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어뢰’서 ‘좌초’까지…

지방선거 앞두고 ‘설’만 난무
군 당국, ‘북한소행’ 규명에 총력 기울여


 

부산 쌍끌이 어선, 천안함 잔해 수거 투입   
국방부 “백령도 해역 설치한 기뢰 폭발 가능성 없어”
미국 언론 “인간 어뢰설은 007영화에나 나올법한 것”

 


천안함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여, 지난 4월 25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침몰한 원인을 ‘비접촉 수중 폭발’이라고 발표했다. 윤덕용 공동합조단장(KAIST 명예교수)은 “함수 내·외부를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선체 내부에 그을음이나 열에 녹은 흔적이 전혀 없고 파공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중어뢰에 의한 버블제트 효과가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연구소 초빙연구원은 북한 공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천안함이 좌초 이후 절단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와 천암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군 당국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외부 폭발로 보고 어뢰 직접 타격과 수중폭발에 따른 버블제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군 당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외부 폭발 가능성을 증명할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고 있지 않은 점이다. 천안함 사고 원인은 정밀 조사를 통해 원인을 진단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어뢰, 기뢰 폭발설, 버블 제트설은 물론 다른 가능성까지 열어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단정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북한 개입설이 나돌 경우 군사적인 위기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해 ‘버블제트설’이 가장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절단면이 바로 좌초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알파잠수기술공사 전문가의 의견이 새롭게 제기됐다.

 

민·군 합동조사단, 수중무기에 의한 ‘비접촉 폭발’ 잠정 결론


지난 4월 25일 민간 합동조사단의 윤덕용 공동합조단장은 2차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비접촉 수중 폭발’ 때문이라고 밝혔다. 외부 폭발 위치에 대해 “가스터빈실이 약 10m 비어있었고 폭발 위치는 터빈실 좌현 하단 수중 어느 곳”이라고 말했다. 좌현에서 압력을 받아 우측으로 올라가다 보니 오른쪽 면이 더 손상됐다며 “배 아래쪽이 전부 위쪽으로 휘어져 올라갔기 때문에 압력은 위로 솟구쳤다”고 전했다. 합조단은 이날 폭발 원인으로 어뢰나 기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뢰보다는 어뢰가 배에 근접해 폭발한 것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천안함 침몰의 가장 큰 원인을 수중 폭발로 보고 폭발장치는 천안함 선체에 닿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군 당국자들이 밝힌 결론과 비슷한 것으로 북한의 어뢰공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관점이기도 하다.


천안함이 가스 터빈실 좌현 하단부 수중에서 중어뢰로 추정되는 수중무기의 공격으로 침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당국은 어뢰파편 등 물증확보 등을 통한 북한소행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의 조사전문가들이 선체 절단면과 파편 분석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군 당국이 천안함 절단면 사진을 미국에 보내 분석을 의뢰키로 하는 등 국제공조체제도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군 해난구조대(SSU)는 수온이 6도로 오르자 심해잠수를 통한 탐색작업을 재개했다. 무거운 금속재질인 폭발물 파편은 아무리 조류가 세더라도 멀리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수심 40m인 최초 폭발지점 주변 해저를 SSU 대원들이 샅샅이 손으로 훑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8km 거리를 두고 함수와 함미가 각각 가라앉았던 해역도 집중 수색대상이다. 폭발 때 함체 안으로 튄 파편이 함께 떠내려가다가 해저에 묻혔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군당국은 또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 절단면 촬영사진을 우수한 장비와 기술수준이 한 단계 높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노퍽(Norfolk)과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 등 미국 동부에 위치한 해군 전문분석시설에 보내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두 동강난 선체 절단면에 대한 입체영상을 촬영해 맞춰본 뒤, 정확한 파손형태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천안함이 폭발했을 당시 기상상황과 조류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대입해 어뢰 등 무기별로 폭발이 일어나는 상황을 재연할 계획이다. 절단면 영상과 무기별 폭발 형태를 비교해 보면 어떤 무기의 공격을 받아 선체가 절단됐는지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기뢰설’ 가능성 제기


