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따른 ‘이재용 승계’ 파장 막후

‘삼성 지배권’ 정식 상속할 경우 이재용 부사장 세금만 2조원
이 부사장 ‘현금창고’ 가능성 점쳐지는 삼성SDS 내년 ‘상장설’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 실명 전환돼 상장 걸림돌 없어져
삼성생명이 가져다 줄 상장 떡고물·삼성차 부채 과제로


삼성생명 상장을 계기로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에 끼칠 파장에 또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건은 현재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이재용 부사장이 어떻게 승계하느냐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삼성카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상장 추진과 더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게 되면서 지분 20.76%(2009년 9월 30일 기준)를 보유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가치는 4조56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재용 부사장의 재산은 약 2조원3400억원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일가→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으려면 최소한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보다 더 많은 지분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아야 한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액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50%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일부 공제항목을 반영하더라도 편법을 부리지 않는 한 이재용 부사장은 삼성생명의 지분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경우 그 대가로 약 2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재용 승계’ 상속세 2조

따라서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지분상속이 아닌 이재용 부사장의 재산을 빠르게 늘리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재용 부사장이 갖고 있는 비상장 주식에 삼성그룹 안팎의 관심이 유독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부사장이 지분 8.81%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삼성SDS가 앞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 부사장에게 주요한 ‘현금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미 삼성SDS의 ‘내년 상장설’까지 나돌고 있다.

그룹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만 상속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상속 이전에 반드시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지금보다 더 키우는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한편 최근 대한생명, 동양생명 등 생명보험업계의 상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자산 110조원의 공룡이다.

2009년 3/4분기 수입보험료만 16조1480원으로 다른 보험사들과의 경쟁을 불허한다. 당기 순이익도 6520억원으로 3000억원대의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을 압도하고 있으며 지급여력도 생보업계에서는 유일하게 300%를 넘는다.

2006년에 이미 자산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그동안 상장을 하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로는 자산이 많고 영업도 잘 되는데 굳이 상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주주를 포함한 그룹 지배구조를 숨기기 위한 전략의 하나였다. 그랬던 삼성이 5월 상장을 전격 추진하게 된 배경 역시 그룹지배 구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생명을 상장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그룹 관련 지배구조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삼성그룹과 삼성생명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삼성 특검 이후 어차피 삼성생명 최대 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은 모두 실명으로 전환됐고 따라서 상장의 걸림돌 중 하나가 없어진 셈이 됐다.

계약자 배당 삼성차 부채는?

남은 것은 삼성차 채권단과 관련된 문제다.
1999년 6월 30일 삼성그룹은 삼성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건희 회장이 2조8000원 상당의 삼성생명 주식(약 400만주)을 출연해 채권단과 협력업체의 손실을 보상해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해 8월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은 2000년 12월 31일까지 채권단에 삼성자동차 관련 손실 보상을 완료하고 만약 채권단 손실 보상분(삼성주식 350만주)이 2조4500억원에 미달할 경우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31개 계열사가 그 손실분을 보전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합의서 무효를 주장하면서 약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자 2005년 삼성차 채권단은 법원에 약정금 및 지연이자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008년 1월 1심 재판부는 삼성그룹과 채권단 간 합의서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

앞서 약정금 등 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삼성그룹 측에 미처분 삼성생명 주식 233만주 상당 약 1조6338억원과 이에 대한 연 6%의 지연이자 약 6861억원, 합계 약 2조3199억원을 채권단에 지급할 것을 선고한 바 있다.

실상 삼성자동차의 부실은 이건희 전 회장의 무리한 자동차 사업진출 및 과잉투자에 기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만약 부채처리가 조정으로 끝난다면 보상금은 문제의 발단을 제공했던 이건희 전 회장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합당하다. 삼성차 부채처리에 따른 부담을 삼성전자 등의 계열사에게 전가한다면 이는 또 다른 법률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채권단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모두 인수하면 지분 17.65%를 획득해 형식상으로는 2대 주주가 된다. 따라서 그룹 입장에서 보면 지배구조가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 그렇지만 상장이 되면 채권단의 지분 매각 걸림돌 중 하나였던 적정 가격 산출 논란이 해소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 차익 오너일가 갖고 삼성차 부채 계열사 떠넘기기

문제는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인한 이익은 누가 갖고 삼성차 부채는 누가 보상해주게 되느냐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생명 상장 차익을 향유하면서 삼성차 부채 보상금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지난 5월 4일 있었던 삼성생명 일반공모 청약에서는 ‘역대 최대’인 20조원의 증거금이 접수됐으며 투자처 없이 떠도는 시중의 부동자금 19조8444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이 같은 삼성생명의 공모 열기에 대해 증권가는 풍부한 시중 자금이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초대형 업체의 상장 기대감까지 맞물려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삼성생명은 이미 장외에서 1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상장 후에도 주가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채권단에 지급할 주당 ‘70만원 보전’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소비자연맹과 생보상장공동대책위원회가 유배당 계약자 보상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이미 법리적으로 결론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최근 삼성생명이 해외투자 손실 규모가 의외로 크고 책임 준비금 적립이 미비하다는 추측이 제기돼 사실로 확인돼 제재조치를 받을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 상장은 그동안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개편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정 기자 penmoim@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