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독버섯처럼 번지는 마약사범

대한민국이 늘어나는 마약사범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마약 관련 범죄로 외국 감옥에 갇힌 한국인 수는 220명이다. 이중 절반은 마약사범을 엄하게 처벌하는 중국에 있다. 중국에 92명, 일본 75명, 스페인 10명, 미국 9명이 수감돼 있다.
국내에서도 마약사범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연예인 관련 마약사범과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 강사들을 중심으로 마약관련 판매 및 흡입 관련 구속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인 마약사범 220명이 외국 감옥에 수감
대마잎과 씨앗 형태로 마약 들여온 외국인도

  
지난 5월 10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성분이 들어 있는 물질을 몰래 들여와 합성대마초로 만들어 피우고 유통한 혐의로 32살 M씨 등 외국인강사 2명과 외국인 클럽 DJ 한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서 합성대마초를 구입해 이태원 클럽에서 팔거나 피운 혐의로 27살 박 모씨 등 1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뉴질랜드 출신 강사인 M씨 등은 지난해부터 1년 동안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된 ‘JWH-018’ 성분이 든 가루 700g을 밀반입해 합성 대마초로 만들어 피워 온 혐의다. M씨는 최근까지 서울 명문대학의 어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했으며 나머지 강사 한 명은 주로 어린이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쳤다고 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대마초 등을 판매 혹은 흡입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이 꽤 눈에 뛴다. 지난 3월에는 대마초를 판매?흡입한 혐의로 카자흐스탄 국적의 32살 김 모씨 등 외국인 3명이 구속되고 9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일산에 있는 외국인 전용 술집에서 만나 대마초를 판매하고 수 차례 흡입했다. 조사 결과 김씨 등은 세관 검색을 피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대마잎과 씨앗 형태로 마약을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대학교 실험실에서 마약제조한 中교수도

지난 3월에는 또 서울 모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중국인 교수가 마약을 만들어 팔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 유명 대학원 화학과를 졸업한 중국인 32살 차 모씨는 2008년 서울에 있는 모 대학교 교수로 특채된 재원이다. 빛과 화학반응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광화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인재였다. 그는 학교에 마련된 자신의 실험실에서 버젓이 마약을 제조했다. 이 학교에서 1년 6개월 정도 학생을 가르치던 차씨는 한국에 유학 온 중국인 여자친구의 학비를 보태기 위해 마약을 제조했다는 것. 교수로 특채되긴 했지만 정교수 신분이 아니어서 월급이 170여만원 정도에 불과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제조에 나섰다는 것이 그의 궁색한 변명이다.

차씨는 2008년부터 신종마약물질로 지정된 원료를 적정비율로 혼합하는 방법을 썼다. 자신의 실험실에서 이런 수법으로 제조한 신종마약 GHB는 320g, 시가로 6,400만원 어치나 된다. 또한 그는 마약원료를 학술용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사용처를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은 중국인 교수 차씨와 이 마약을 인터넷으로 유통하려 한 또 다른 중국인 등 2명도 함께 구속했다. 이 신종마약의 제조방법이 어렵지 않다는 화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확보하고 다른 제조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가정집에서 대마 키워 판매한 재미교포 검거

가정집에서 대마를 키워 판매해 온 재미교포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3월 24일. 대구시 남구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는 재미교포 27살 박 모씨는 자신의 집에 전문적인 수경재배 시설을 갖춰놓고 대마를 재배, 외국인에게 판매해 오다 경찰에 구속됐다.

박씨는 미국에서 2년간 대마 재배방법과 가공기술 등을 서적을 통해 공부한 뒤 지난해 9월 한국에 올 때 미국산 대마 씨앗을 숨겨 들어와 집에서 세 차례에 걸쳐 재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가 들여온 미국산 대마는 국산 대마에 비해 환각효과가 강하며 수경재배로 키울 경우 2개월이면 모두 자라나 일반적인 재배 방식보다 훨씬 시간이 단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박씨가 키운 대마 8그루, 약 2000만원 어치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박씨로부터 대마초를 구입해 클럽이나 집 등에서 상습적으로 흡입한 혐외로 미국인 J모 씨 등 대구지역 영어학원 강사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연예인?외국인 영어강사, 전직 경찰관까지?

