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등에 업은 스마트폰은 거품… 결국 눈속임”
 삼성 차별에 분통… “감정 갖고 비즈니스 해선 안돼”


“쇼옴니아는 홍길동이라서 아버지(삼성전자)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이 그동안 삼성전자에 섭섭했던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는 KT가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자 삼성전자가 SK텔레콤에게만 우선적으로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4월 22일 서울 강남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무역협회(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참석해 ‘스마트폰과 IT혁명’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쇼옴니아는 와이파이(WiFi), 와이브로, 3G망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에서 광고를 낼 때 삼성전자-SK텔레콤의 연합해 옴니아2 팔려고 쇼옴니아는 조그마하게 모델명만 넣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비즈니스에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며 “감정을 가지고 기업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KT는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삼성전자로부터 단말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력 단말기를 SK텔레콤에게 우선적으로 주는 등 차별(?)한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보조금과 관련해선 “아이폰은 보조금이 없다”며 “9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2년 약정하면 휴대전화를 공짜로 주지만 KT는 130만원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휴대전화는 컴퓨터화하고 컴퓨터는 휴대전화화 하는지가 업계의 현 고민이었다. 이를 뒤흔든 것은 애플과 블랙베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과 달리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18만개에 달하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차이였고 블랙베리가 애플에 상대가 안 된 이유도 애플리케이션 즉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삼성과 LG 등 우리나라 기업도 애플의 모형을 생각하고 노력 중에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단순 TV를 파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도 같이 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커넥트 TV(Connect TV)를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90만원짜리 스마트폰은 눈속임”

 

SK텔레콤의 경우 현재 옴니아2 OS 버전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며 갤럭시A(SHW-M199S)와 갤럭시S(GT-I9000) 등을 출시할 계획이 이미 잡혀있다. 하지만 KT는 쇼옴니아 이후 출시 예정인 단말기가 아직까지는 계획에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은 스마트폰 시장과 관련해 “스마트폰은 원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가치가 중요하다”며 “카피할 수 없는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어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석채 회장의 섭섭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9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정말 제 가격인가? 거품이 끼어있다. 결국 보조금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최근 마케팅비 제한 논의와 관련 경쟁사와 국내 제조사들을 향해 또다시 불만을 표시했다. 방통위의 스마트폰 보조금 규제책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분명히 한 것.


이석채 KT 회장은 같은 날 오후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통신학회 주최 '2010 정보통신 대상' 수상 뒤에도 “아이폰 보조금 지급이 과다하다는 논란은 보조금 지급에 익숙한 이통시장 관행에서 생긴 오해로 아이폰은 보조금 지급이 없다”면서 “아이폰은 소비자 요금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낸다”고 강조했다. 단 24개월로 가입자에 약정을 건 것은 그 기간 동안 가입자가 요금을 지불한다는 담보의 성격이며 그만큼 할인해 파는 것 뿐이라는 것.


이 회장은 여기서 한발 나아가 SK텔레콤과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도 내뱉었다. 그는 “각종 스마트폰들이 많은데 애플 아이폰처럼 소비자에게 효용과 가치를 제공하는 그런 제품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결국 아이폰의 효용은 애플리케이션에 있는데 경쟁사는 여기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90만원짜리 스마트폰들이 있는데 정말 효용이 있느냐”면서 “당장 아이폰만해도 90만원에 못미치는데 경쟁력에서는 뒤지면서 이보다 비싼 것은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동안 소비자가 지불할 가치는 적은데도 높은 가격 책정이 가능했던 것은 보조금의 눈속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격만 90만원, 100만원씩 비싸게 부르고 결국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통해 가격을 깎아 파는 게 현실이라면 차라리 원래 가격대로 가는 게 맞지않느냐”고도 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방통위와의 마찰을 의식한 듯 정보통신대상 수상사에서는 “현재 스마트폰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위피의무화 해제, 외산단말기 국내 진입 등 개방화된 환경조성은 현정부와 방통위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해 KT CEO로서의 1년간 성과를 정부와 방통위의 공으로 돌렸다.

 


KT 이석채 회장, CJ 이재현 회장과도 미팅

 

이석채 KT 회장의 광폭 행보가 최근 통신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경쟁사 CEO는 물론 다른 대기업의 수장까지도 서슴지 않고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이런 행보와 관련 업계는 IPTV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석채 회장이 최근 가장 각별하게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IPTV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석채 회장은 지난달 IPTV를 발표하기 직전에는 CJ 이재현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CJ가 그동안 식품 유통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왔지만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미디어 부문이기 때문이다. CJ는 현재 다양한 콘텐츠의 20여개 채널을 보유한 미디어업계 최고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석채 회장이 이재현 회장을 만난 것이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이재현 회장 역시 엄밀히 말해 미디어사업뿐만 아니라 IPTV의 경쟁사인 유선케이블사업에도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KT가 추진하는 IPTV사업자와 동업자적 입장에서 서로의 의견과 조언이 오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즉 기업경영 이력이 없는 이석채 회장이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사업적 노하우와 파트너십을 얻고 이재현 회장은 이석채 회장의 IPTV를 ‘우군’으로 얻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KT 이석채 회장은 그동안 “개방형 IPTV가 상용화되면 미디어산업의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이 확대된다”면서 “콘텐츠 개발자와 이용자의 상생을 지원하고 관련 산업 전체가 동반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IPTV 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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