년 후가 아닌 선납자에게만 20% 할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를 할인하더라도 실제 계약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이미 이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할인분양가 20%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서구에 분양한 주상복합 강서그랜드아이파크를 분양가 대비 10~15% 할인, 최대 2억4,000만원까지 낮춰 분양했다. GS건설도 부천 송내역 인근에 분양 중인 GS자이 잔여분 중 대형평형의 잔금을 일시불 선납시 최대 10% 가까이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조치원의 경우 선납 시에 20% 분양가를 할인해주었다.


주상복합 강서그랜드 I’PARK는 총 159가구로 A블록 120가구, B블록 39가구로 구성돼 있다. 공급면적은 139~224㎡ 중대형 위주이다. 이번에 30가구 한정으로 분양가 대비 10~15.8% 할인한다. 특별분양 중에는 인근 아파트 주위시세보다 3.3㎡당 200만원 정도 저렴하면서도 최저 1억2,000만원~최고 2억8,000만원 선착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발코니확장 무료시공과 중도금 40% 무이자 등 추가 혜택도 있다.

 

MGM마케팅, 계약금 환불제 도입

 

요즘 지방의 미분양 판촉에 가장 흔하게 동원되는 방법은 MGM(members get members) 마케팅이다. 이는 기존 계약자가 해당 건설사에 다른 수요자를 소개해 계약이 이뤄지면 기존 계약자에게 분양가 할인이나 여행 상품권 등 경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른바 ‘벌떼 마케팅’의 일종이다.


부산과 대구, 울산 등 주로 영남권 대도시의 미분양 판촉에 주로 동원되고 있다. 최근 모 건설사는 MGM 마케팅을 통해 3달간 20여건의 신규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 회사는 기존 계약자가 새로운 사람을 소개해 계약이 이뤄지면 기존 계약자에게 분양가에서 500만원을 할인해주고 신규 계약자에게도 같은 혜택을 부여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분양 중인 한 건설사는 최근 신규 계약을 성사시킨 기존 계약자에게 300만원 상당의 해외여행상품권을 내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여행 경품을 내건 뒤 방문객이 많이 늘고 계약도 속속 체결되고 있다”면서 “MGM 마케팅은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면서 회사는 물론 입주예정자도 이익을 보는 방식이어서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MGM 마케팅 이외에 원금보장과 프리미엄보장제까지 속속 내걸고 있다.
파주 교하신도시 한양 수자인은 현재 원금보장제를 실시 중인데 입주 시 공식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계약금 전액을 환불해주는 제도이다. 부산 부산진구에서 분양 중인 P사도 최근 원금보장제를 도입했다. 준공된 지 2년 후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경우 분양가의 10% 범위에서 차액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경기 수원시 망포동에서 분양중인 J사와 경기 용인시 보라동에서 분양중인 H사는 프리미엄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입주시 웃돈이 주택형별로 각각 4,000만원, 3,700만원 이상 형성되지 않을 경우 그 차액을 돌려주기로 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입주 전에 계약자가 계약포기를 원할 경우 분양대금 전액을 돌려주는 분양대금 리턴제도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울산 남구 신정 푸르지오 계약자들에 대해 입주 6개월 전에 계약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아무런 조건없이 납부한 대금 전액을 돌려주기로 했다.

 

통행료 대납, 학원교습료 등 다양

 

금호건설은 용인 동백지구 내 금호건설에서 분양하는 타운하우스 어울림 분양가를 최대 27%까지 낮췄다. 이밖에도 금호건설은 인천 영종도의 2년간 인천대교 통행료 총 1,460만원을 잔금에서 공제해 주는 통행료 대납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영종 2차 금호어울림 잔여분 계약자에 대해 인천대교 통행료로 하루 약 2만원씩 계산해 1,460만원을 입주 때 잔금에서 공제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용과 새시 설치비 등 2,500만원을 지원하고 3년간 3억원에 대한 무이자 대출 등을 감안하면 계약자는 7,000만원 가량의 할인 혜택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영종 하늘도시에서 분양한 신명종합건설은 잔여분 계약자에게 오는 2013년 입주한 후 1년간 하루 왕복 1회씩의 인천대교 통행료를 대납하는 조건을 내놓았다.  한라건설은 영종하늘도시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상담객 중 1등을 선정해 광주 수완지구에 있는 실거래가가 2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청약 접수자에게도 추첨을 통해 그랜저 자동차를 증정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우미건설은 영종하늘도시 분양시 경품으로 제네시스 쿠페를 내놓았다. 쌍용건설은 부산에 분양한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에 한해 선착순 50명에게 마티즈를 제공해 높은 계약률을 기록했다. GS건설도 부산 연제구 아파트 계약자 중 30가구를 선정해 뉴 SM3를 주었다.


각종 스포츠 시설 이용 할인권을 부여하는 미분양떨이 마케팅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도농동에 주상복합 ‘애시앙’을 선착순 분양 중인 부영은 미분양분 계약자에게 제주도의 골프장 이용료를 2년간 할인해 주고 스포츠센터를 1년간 무료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준공된 것으로 현재 30% 가량이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부영은 이 아파트의 분양가도 기준층 기준 8억5,000만원대에서 7억1,1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낮췄다.


아파트 단지 내에 유명 사설학원을 유치한 뒤 일정 기간 입주자 자녀들의 학원비를 무료로 지원해 주는 학원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12월 입주를 시작하는 경남 마산시 양덕동 메트로시티 단지내 상가에 서울의 유명학원 체인인 종로엠스쿨, 아인스학원, 위싱웰 등을 유치하고 지난 10월부터 입주민 자녀들에게 3년 동안 무료수강 혜택을 주고 있다. 이 같은 마케팅 결과 지난 10월 이후 한 달여 동안 150가구의 미분양아파트를 팔았다.


한편 이같은 미분양에 대해 두산건설 이영석 과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경제가 어렵고 수요층이 두텁지 않은 것이 미분양의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미분양아파트는 12만6,424가구로 수도권이 2만962가구, 지방은 10만5,462가구다. 이는 미분양이 고점을 찍었던 올해 3월 16만5,641가구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서울·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감소 폭은 여전히 줄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는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심각하다”며 “업체별로 3,000~5,000가구씩 미분양이 쌓여있기 때문에 이를 털기 위한 마케팅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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