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채권단 압박에 현대건설 M&A ‘사력’

[뉴스포스트=김희정 기자]현대그룹이 채권단과의 재무약정 체결기한을 두 차례나 넘기는 등 재무약정 체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유는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체결시 현정은 회장의 취약한 지분구조로 인해 경영권 불안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7월 중순 이전에 현대건설 매각주관사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혀 현대건설 인수전이 4년 만에 재개됐다. 현대건설 매각 향배에 따라 현정은 회장의 그룹 경영권 안정도 결정되는 상황이라 무엇보다 조급한 상황이다.

 

채권단과의 재무개선약정 체결 두 번이나 연기… 경영권 불안설 ‘솔솔’
‘現代’ 모태인 ‘건설 인수’ 무산돼 현대상선 잃으면 현정은 회장 ‘위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이 채권단과의 재무약정 체결기한을 두 차례나 넘기는 등 재무약정 체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유는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체결시 현정은 회장의 취약한 지분구조로 인해 경영권 불안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7월 중순 이전에 현대건설 매각주관사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혀 현대건설 인수전이 4년 만에 재개됐다. 현대건설 매각 향배에 따라 현정은 회장의 그룹 경영권 안정도 결정되는 상황이라 무엇보다 조급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과거 현대그룹을 일구는데 터전이 된 회사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지금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재무약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약정을 체결하게 되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두 번이나 연기하는 초강경수를 두면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면 현대건설 인수에 있어서 불가능한 위치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MOU를 맺은 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부채비율 감소나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기 때문에 기업의 덩치를 불리는 M&A에 나서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달 30일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이 7월 7일로 미뤄진 상황이다.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을 변경해 달라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 변경 강력 요청

현재 현대그룹의 여신규모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1600억원, 산업은행에 1조원, 농협 1200억원, 신한은행 1000억원이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나빠진 데에는 현대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영향이 크다. 현대그룹측은 현대상선이 올 1분기 영업이익 116억원을 기록하는 등 흑자전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1분기 순이익 부분은 여전히 -940억원를 기록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해운업의 실적이 급속히 개선되면서 올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2분기 1380억원, 순이익 252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외환은행이 이같은 실적개선 전망을 완전히 무시하고 해운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 “주채권은행은 해당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하는데 적당히 털어버리고 나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외환은행에 진 빚 1600억원을 해결하고서라도 주채권 은행을 변경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채권단은 지난 6월 30일 “현대그룹이 MOU 체결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MOU 체결 이후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며 “M&A 시도에 대한 제한을 가하지 않겠다”는 당근책을 내놓기도 했다.

채권단의 현대그룹 죽이기?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시점에 현대건설 매각이 재개된 것과 관련해 증권가에선 ‘현대그룹 죽이기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주력 회사인 현대상선의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인수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의 지분구조는 현대건설이 8.3%, 현대엘리베이터 20.6%, 현대중공업 15.4%, 현대삼호중공업 6.8%, 케이프포춘 5.7%를 갖고 있다. 따라서 8%대의 지분을 가진 현대건설 매각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결정된다. 현대건설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현대상선 주인이 바뀌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의 경우 정통성을 재확인 받는 차원에서도 현대건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의 여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금 동원력 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세계 4위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해 현금 동원에 별 어려움이 없다.
 

현대건설 인수가 재개되자마자 일부 언론을 통해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나돌았다. 6월 30일~7월 1일 사이 조선일보, MBC 등 언론에선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 KCC의 정상영 명예회장 등 범현대가가 최근 회동을 갖고 현대기아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7월 1일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범현대가의 회동은 없었다”며 공식 부인했다. 또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그 어떤 방침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현대건설은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

건설경기가 부진하지만 현대건설은 자체로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조원 이상이 넘는 매출에 4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 1분기 기준 1조4000억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5767억원이나 많다. 건설업체 중에서는 상당히 양호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이에 대해 30일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현대그룹 관계자는 “매각준비 자금에 대해 정확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대건설 인수는 애초의 계획대로 한결같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매각이 시작될 때 차질 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또 현대건설 인수시 현대아산의 남북경협사업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대북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북측 사회간접자본 개발 사업에 참여할 경우 현대건설이 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최근 재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희정 기자 penmo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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