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대한민국 청년 ‘워킹푸어’의 현주소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생활비?부채상환은 늘고 고정수입은 줄어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 힘들다면? 얼마 전 종방한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졸업 후 취직을 못하고 있는 황정음이 잠시 구직활동을 접고 생계를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다시 한 번 청년실업 문제가 제기됐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힌지 오래이다. 그러나 ‘청년’의 빈곤화를 얘기할 때 그에 못지않은 시급한 사안이 바로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워킹푸어(Working Poor)’의 문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떠오른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이른바 워킹푸어의 문제다.


얼마전에는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는 책이 발간 되기도 하는 등 열심히 일하지만 기초생활 수급수준을 넘지 못하고 겨우 생활을 연명하는 ‘일하는 빈곤층’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워킹푸어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심각한 이슈로 자리잡지 못하다가 최근 88만원 세대 외에 전 국민이 워킹푸어화되는 현상을 묵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아고라방과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청년 50%가 자신을 ‘워킹푸어’로 인식

 

4월초 엠브레인이란 리서치 회사가 우리나라 젊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워킹푸어’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25~35세까지 총 647명의 근로자가 대상이다. 이번 설문에서 “자신은 워킹푸어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315명으로 전체의 48.7%에 달한다.


이렇게 대답한 응답자 중 287명은 직장인, 13명이 아르바이트였다. 워킹푸어라 답한 이들의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정규직이 204명(68%), 비정규직이 65명(21.7%), 아르바이트가 19명(6.3%), 나머지가 일용직(5명·1.7%) 인턴사원(4명·1.3%)이었다.


월 급여는 100만원에서 150만원 미만이 128명(42.7%)으로 가장 많았고, 150만원에서 200만원 미만(82명·27.3%), 50만원에서 100만원 미만(41명·13.7%) 순이었다.


이들의 월 소득 중 지출비용이 50~80%인 사람이 38.6%(116명), 80~100% 인 사람이 29.7%(89명)로 대다수였다. 월급 전액을 지출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17.7%(53명)나 됐다.

 

즉 젊은 워킹푸어 세대는 저축할 여유도 없이 한달 한달을 빠듯하게 벌어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들의 월급은 주로 생활비와 빚을 갚는데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지출항목을 묻는 질문에 ‘자신의 생활비와 용돈’이라고 대답한 이들이 133명(44.3%)으로 가장 많았고 ‘집안 생활비와 부모님 용돈’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한 부채 및 이자상환이라고 대답한 이들이 각각 80명(26.7%)이었다.


 ‘워킹푸어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51.7%(155명)가 ‘생활비와 부채 상환비 등 고정적인 지출이 많아서’라고 응답했다. ‘월소득은 일정한 데 비해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이들도 43%(129명)였다.


반면 ‘월급관리를 하지 않아서’라고 말한 이들은 4.7%(14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청년 워킹푸어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라기 보다 빈부격차 및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사회적인 구조 때문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위기사태 발생시 1~3개월 밖에 못버텨

 

만약 청년 워킹푸어가 당장 질병에 걸리거나 직장을 잃었을 경우 향후 얼마동안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할까.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약 1~ 3개월밖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다(171명·57%).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불과 4%(12명)에 불과하다. 또 ‘내일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는 절망적인 대답도 23.7%(71명)에 달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워킹푸어가 양산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임금 상승률이 주거비나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생활비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이들이 절대 다수였다(224명·74.7%).

 

다음으로는 ‘부익부 빈익빈을 유도하는 사회적인 구조 때문’(30명·10%), ‘불안정한 고용형태 때문’(27명·9%), ‘소득지출 관리능력 부족’(17명·5.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자신을 워킹푸어라고 답한 젊은 근로자의 32%(96명)는 상당 기간 동안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없으리라고 예상했다.

 

1년 이내에 워킹푸어 신세를 탈출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응답자들은 전체의 14.3%(43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자신이 ‘근로빈곤의 늪’에 빠졌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근로자 11%가 워킹푸어

 

워킹푸어에 대한 인식은 비단 청년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올 1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2008년 기준) 중 워킹푸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11.6%, 약 273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일본(26.2%)보다는 다소 낮지만 2006년, 2007년의 국내 수준보다 높아져 대책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 워킹푸어 문제에 대해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인 청년 실업자들이 근로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빠른 시일 내에 그들이 고용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험료 부담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사회보험료를 감면해줌으로써 취약계층도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부와 여당이 고실업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실업 관련 법률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고라방의 outside**는 “워킹푸어가 생기는 원인은 간단하다.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고, 사회비용은 늘고 노동비용은 줄고, 국가지출은 늘고 국가복지는 줄고, 노동가치에 대한 저평가로 인해 저임금이 늘어나고 의식주 등 고정지출은 계속해서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s***는 “소득 불균형과 금융위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투자는 경색되고 많은 사업체들이 몰락했다. 따라서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들이 줄어들었고 몇 달 동안 쓴 지출을 현재 노동으로 때우는 상태가 됐다. 여기에 신규 일자리들이 비정규직, 일용직 위주로 돌아가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기본 생계비가 모자라는 상태가 발생했다”고 보았다.


그는 “돈의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사람의 가치가 낮아지는게 우려된다”며 “가뜩이나 노령화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일할 수 있는 노동자들도 이런 식으로 살기 어려워지면 암울할 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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