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딸 아사시킨 엽기 부부

지난 2월 28일 <뉴스포스트>는 게임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조명한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2월 16일 PC방에서 5일 동안 게임만 즐기던 한 30대 남성이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했으며, 22일 한 20대 청년이 게임만 한다고 나무라던 친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이후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아서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3개월 된 젖먹이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만든 일이 벌어져 거듭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날로 심각해져 가는 게임중독의 폐해에 대해 재조명 해봤다.



엄마는 오지 않았다. 너무도 배가 고파 목이 터져라 울었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적게는 6시간, 많게는 12시간을 꼬박 굶으며 천장만 바라봤다. 그러나 비정한 부모는 생후 3개월 된 딸을 외면했다. 외로움과 굶주림 지친 아기는 서서히 말라가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 아기의 부모는 지난 2008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나 결혼했다. 남편 김모씨(41)와 부인 김모씨(25) 부부는 지난해 6월2일 경기도 양주에서 딸을 얻었다. 아기는 함께 사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예쁘게 자랐다. 그러나 이 아기의 행복은 지난해 9월 초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를 하면서 부서졌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인터넷게임에 중독돼 아기를 돌보지 않은 것이다. 이들 부부는 하루에 최소 6시간에서 12시간까지 피시방에서 살았다.

 

아이 방치하고 부부 함께 게임 즐겨

부부 "죄책감에 5개월간 게임 중단"

 

김 씨 부부는 아기를 혼자 안방에 놔둔 채 거의 매일 밤 인근의 피시방으로 향했다. 엄마젖도 우유도 충분히 먹지 못한 아기는 밤새 배를 곯았다. 아기들은 보통 하루에 10번 이상 젖을 먹어야 하지만, 이 아기는 하루에 두세 번도 젖 구경을 하기 어려웠다. 아이의 몸이 날이 갈수록 수척해짐에도 김씨 부부는 피시방 방문을 멈추지 않았고, 아기는 결국 지난해 9월24일 밤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이튿날 아침 12시간 만에 피시방에서 돌아온 김 씨 부부는 겁에 질려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김 씨는 “아침에 아기가 일어나지 않아 확인해보니 죽어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숨진 아기가 ‘미라’처럼 말라 있었던 점을 의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한 달 후 나온 부검 결과는 ‘장시간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해 아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즉시 김씨 부부의 체포에 나섰다. 하지만 아기가 숨진 지 이틀 만에 장례를 치른 이 부부는 이미 잠적한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을 추적해 5개월만인 지난 2일 검거했다. 처가 등에서 숨어 지내다 붙잡힌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죄책감 때문에 지난 5개월 동안 피시방에 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굶겨죽인 비정한 부부가 매일 밤 PC방에서 즐긴 게임이 온라인상에서 소녀를 양육하는 내용을 담은 롤플레잉게임인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태어난 지 3개월 된 자신의 딸보다 가상의 세계에 생성된 소녀 캐릭터에 더 집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부부가 즐긴 게임은 이용자의 레벨이 10 이상 되면 ‘아니마’라는 캐릭터를 데리고 다니며 키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또 아이템 샵 등을 통해 아니마 캐릭터에게 옷과 장신구를 사주거나 블로그에 육아일기까지 쓰면서 딸처럼 ‘애지중지’ 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자기 자식이 우선이지, 내 자식은 굶고 있는데 인터넷 게임에서 캐릭터를 키우는데 빠져 내 자식을 굶어 죽게 했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요 포털사이트 네티즌 의견란 등을 통해 ‘저러고도 엄마, 아빠라고 얼굴을 들고 다녔냐’,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게임계정 이용시간을 제한하자’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중독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17세 소년이 인터넷 접속을 위해 부모 몰래 신장까지 판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도 청소년들의 심각한 인터넷 중독이 도마에 올랐다.


중국 청년 콩팥 팔아 PC방 가

17세 소년 장천은 지난해 5월 집 부근 PC방에서 만난 장기밀매단으로부터 “인터넷 접속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4만위안(약 671만원)에 신장을 팔기로 했다. 그러고는 지난해 8월 부모 몰래 충칭으로 가서 신장을 판매했다. 그러나 4만위안을 받아든 기쁨도 잠시, 3일간의 치료 후 병원을 나선 장천은 “4만위안을 들고 다니면 위험하니 내가 보관해 주겠다”는 밀매업자에게 속아 3만7,000위안을 사기당하면서 결국 3,000위안만 손에 넣게 됐다.

 

장천은 이 돈으로 우선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남은 돈으로 PC방에 드나들면서 입원 기간 동안 못다한 컴퓨터 게임 등을 실컷 했지만 며칠 만에 3,000위안을 모두 탕진했다. 결국 돈이 떨어진 장천은 거리로 나가 구걸 생활을 하다 충칭의 부랑인보호단에 적발, 가출 5개월 만에야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집으로 돌아온 장천은 신장 판매 사실을 숨겼으나 목욕을 하다 상처를 본 어머니의 추궁에 사실을 털어놓게 되었으며 결국 어머니의 고발로 지난 1월부터 남녀 혼성 장기밀매단 4명이 차례로 검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중국의 장기이식 수술은 3대 이내의 직계 친족만 가능해 장기밀매업자들은 장천의 신분증 등을 모두 가짜로 만들어 병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업계 대책 마련 시급

온라인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게임 회사들도 피해 방지를 위해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회사가 나선다면 게임 중독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회사에서 도입할 수 있는 대표적 대책으로는 ‘피로도 시스템’이 꼽힌다. 피로도 시스템은 접속한 뒤 일정시간이 지나면 접속을 차단하거나 능력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게임 과몰입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게임사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가 처음 이를 도입해 호응을 얻었고, NHN이 최근 내놓은 ‘한자마루’ 등에도 도입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에는 아직 이런 시스템이 채용돼 있지 않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게임 회사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청소년 게임 중독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게임 몰입을 계속 지키고 있을 수 없어 게임 회사 쪽에서 게임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는 8일 게임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피로도 시스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게임 과몰입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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