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어뢰’ 맞은 세종시·4대강 사업 중단되나

[뉴스포스트 = 전웅건 기자]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세종시·4대강의 추진이 큰 걸림돌을 만났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들 사업에 대해 야권이 거부할 뜻을 속속 밝히고 있고 여기에 여권에서도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권에서 완패를 당한 한나라 입장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수정안 고수 입장에서 벗어나 야권과의 타협이나 원안으로의 회귀 등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파다하게 나타나고 있다. 4대강 역시 수정안이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 세종시·4대강 조직적 저지 나서
與, “이대로는 안된다” 쇄신론 쏟아져
투표 부결안, 자연 폐기론 등 수정안 논의
靑 “세종시 굴복… 4대강은 그대로 간다”

반기든 야권

민주당은 지난 7일 서울교육회관에서 워크숍을 열어 4대강 사업과 세종시에 대해 조직적인 압박을 할 것을 선언했다. 4대강 사업의 저지를 위해 4대강 유역을 지나는 광역단체장의 권한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지자체가 재정을 부담하는 준설토 관리 업무, 정부와 재정을 분담하는 수변경관개발사업 등에서 지자체의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 4대강 사업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합류지점에 대한 홍수피해 우려 제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의 저지 방안도 제기했다.

또 4대강 유역에 대해 지속적 현장 실태조사, 국회 차원 공청회 추진, 지자체 주민과 함께 4대강 사업 재검토를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 등 여론전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경남, 충남·북, 전남·북 등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지자체 인수위원회에 ‘4대강 사업 재검토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는 무리한 사업 추진 대신 6월 중하순 이후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택 원내 대변인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은 예산이 편성돼 되돌릴 수 없다’며 밀고 나갈 염려가 있는데 새로운 각오로 저지에 나선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의 관심은 수정안 폐기가 아닌 ‘세종시 원안처리 확정’에 있다. 친박의 반대와 야권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서 수정안이 강행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원안처리를 요구하며 여권에 대해 강공을 퍼부을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의 민심확인’을 토대로 여권에 원안에 표기된 대로 중앙부처 이전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는 행정부처 이전 집행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가 관련 절차를 지연하는 식으로 태업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이 지연될 경우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건설사업도 연달아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며 정부에 대해 압박을 해나갈 예정이다.

쇄신론 제기하는 여권

야권의 반기와 맞물려 여권 내부에서도 세종시와 4대강 문제에 대해 기존의 당내입장에서 벗어나 출구전략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야권 단체장의 취임으로 현실적으로 이들 사업에 대한 추진력이 꺾인 상황에서 이미 확인된 충청권과 4대강 반대에 대한 민심을 무시한다면 7·28 재보선에서도 패배가 분명하고 나아가 2년 후 찾아올 총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4대강과 세종시 문제가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에서 큰 폭을 차지했다는 것에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7일 한나라당 패배 원인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4대강 추진이라는 응답이 3명 중 1명꼴인 34%로 가장 많았고, 천안함 사태 등 북풍에 대한 역풍이라는 의견이 12.4%,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 9.9%,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등 ‘노풍’이라는 응답이 7.4%로 4위로 뒤따랐다고 발표했다.

즉 선거전 내내 언급되던 ‘노풍’과 ‘북풍’이 이번 선거에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노풍’의 영향력은 ‘세종시’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졌고 ‘북풍’ 역시 4대강 문제보다 낮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유권자의 선택은 결국 표면화된 바람보다 주요국책사업인 이들 두 사업에 대한 반기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계파를 불문하고 세종시·4대강 문제에 대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개혁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권영진 의원은 “그동안 세종시, 4대강 사업 문제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지 못했고 우리 스스로도 계파 문제에 빠졌던 잘못이 있다”며 “이런 사업들이 반민주주의·반인권으로 와서 친서민정책이 충실하게 진행되지 못한게 어떻게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는지, 민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조정할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 출연, 4대강 사업과 관련 “사업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그런 상황 속에서 반대하시는 분들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저는 환경단체에 계시는 분들의 견해를 충분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현기환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진심을 갖고 일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국민들에겐 밀어붙이기로 보였다”며 “특히 4대강 사업을 하는데 속도 있게 가는 거나 생명에 대해 귀 기울이지 못하고 밀어붙이기로 한 것이 국민들에겐 못 마땅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세종시 문제 역시 집중난타가 이어졌다. 친이재오계 핵심인 진수희 의원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권 광역단체장 당선인을 만나 의견을 듣고, 국회에서는 민심을 반영하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면 대통령이 이것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친이직계 강승규 의원도 “세종시 문제는 동력을 상실했다. 더 끌게 되면 행정 효율이 낭비되고 국민 혼란이 가중된다. 어떤 선택이 효율적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세종시 원안 수정 포기 쪽에 무게를 실었다. 친박계 서병수 의원도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 민심도 나왔다. 상임위 차원에서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출구전략 무엇이 있나

이렇듯 계파를 가리지 않은 수정·폐기안의 속출에 당내부에서는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여러 방식의 전략이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친이계 내부에선 세종시 출구전략과 관련, △정부의 수정안 철회 △한나라당 의총서 수정안 부결 △국회 상임위원회 표결 부결 △국회 법안 계류 후 자동 폐기 등의 시나리오가 의논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일부에서는 수정안과 원안 사이의 절충안을 야당에 제시할 것을 권고하지만 원안 추진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펼치는 야당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국회 표결을 통한 부결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권과 친박계파가 수정안 통과에 대해 명확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현재 상황에서 표결에 들어가면 수정안이 부결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정운찬 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정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상황.

또다른 대안으로는 수정안에 대한 논의를 최대한 순연시켜 18대 국회에서 ‘자동폐기’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당청간 갈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민주당의 거센 반기와 민심을 잡는데 있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출구전략은 세종시에 비해서는 그 수준이 미약하다.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사업이었던 것만큼 세종시만큼 양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여권은 일명 ‘대운하 기반시설’이라 불리는 수중보와 준설토 처리작업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고 치수에 관련된 사업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수정안을 제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다른 방안으로 4대강 사업의 규모와 시기를 ‘적정 수준’으로 축소하고 속도를 늦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나친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으로 환경 파괴 등 여러 부작용이 언론에 표출된 만큼 규모와 시기를 줄여 부작용을 최소화해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나는 버린다

세종시·4대강 수정론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타협안 처리는 거부하고 수정안 처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일말의 양보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세종시 문제에 관해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세종시에 대해 포기할 가능성이 있음을 표출했다.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도 세종시에 대해 출구전략이 논의되는 만큼 이 발언은 세종시 수정안 고수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발언이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도 “국회가 이 문제를 책임 있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국회가 부정적 결론을 내리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와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한번 입장을 정하면 꾸준히 가야 한다. 일 생겼다고 호들갑 떨고 우르르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뭐가 부족했던 것인지 성찰을 하겠으나 선거 결과에 너무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할 건 없다”며 “민심이라는 것은 한쪽으로 쏠렸다고 생각하면 균형을 잡는 것이다. 바람을 쫓아다닐 수는 없다”고 말해 여·야에서 불어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은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종시 문제는 충청권 단체장 전부가 야권에 넘어간 만큼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사실이지만 4대강은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4대강 사업의 경우 야권의 일부지역서도 축소의견은 있어도 실행의지가 있는 곳도 있고 또 이명박 정부의 핵심 역점 사업이었던 만큼 이것마저 철회하면 조기 레임덕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종시 문제는 최소한 ‘수정안 강행’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지만 4대강은 그 규모가 축소되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진행될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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