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크린 속, 하지만 현실은?

▲ 영화 '국제시장'(사진=뉴시스)
스태프 연간 소득 1,445만원 최저임금 못 미쳐

영화 스태프 1주간 총 노동시간 ‘71.8시간

표준근로계약서 사용 중인 영화작품은 소수일뿐

영화노조, “근로자가 누리는 권리들 영화 스태프도 향유해야

[뉴스포스트=장나래] 영화 및 비디오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요즘 청춘을 담보로 한 열정페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도 오랫동안 해묵은 채 내려오고 있는 열악한 근로 환경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13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해당 영화는 제작사와 개별 스태프간에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촬영됐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근로표준계약서는 2013년도 제2차 영화노사정협약 체결 후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현재 적용하고 있는 곳은 소수의 기업과 제작사 중심이다. 이에 영화 스태프들은 아직도 근로기준법상 허용된 시간을 훌쩍 넘긴 채 일을 하고 있으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꿈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텨내고 있다. 대한민국 근로자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예술은 배가 고플 수밖에 없다는 통념 속에 묵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랫동안 곪아 있는 영화계의 열악한 근로 현장을 파헤쳐 본다.

영화현장 표준근로계약서 없이 일하는 경우 태반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은 지난달 30영비법 개정안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스태프를 위한 최초의 법안인 영비법 개정안20141월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 됐다. 박창식 의원은 영비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 입법 발의할 예정이다.

영비법 개정안에는 영화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영화노사정협의회를 구성, 영화근로자의 표준임금에 관한 지침 마련과 보급, 표준근로계약서의 주요 명시사항 표기, 표준근로계약서의 작성 및 사용권장과 재정지원 우대, 영화근로자 안전사고 보호조치 및 지원, 영화근로자의 직업훈련실시, 임금체불 및 표준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한 영화발전기금 재정 지원사업 배제, 표준임금지침 미준수 및 근로계약 명시 사항 위반 시 벌칙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영화노조는 최근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과 더불어 영화 촬영 현장의 근로조건이 새삼 이야기되고 있다영화 국제시장2013년 촬영 당시 제작사와 개별 스태프간에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촬영된 영화이다라고 전했다.

영화노조는 여타 산업 내 경제적·사회적으로 약자인 근로자들의 실질적 지위를 보호, 개선하기 위해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조차 준수되지 못했던 지난한 110여 년의 한국영화산업에서 2차 노사정이행협약 체결(2014. 4.)부터 최저임금보장, 근로시간 준수 및 근로환경개선, 연장 등 시간외근로 수당지급, 4대 사회보험 가입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표준근로계약서가 본격적으로 보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일부 영화작품에서 사용 중인 표준근로계약서는 노사정이행협약의 협약당사자인 대기업들 의지에 의존하는 것이 전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주가 표준계약서를 제시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례가 71.1%’에 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막내 스태프 월평균 소득 47만원 수준...여전히 열악

▲ (사진=영화노조 홈페이지 캡쳐)

영화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2014년 스태프의 평균적인 연간 소득은 1,445만 원(월평균 120만 원)으로 여전히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16382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더구나 하위 직급에 속하는 써드(3rd)854만 원, 수습(막내)566만 원이고, 수습의 경우 월평균 47만 원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지급 관행이 만연한 상황에서 우수한 인력이 영화산업에 발붙이기는 어렵다고 호소했다.

영화노조에 따르면 2014년 스태프의 1주간 총 노동시간은 71.8시간에 이른다. 40시간을 초과하는 31.8시간을 연장·휴일근로로 본다면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시간 제한인 12시간을 무려 19.8시간 초과하게 된다.

