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환경 악화 수익개선 위한 타개책, 제약 경쟁력 약화 우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치약이나 화장품 등 비제약부분으로의 진출이 활발하다. 제약 시장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영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약사들이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활로를 찾는 모양세다.

부광약품은 잇몸전용 치약 ‘부광탁스’의 프리미엄급으로 고기능성 치약에 신경을 쏟고 있다. 지난해 8월 발매된 부광탁스는 대형 할인마트 위주로 영업을 하는 반면, 성분을 차별화 한 고기능성 치약은 약국 위주로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아제약은 박카스디액와 박카스에프액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박카스디액은 지난해 국내 생산 실적 1위(1744억원) 품목에 올랐다. 지난해 343억원이 생산된 박카스에프액을 포함하면 박카스 전체로는 2087억원의 생산 실적을 기록했다. 2011년 박카스에프액과 박카스디액은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했다.

동국제약은 구강브랜드 ‘인사덴트’, 화장품브랜드 ‘센텔리안’을 잇따라 출시하며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2년 출범해 건강기능식품을 담당하던 헬스케어사업부가 치약, 화장품 등 의약외품을 담당하고 있다. 또 동국제약은 인사돌(잇몸치료제), 마데카솔(상처치료제)에 각각 함유된 지메이스엘 성분, 센텔라아시아티카 성분을 치약, 화장품에도 사용했다.

광동제약은 ‘음료회사’라 불릴 만큼 의약품 외 식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음료 등 식품이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광동제약의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액(별도 기준)은 5209억7251만원이다. 이 중 음료인 삼다수·비타500·옥수수수염차 등 유통 부문의 매출이 전체의 50% 넘게 차지했다.

지난해 삼다수 매출은 1479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28.4%를 기록했다. 이어 비타500은 1039억원으로 19.9%를, 옥수수수염차는 476억원으로 9.1%를 차지했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의약외품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사업다각화의 일환이다. 유통망도 기존 약국 뿐 아니라 대형마트, 홈쇼핑, 백화점 등으로 다양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약품 시장규모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최근 5년간 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2014년 의약외품 시장 규모는 1조4587억원으로 2013년 1조2965억원보다 13% 증가했다. 생산실적 기준 상위 품목은 치약제, 염모제, 내복용제, 생리대 등이었으며 금연보조제와 보건용 마스크도 생산이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에 대한 인식이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으로 변화하면서 의약외품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며 “의약품의 경우 연구개발(R&D) 투자에 비용과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캐시카우로서 의약품 외 분야에서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외품 수요가 늘어난 것 뿐 아니라 제약 환경이 악화된 것도 제약사들의 외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쌍벌제’ 도입 등을 통해 병의원을 상대로한 리베이트 규제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제약업계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약사의 외도가 자칫 제약 분야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신약개발 등 투자는 외면한체 의약외품 분야 외도로 단기적인 실적개선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최근 제약사들의 R&D비용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빈약한 상황이다.

한미약품, LG생명과학 등 일부 상위제약사를 제외하면 지난 해 대부분 제약사의 매출대비 R&D 비중은 10%에 못미쳤다. 글로벌 10대 제약사 평균은 14.5%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복제약 비중이 큰 우리 제약 환경에서 신약개발 위축은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토종 제약사들의 기술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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