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원투수 남용 부회장의 고민은?

[뉴스포스트=김희정 기자] 위기에 빠진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누구보다 바쁜 움직임을 보였던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돌발 악재들에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시장을 강타한 아이폰 폭풍 때문에 LG텔레콤의 실적도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LG의 간판 모델인 LG드럼세탁기와 디오스 냉장고 등에서 잇따른 사고가 발생해 소비자들을 불안케 했다. 그래서인지 남 회장은 어느 때 보다 더욱 더 ‘내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노베이션만이 살길… 2010년형 드럼세탁기·옵티머스폰 출시
에어컨에 태양전지 결합한 하이브리드·태양광·u헬스사업에 주력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4월 중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구촌 환경보호를 위한 글로벌기업 정상회의 특별연설을 끝으로 지난 8일까지 두문분출했다. 남 부회장이 이른바 ‘잠수’를 탄 이유는 컨센서스 미팅 준비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9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22년째 계속되고 있는 컨센서스 미팅은 ‘합의’와 ‘자율’을 존중하는 LG만의 기업문화를 반영하는 독특한 전략회의다. 구본무 회장은 3주 동안 진행되는 컨센서스 미팅을 통해 53개 모든 계열사 사장들을 독대하고 일일이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전략을 구상한다.
이 자리에서 합의에 이르게 된 사업전략에 대해서는 계열사 경영진에 모든 책임과 권한이 부여되는데 전폭적인 자율권을 부여하는 대신 이에 대한 책임 또한 강조된다. 따라서 컨센서스 미팅을 준비하는 계열사 사장들의 고심도 만만찮다. 하반기까지 끌고 나갈 뭔가 획기적인 사업아이템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컨센서스 미팅에서 논의된 내용은 ‘경영 대외비’로 외부에 발표된 적이 없다. 17일 LG전자 이영근 차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태양전지, 차세대 조명, 총합공조(공기조절 관련 토털사업), 차세대 전지, U-헬스, 스마트그리드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6개 분야의 계열사별 중장기 사업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란 것 외에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 “지난 4월 발표된 LG그룹 친환경 경영전략인 ‘그린2020’에 대한 계열사별 추진상황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컨센서스 미팅에서 구 회장은 대부분의 계열사 CEO들에게 “경영목표를 좀 더 상향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열사들이 원·달러 환율하락, 원자재 가격상승, 경기회복 둔화 등 경영여건으로 인해 다음해 매출과 이익에 대한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내놓았지만 구 회장은 “불투명한 경영환경이라고 해서 움츠러들고 소극적인 목표를 세우지 말라”며 “내년 사업계획 수립시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남용 부회장의 근심

LG전자 컨센서스 미팅을 전후해 남용 부회장의 근심이 큰 이유는 뭘까.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3위 휴대전화 업체로 등극했지만 ‘아이폰 폭풍’으로 인해 올 1분기 휴대전화 실적은 좋지 않았다. 지난 16일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강신구 부장은 “LG텔레콤의 1분기 매출이 작년 대비 36% 늘었고 영업이익 역시 195%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기준으로 적용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다른 통신사에 비해 저조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LGT의 1분기 매출은 2조241억원, 영업이익은 5827억원에 그쳤다.

지난 2월에는 드럼세탁기에서 어린아이들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2008년 9월 전주와 고양에 이어 세 번째 사고다. LG전자측은 “문 닫힘을 막아주는 어린이 보호안전 캡 배포나 안전 캠페인 스티커를 배포하고 있다. 2008년 10일 이후 출시한 모델은 모두 안에서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또 다시 드럼세탁기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한편 LG전자의 간판상품인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의 한 쪽 문이 떨어져 나갔다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잇따랐고 호주에서 양문형 냉장고에 그린 라벨을 잘못붙여 호주 정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영국에 3D TV 1만5000대를 수출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3D TV 출시를 앞두고 프리미엄브랜드 인피니아를 내놓았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다행히 1분기에 백색가전이 선전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남 부회장은 “올해 연간 10~20%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다만 환율 영향으로 원화 기준으로는 늘어나는 착시효과가 있다”면서도 세계경제 위기여파를 돌파하는 것이 LG전자도 비켜갈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남용 승부수’는 무엇?

따라서 남용 부회장은 치열한 스마트폰경쟁을 뚫고 전체 사업비중의 절반에 육박하는 휴대전화사업(43.4%)을 끌어올려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최근 출시한 옵티머스폰 외에 20여종의 새로운 휴대폰 모델을 앞으로 내놓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태양광, U헬스케어 등 그룹의 그린경영 전략인 그린 2020에 대한 전략도 꼼꼼히 세우고 발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남 부회장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헬스케어사업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헬스케어사업실을 신설하고 헬스케어와 관련한 상품기획, 마케팅, 개발 부서 등을 확대했다.
신제품도 발빠르게 출시하고 있다. 16일 LG전자는 국내 처음으로 가정용 에어컨에 태양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23평형 스탠드형 에어컨 실외기 상단에 태양전지 모듈을 채용해 에어컨 보조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친환경 태양전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LG전자측은 태양전지 모듈을 통해 시간당 최대 70와트시(Wh)의 전력생산이 가능하며 해당전력만으로 에어컨의 공기청정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13일에는 뉴욕 맨하튼 브로드웨이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개최된 ‘2010 토니 어워드’서 2010년형 드럼 세탁기 출시행사를 가졌다. 에너지 절약과 세탁력을 강조한 2010년 드럼세탁기를 유명 배우들이 참가한 시상식에서 선보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시상식에서
유명 배우들이 서명한 셔츠를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수익금은 브로드웨이 극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환경단체인 브로드웨이 녹색 연합에 전액 기부하는 이벤트도 펼쳤다. 이날 선보인 신제품은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용량 제품으로 손빨래 동작을 6가지 세탁 동작으로 구현한 6모션 기능을 적용해 세탁력과 헹굼력을 개선했으며 콜드워시 기능을 채용, 뜨거운 물을 사용할 때 보다 60% 이상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또 월드컵 기간 동안 남아공 대회 나이키 광고를 자사 매장에서 상영하는 등 인피니아 풀LED 3D TV 화질 홍보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컨센서스 기간 동안 이 같은 신제품들을 끊임없이 내놓으면서 그는 끊임없이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남 부회장은 “기업은 시장이라는 생태계 속에서 번영하려는 생명체”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노베이션을 통한 해결방안을 마련해 신뢰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면서 악재에 맞설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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