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스트레스가 발단, 폭발력 강한 ‘우발범죄’

다스릴 수 없는 화 나도 모르게 욱! 뒤늦은 후회
계획범죄보다 우발범죄가 형량 낮아 악용하기도
사소한 실랑이로 발생한 살인사건 알고보니 ‘홧김에’
범죄 유형도 과거보다 더 흉포하고 잔인해져 심각
김우준 교수 “충동장애 치료재활 관심이 필요”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너무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화가 욱하고 치밀어서” 등 홧김에 저지르는 우발적 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며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홧김’이라는 단어만 입력해도 경상을 입힌 폭행부터 시작해 끔찍한 살인사건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게 발생, 우발적 범죄가 이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범죄는 처벌받아 마땅하나 심지어 계획범죄에 비해 형량이 낮기 때문에 대다수 범죄자들은 우발적인 범죄라고 주장하며 죄를 면책하려는 시도까지 행해지고 있다. 소소한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시작되는 폭발성 강한 우발적 범죄에 대해 <뉴스포스트>가 알아봤다.

나날이 잔인해져가는 우발적 범죄

사전에 미리 계획 없이 순간 분노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를 우발적 범죄라 한다. 최근 우발적 범죄는 과거보다 흉포화, 잔인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발적 살인 비율은 30% 전후였으나 지난해 주체하지 못한 화로 인한 갑작스런 분노와 충동 등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살인 사건이 전체 살인 사건의 3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우발적 살인’ 혐의자는 2000년 306명에서 2005년 319명, 2010년 465명으로 과거에 비해 잔인화 될 뿐 아니라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세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우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정도가 심해진 우발적 범죄의 원인에 대해 이처럼 밝혔다. 우선 스트레스와 긴장 수준의 증가이다. 산업화 이전 농경사회와 산업화 이후 사회의 비교 연구,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비교 연구 등을 살펴보면 현대 산업사회가 공고화될수록 도시화가 이루어질수록 긴장·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이 사회학 분야의 정설이다.

또한 인내심 약화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1인 가족, 소가족 세대 구성이 많고 형제와의 경쟁이 없이 개인적 욕구를 충분히 누리며 성장해온 등의 이유로 현대인들의 인내 수준이 낮은 편이라 충동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고 전했다.

법규범에 의한 통제 이외의 예의범절, 상호간 존중, 전통 등 비법규적ㆍ비공식적 통제 기제들이 약화되어서 범죄의 충동을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줄은 탓도 이유로 들 수 있다.

현대인들의 알코올 및 약물에 허용적인 문화·풍토적 이유도 한몫 한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알코올 및 약물에 습관적으로 노출되며, 취중의 통제력 상실에 대하여 점차 무감각해지고 전두엽 장애 등 신경계의 장애가 분노·충동 조절 기능을 손상시켜 우발적 범죄의 한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과거에 비해 흉포화, 잔인화 된 우발적 범죄의 원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뿐 아니라 남성다움·대담함에 대한 존중 풍토도 들 수 있다. 군부독재시대, 권위주의시대를 거치며 ‘거친 남성상’을 무의식적으로 존중·숭상하는 하위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욱하는 기질의 발현이 자칫 남성다움·대담함에 대한 존중과 겹치게 되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무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획적 살인보다 우발적 살인이 왜 형량 낮아?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들은 대다수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라고 진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해를 한 사실은 변함없으나 계획적으로 살해했냐, 우발적으로 살해했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고 한다.

형법 250조 1항을 보면 사람을 살해한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률 조문에 나와 있는 형벌 같은 것을 법정형이라 하는 이를 두고 사건을 판단하는 판사가 형을 구체화 시키는 작업인 양정을 하게 된다.

즉, 가중사유, 감격사유, 정상참작사유, 자수여부 등을 감안해 법정형의 범위를 구체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 양형에 객관적인 신회를 부여하기 위해 대법원에서 양형기준을 만들었고, 이 양형기준에서 범행 동기에 따라 죄 등급을 나누어 놓은 것이 있다.