마약을 들여온 혐의로 연예인 윤설희씨, 마약투약 혐의로 영화배우 주지훈씨 외에 다른 연예인들이 적발되는가 하면 지난해 9월에는 재벌가 3세와 대기업 CEO 아들이 대마초를 피우다가 적발됐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기업 H사 이사의 아들 19살 정 모씨와 S사 사장의 아들 20살 최 모씨 등 3명은 서울 이태원동에서 대마초를 세 차례 피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 같은 마약사범의 증가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안선모 2팀장은 “마약이 유통된 곳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강남과 이태원 일대 유명 클럽이다. 이들은 음악이 시끄러운 홀 안에서 마약을 음료에 타 마셨고 클럽이 문닫은 새벽에는 집이나 호텔로 자리를 옮겨 오후까지 환각 파티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적발된 마약사범 중에는 연예인이나 유흥업 종사자 이외에 외국인 강사나 대학생도 상당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두 달 동안 경찰에 적발된 84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2명. 경찰은 환각 상태에 빠지려는 젊은이들이 직접 마약을 구하러 나서는 등 범행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클럽 일대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월 17일에는 전직 경찰관 48살 A씨가 마약거래를 하려다 붙잡혀 징역 1년에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경찰에서 나와 사업에 실패한 뒤인 지난해 10월 예전의 마약수사 정보원에게서 필로폰을 구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판매금 가운데 일부를 챙기려다 함정수사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또 4월 14일에는 대마초를 흡연하거나 필로폰을 투약하고 환각상태에서 운전을 한 화물차 운전기사와 택시기사 등 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수 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운전을 한 화물차 운전기사 42살 전 모 씨 등 5명을 구속했다. 또,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흡연하고 운전 영업을 한 택시기사 44살 이 모 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친구나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주로 집 근처 야산이나 차량 통행이 적은 도로변에 모여 불법 채취한 대마초를 함께 흡입한 혐의다.

얼마전 5월 12일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한 B씨(53) 등 공급자 13명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투약자 9명이 입건됐다. B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중국에서 필로폰 30g을 골프가방에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들여오거나 인도네시아에서 국제우편물로 위장해 필로폰 10g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고 자신들도 이를 투약한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31g을 압수했으며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해 투약한 자들 중 조직폭력배와 가정주부, 택시 운전기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짝퉁·마약’ 밀수도 급증

한편 최근 들어서는 ‘짝퉁 마약상품’이나 ‘마약’을 사이버 공간을 통해 밀수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5월 9일. 인천공항 본부세관은 마약성분이 들어간 다이어트 제품을 중국에서 밀수입해 유통시킨 혐의로 39살 국 모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49살 김 모씨 등 2명을 수배했다. 국씨 등은 지난 2008년 3월부터 마약류인 마진돌 등이 함유된 다이어트 제품 60만여 정, 5억2,000만원 어치를 몰래 들여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것처럼 속여 판매한 혐의다. 해외공급책을 맡았던 김씨 등 수배자들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해 불법 다이어트 제품을 들여오다 적발되자 국씨와 공모해 해외여행자에게 운반을 맡기거나 보따리상을 통해 밀수하는 수법을 사용해 왔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하고 해당 제품을 판매한 뒤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이나 신용불량자 명의의 계좌로 대금을 받아왔다.

이밖에 대량의 헤로인을 다른 사람의 뱃속에 넣어 운반시킨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된 마약 운반책 23살 우 모씨, 25살 박 모씨, 21살 김 모씨 등은 태국 방콕에서 대만인 공급책으로부터 콘돔으로 포장된 헤로인 덩어리 200여개를 받아 박씨 등 한국인 3명이 삼킨 채 대만으로 운반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 등은 운반하는 헤로인의 양에 따라 150만원에서 530만원까지 받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등이 운반한 헤로인은 모두 1.3kg으로 이는 4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지명수배된 운반책 2명 중 22살 윤 모씨는 대만에 도착한 뒤 헤로인이 뱃속에서 터지는 바람에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다음 대만 경찰에 구속됐다. 또 다른 운반책 김 모 씨는 헤로인 덩어리를 삼킨 채 방콕에서 연락이 끊겨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근자에 마약거래가 성행하는 곳으로 홍대클럽, 강남 외에 서울 영등포역이 꼽히고 있다. 특히 영등포역전은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워낙 노숙자들이 많아 통제가 어렵고 월요일에 거래가 가장 활발하다고 전하는 이들이 있다. 즉 마약 브로커들이 노숙자들에게 5만원 가량의 용돈을 주면서 물건을 건네주고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한국이 마약원료 밀수출 근거지 돼나

지난해 9월 6일. 마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원료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아프가니스탄 등 마약 제조국으로 밀수출하려던 업자가 붙잡혔다. 현지 마약업자들은 제 3국에서 원료를 수입하다 단속이 강화되자 마약 청정국인 우리나라를 원료공급 거점으로 삼은 것. 인천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컨테이너를 수사관들이 수사하자 수출용 원단으로 세관에 신고된 컨테이너 상자 속에서 원단이 아닌 정체불명의 액체를 실은 통이 발각되기도 했다.

컨테이너에 실어 몰래 내보려던 이 물건은 무수초산이라는 화학물질로 마약을 만드는데 원료로 사용되는 물건이다. 원래는 염색공장에서 주로 쓰이지만 생아편을 헤로인 가루로 만들 때 꼭 필요한 물질이다. 검찰과 관세청은 염색업자 박 모씨가 인천항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밀수출하려던 무수초산 10여 톤을 압수했다. 무려 1,000만명이 투약할 헤로인을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국에서 들여오는 무수초산은 10톤에 2,700만원이지만 아프가니스탄으로 팔려나갈 때는 3억원으로 값이 뛴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 수사부 김영진씨는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마약 청정국이라 우리나라부터 수입이 되는 규제가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밀수를 하는 것”이라면서 마약의 밀수출 단속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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