미국 정부관리들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어뢰가 아닌 기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보수 성향의 미국 서부 최대 일간지인 는 지난 4월 26일 <북한이 인간 자살 어뢰를 보내 남한의 배를 파괴하고 최소한 40여명을 죽였다?>는 부제를 달고 천안함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는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간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정부 관리들이 한 안보전문가에게 말한 내용을 보도했다. 분쟁지역을 연구하는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대니얼 핑크스톤 박사(동북아담당 부국장)는 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 관리들은 나에게 ‘만약 천안함이 어뢰에 맞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우리는 완전히 경악할 일’이라고 말했다”며 미국 정부관리들이 어뢰 공격설을 일축하고 있음을 전했다. 북한의 인간어뢰 등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각종 설에 대해 핑크스톤 박사는 “시나리오들을 살펴보면 각각 어딘가 허점이 있는 것 같다”며 “시나리오들 중 몇몇은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는 이어 천안함 침몰이 북한 특수 요원의 잠입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의 허구성도 꼬집었다. 특히 “한국의 최대 일간지인 <조선일보>가 북한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패배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인간어뢰로 천안함을 공격한 것이라는 한국 해군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며 이 근거가 된 ‘북한군 장교와 접촉했다는 한 납북자 가족의 주장’도 실었고, 한 국회의원이 특수 요원을 실은 SDV(소형 보트)의 공격 가능성까지 제기했다고 전했다. 특히 핑크스톤 박사는 “미국 정부 관리들은 천안함 침몰이 기뢰에 의한 것이라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기뢰설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28일 천안함이 1970년대 우리 군이 백령도 해역에 설치한 기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기뢰를 설치한 백령도 해역 해도를 확인한 결과 천안함이 침몰한 지역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1970년대 북한의 백령도 상륙작전에 대비해 백령도 앞바다에 폭뢰를 개량해 땅위에서 버튼을 누르면 폭발하는 기뢰 140여개를 설치했고, 2008년 제거작업을 했지만 일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폭뢰 개조 기뢰는 전기신호가 있어야 기폭장치가 작동해 폭발하는데 1980년대에 전기를 끊어 놓아 폭발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기뢰는 땅위에서 버튼을 누르면 전선을 타고 전기 신호가 흘러가 기폭장치가 터지는데 땅위에서 전기 신호를 끊어놨다는 것이다.

 

전문가 “좌초 이후 절단된 것”


미국내에는 어뢰 공격설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상당수 존재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인 박선원 박사는 지난 4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버블제트라면 대개 기뢰에 의한 충격이다. 만약에 수평에서 어떤 폭발을 했고 그것이 수면에 작용을 한다면 그것은 수중충격파라고 이야기하지 버블제트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뢰라고 한다면 수평충격파인데, 그것만 갖고는 배가 두 동강이 나지 않는다”며 어뢰 공격설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가정이지만 천안함이 지나치게 해안 가까이 접근하는 과정에서 스크루가 그물을 감고 그 그물이 철근이 들어있는 통바를 끌어당기면서 과거 우리 측이 연화리 앞바다에 깔아놓은 기뢰를 격발시킨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며 “실제로 4월 16일 함미 스크루 사진을 보면 약 15m 정도의 그물이 딸려 올라오고 있다”며 아군기뢰 폭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천안함은 좌초 이후 절단된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좌초되거나 가라앉은 배를 인양 작업에 30여년 간 일한 경험자로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절단면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폭발이 아니라는 걸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실체를 숨기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내부폭발이든 외부폭발이든 폭발은 절대절대 아니다”며 폭발에 의해 배가 두 동강 날 정도의 폭발이면 절대 절단면에 강한 압력의 흔적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절단면은 너덜너덜 한 상태로 폭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좌초된 뒤 한참을 표류했던 것 같다. 천안함의 경우 암초를 발견하고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가운데 바닥 부분을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여 “가라앉으려는 쪽과 떠 있으려는 쪽의 무게 중심이 어긋나면서 한쪽에 힘이 실리면서 부러지는 것이다. 원래 좌초된 배는 그렇게 가라앉는다. 균열이 있는 배를 잠수해서 조사하는데 배에 물이 차면서 엄청난 굉음을 내더니 뒤쪽이 가라앉고 선수가 들리면서 중간 부분이 뜯어졌다. 천안함 생존자들이 말하는 상황과 정확히 같다. 천안함 침몰 7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배에 물이 들어차면서 일부 장병들은 보수 작업에 투입됐다가 배가 갈라지면서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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