이 기준에 의해 살인죄를 1유형에서 5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유형별로 처단형을 정하고 있다. 양형기준을 보면 우발적 살인은 계획적 살인보다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법률에 따르면 우발적 살인에 대해 어찌됐든 살인을 저지른 살인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별도의 구분은 하고 있지 않지만 다만, 양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이라는 것이 감경 사유로 적용할 수 있고 형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들이 우발적인 범죄를 주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끔찍한 우발적 범죄 사례

▲ 경찰 조사 받는 택시기사 살인 용의자 (사진=뉴시스)

#지난 2일 오전 11시 40분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용리 왕궁저수지(함벽정) 앞 수로 입구에서 60대 개인택시기사 박모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박 씨의 목과 가슴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당시 그의 지갑이나 신분증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견 당시 박 씨는 함벽제 수문으로부터 용남마을 방향으로 약 160m 지점인 수로 입구에 옷을 입은 채로 반듯이 누워 있었으며 아주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 목과 가슴, 등 부위 등 3군데를 찔려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는 사건 당일이었던 지난 2일 오전 5시49분 전주시 인후동 인근에서 봉동 3공단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택시에 탑승한 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숨진 택시기사 박 씨에게 “전주로 다시 되돌아가자”라며 실랑이가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랑이는 요금 결제 수단으로 이어졌고 카드결제를 하기 위해 주머니에 들어있던 카드를 꺼내다 함께 들어있던 공구용 흉기로 박 씨를 찔렀다.
장 씨는 범행 이후 자신의 형제에게 “내가 사람을 죽인 것 같다”라고 털어놓은 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들어오자 심적 압박감을 느껴 경찰에 자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오후 4시께 부천 원미구 중동의 모 초등학교 쪽 주택가에서 김 모씨는 이웃 주민 최모(39)씨와 최 씨의 동생 최모(38)씨 2명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김 씨는 사건 당일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집 앞에 주차한 뒤 20분간 차량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옆집 빌라 건물에서 나오는 언니 최 씨를 흉기로 찔렀고, 이를 보고 말리는 동생 최 씨도 수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동생이 승용차를 타고 언니를 태우러 집 앞에 왔다가 참변을 함께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세 사람은 평소 주차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검거 당시 김 씨는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으로 현장에서 달아나지 않았으며 경찰 조사에서 3개월 전부터 주차 문제로 악감정이 쌓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의 사례 뿐 아니라 술 마시고 들어왔다고 잔소리하는 아내를 홧김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쓰레기통에 버린 60대 남자가 검거되고, 택시기사가 길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갖은 욕설을 퍼부은 ‘택시막말녀’ 등 살인이 아니더라도 언어적 폭력, 경상을 입히는 폭력 등 홧김에 발생한 우발적 범죄들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3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빈도가 잦은 순으로 폭행, 상해, 성폭력, 방화, 살인이 일어났다. 하루 평균 2.8명이 살해당했고 그중 우발적으로 살해당한 경우가 4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우발적 범죄는 상대를 때리거나 해친다고 해서 가해자에게 이득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또한 단지 자신의 그 당시 화나는 감정을 해소하지 않으면 못 참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일반범죄 VS 우발적범죄 심리 유형의 차이? 대책은 무엇?

김우준 교수는 일반 범죄의 심리와 우발 범죄의 심리의 차이점에 대해 사전 준비, 사회 불만 수준, 공범 관계, 목적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일반 범죄가 사전 준비를 수반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발 범죄는 충동에 의한 것이므로 예비·음모·계획수립 등 사전 준비 행위가 부존재하며 우발 범죄는 사회에 대한 불만 감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 범죄는 공범 관계 형성이 가능하지만 우발 범죄는 대개 단독범의 소행이 많다. 이는 충동성을 공유하거나 공모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두 범죄의 목적 차이를 보면 일반 범죄는 범행의 목적이 비교적 뚜렷하지만 우발 범죄는 충동에 의한 것이므로 합리적 목적 추구가 부존재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발적 범죄를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을까? 정부가 대처해야 할 대책 및 방안에 대해서 김 교수는 사회의 갈등 수준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우발적 범죄도 기본적으로 개인 간의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되므로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회 전반의 갈등 수준을 낮추고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인지훈련 기법을 개발·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개인과 가족, 직장 등 다양한 사회 활동 단위에서 스트레스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극도의 긴장감이나 우울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복지적 배려를 증진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인들의 알코올 및 약물에 허용적인 문화·풍토적 이유가 우발적 범죄의 원인이 되는 것에 대해 알코올 및 약물 체료 재활에 투자·관심 쏟고 전두엽 손상 장애 등 환자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충동장애 치료재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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