영화노조는 이 같은 장시간 근로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대서 기인한다스태프에게 장시간 근로를 요구하는 데 있어서 사용자가 경제적 비용을 수반하지 않다 보니 사용자는 무제한 연장·야간노동을 요구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노동법상 장시간노동에 반드시 비용이 수반되도록 근로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영화노조는 영화산업 내 가장 우선 해결되어야 할 과제인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첫째,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준수에 따른 최저임금 보장, 4대 사회보험 가입, 초과근무수당 지급, 표준근로계약서 적용과 산업 내 표준임금제를 통한 임금수준의 견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표준임금제가 더욱 확산하고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영화산업 노사정협의회 틀에서 공동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영화노조는 현재 영화산업의 촬영 현장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는 현장과 사용하지 않는 현장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그러나 표준근로계약서에 담긴 최소한의 근로조건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 당연히 보장하고 누려야할 권리임을 밝힌다고 다시 한 번 호소했다.

이어 이제 20152월 임시국회에서 영비법 개정안의 통과로 대한민국 근로자 모두가 누리는 당연한 권리들을 영화 스태프도 향유해야 하며 다양한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고 결국 영화는 사람이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박창식 의원 대표로 영비법 개정안발의

지난 2014122일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 대표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박 의원 대표로 발의된 영비법 개정안 제안이유에 따르면 영화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고용과 실업이 반복되는 고용형태로 인해 고용불안, 실업기간 중 생계곤란, 임금수준 저하 등의 문제에 노출돼 있다.

또한 영화제작에는 다양한 분야에 숙련도가 다른 영화종사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근로기간, 임금 수준 등에 대한 기준이 미비해 근로계약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영화산업 근로자의 열악한 고용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영화산업계, 영화산업노동조합은 201242차 노사정협약을 체결해 4대 보험 적용, 표준임금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합의하였으나 실제 영화제작 현장에서는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노사정 합의사항의 이행을 뒷받침하고 영화산업 근로자의 안전사고로부터의 보호, 직업 훈련 등을 통해 영화산업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영화산업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함으로써 영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문체부 장관, 근로표준계약서 적용 영화 시간이탈자촬영현장 방문

▲ (사진=영화노조 홈페이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인천시 동구(창영동 5)에서 촬영 중인 영화 시간이탈자의 촬영 현장을 방문했다.

영화 시간이탈자는 영화 국제시장과 마찬가지로 전체 스태프가 근로표준계약서를 통해 계약하고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다.

현장에서 김 장관은 근로표준계약서를 적용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촬영 현장 스태프 등 영화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제작사인 상상필름 안상훈 대표, 곽재용 감독, 배우 정진영과 현장 스태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 시제이 이앤엠(CJ E&M) 권미경 상무 등과 함께 영화 스태프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영화 관계자들은 근로표준계약서 적용 후, 일일 근로시간 준수와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 안정적인 임금 지급 등, 스태프 친화적인 근로 환경이 조성되었다라고 말하며 제작자 입장에서도 좀 더 철저히 사전계획을 수립한 후 제작을 진행함에 따라 제작 효율성이 높아지는 면이 있다고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 영화산업노조 관계자와 스태프들은 현재 근로표준계약서를 적용하는 곳이 소수의 기업과 제작사 중심이라 아직 모든 스태프가 체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직종이나 직급별로 세분화된 맞춤형 계약들이 필요하므로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안내서나 사례 모음집 등을 제공하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작년 노사정 협약에 참여한 주요 투자배급사들이 근로표준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자고 약속을 했으니 올해는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표준계약서 사용으로 제작비가 증가하는 부담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나 우리 영화현장을 정상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문체부 출자 펀드가 영화에 투자할 때는 그 자금이 먼저 스태프 인건비에 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체부 측은 영화 근로표준계약서는 2013년도 제2차 영화노사정협약 체결 후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정부와 영화계가 근로표준계약서 확산에 힘을 기울인 결과 20135.1%에 불과했던 표준계약서 사용률이 2014년에는 23.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표준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일일 근로시간 준수, 4대 보험 등을 적용해서 계약을 한 경우(준용)를 포함하면 201317.9%에서 201434.0%까지 사용률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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