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놓고 ‘KB vs 하나’ 진검승부 예고

[뉴스포스트=서병곤 기자]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KB 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금융권 재편을 둘러싸고 한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최근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지분 매각 일정을 이 달 말 발표한 예정인 가운데 앞서 인수를 천명한 하나금융과 이에 도전장을 내민 KB금융이 ‘금융권 1인자’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어 내정자, 우리금융 인수 시사… 하나금융 김 회장 자극 “물러설 수  없다”
금융권, 현재로썬 ‘KB금융+우리금융’ 최상 시나리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메가뱅크 ‘Key’는 ‘우리금융’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우리금융과 산업은행을 지목해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어 내정자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주식 맞교환 등으로 우리은행을 살 수 있다”면서 “우리은행이 국민은행보다 사업 다각화가 잘 돼 있어 관심을 두고 있으며 시장에 나오면 조건을 보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우리금융 인수 추진을 시사했다.
 

이는 어 내정자의 평소 소신대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로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이날 “KB금융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금융업계의 삼성전자로 키우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의중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금융도 ‘대형 은행화’를 위한 발판 마련인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 인수와 관련해 “M&A(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며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꼭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누구보다 덩치 키우기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2002년 서울은행 인수 이후 이렇다 할 M&A 실적이 없고, 엘지카드 등 대형 인수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탓이다. 현재 자산규모(192조원)로는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 있다는 절박함이 크다.
 

문제는 돈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유상증자로 실탄을 마련하려다 주가가 폭락하자 증자를 포기한 바 있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모아 컨소시엄 구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와 하나는 지난해만 해도 외환은행 인수에 의욕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속도를 내자 급속히 방향을 선회했다. 이유인 즉 우리금융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대형화 경쟁의 승부가 갈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KB가 우리를 합치면 자산규모 650조원의 독보적 지위에 오르고, 하나가 우리를 인수하면 단박에 자산 530조원으로 1위로 뛰어오른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당장에 6조원 안팎의 현금이 필요한데다 자산규모(112조원)가 작아 인수 뒤에도 독보적인 우위를 누리기 어렵다.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주식 맞교환 방식에 외국계 투자자를 유치하면, 훨씬 적은 돈으로 3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인수할 수 있다. 한 금융권 인수합병 전문가는 “외환은행과 달리 우리금융은 가격보다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더 큰 변수”라며 “낙점을 받기 위해 지주 회장들 간 파워게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윤대 vs 김승유’ 불꽃 튀는 신경전

이처럼 ‘금융권 1인자’ 자리를 놓고 KB와 하나 간 치열한 한판승부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어 회장 내정자와 김 회장 둘 다 ‘MB맨’ 이라는 점에서 이들 간 대결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두 인사는 비슷한 시기에 고려대를 다닌 동문사이다. 개인적 친분도 두텁다. 어 내정자(경영학)는 63학번이고, 김 회장은 어 내정자보다 2년(61학번) 선배다. 어 내정자는 이 대통령이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직접 발탁했고,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과동기로, 이 대통령 사재로 설립된 청계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통령의 측근인 셈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모두 금융권 재편 과정에서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적인 친분과는 별개로 치열한 수 싸움과 파워게임이 불가피하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근 김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전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어 내정자를 겨냥 “인수합병(M&A)은 상대방이 있는데 파트너가 확정되기 전에 직접 M&A 대상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해당 금융회사(우리금융)와 소속 직원들에게 결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우리금융, 산업은행 등을 M&A 대상으로 직접 거명하며 KB금융의 대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게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만큼 하나금융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얘기다.
 

어 내정자도 인터뷰에서 “M&A를 우선순위로 두는 것 보다 KB금융지주의 내실화와 조직 추스르기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KB금융의 포트폴리오(자산 구성)가 은행 중심이기 때문에 다른 금융부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M&A 추진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는 사적인 친분 관계를 떠나 김 회장과의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어 내정자의 ‘KB금융+우리금융’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성 있는 것으로 금융권에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금융에 우위를 보여 온 국민은행이 있는 KB금융과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우리은행을 둔 우리금융의 조합이 어떤 시나리오보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 위원장의 현재 복안은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에 대해 M&A 방식으로 매입하는 무리수보다는 ‘1 대 1’ 결합을 통한 ‘대등합병’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KB금융이 우리금융과 대등결합 방식을 취하더라도 ‘경영권’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또 다른 MB맨인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고려대 63학번, 어 내정자와 동기)은 우리금융이 합병되더라도 “주도권을 우리금융이 쥐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어 내정자 뜻대로 가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우리금융 이 회장과 두 해 선배인 김 회장이 연계 행보를 보일 경우, 하나금융의 인수전에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 할 수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서병곤 기자 sbg12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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