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비노계, 끓어오르는 신당설 ‘잰걸음’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홍세기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이 가시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호남 출신 비노계 정치인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또 이번에 탈당한 당원 100여명이 신당 창당을 선언한 가운데 천정배 의원의 선거를 도운 것을 고려하면 연대 가능성도 크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흔들린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을 비롯해 친노계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1차 혁신안의 ‘현역 의원 교체지수 평가’가 반대파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전가의 보도로 이용 될 수 있다는 점이 비노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혁신위 방안대로라면 비노계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아예 공천신청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협 의원의 ‘세작’ 발언도 비노계의 반발을 샀다. 김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당원 자격은 친노와 친DJ”라며 “비노계는 새누리당의 세작”이라 발언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최재성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 강행에 따른 비노계의 반발을 들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분열로 치닫을지 아니면 혁신위의 성공으로 단합에 성공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기의 새정치연합, 텃밭 전북서 신당에 참패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이 최근 시행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도내 국회의원 지역구 11곳 중 무려 10곳에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이름도 없는 가상 '호남신당' 후보에 밀리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지난 7일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 전북도내 11개 선거구별로 500명씩 총 5천5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새정치연합은 전주지역의 한 곳을 뺀 나머지 10개 지역에서 호남신당의 지지도보다도 낮게 나왔다.

여론조사는 새정치연합 후보와 앞으로 탄생할 수 있는 호남신당의 후보, 아니면 무소속 후보 중 누구를 택하겠느냐고 묻는 것으로 진행됐다.

11개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정당 지지율을 총집계한 결과, 새정치연합은 호남신당에 약 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은 현역 의원들에 대한 도민의 평가와 호남신당에 대한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었다.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은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도당 위원장과 국회의원들만 돌려보고 도당 간부들에게도 함구할 정도로 이번 결과에 대한 충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 창당 신호탄인가?
당내 내홍 격화 당원 100명 탈당

이같은 위기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에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옛 중앙당 실무 당직자 출신 등으로 구성된 '국민희망시대' 소속 당원 100여명이 9일 탈당을 선언한 것. 이들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당원들이라는 점에서 신당 창당 논의에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손학규 전 대표 시절 사무부총장을 역임한 국민희망시대 정진우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연합은 비전을 상실하고 친노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는 당이 되고 말았다"며 "국민들이 메르스 불안과 가뭄에 목이 타는 상황에도 반쪽짜리 지도부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새정치연합의 현실"이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어 "정권교체에도 실패하고 각종 선거에 참패해도 반성도 쇄신도 책임도 없었다. 그 중심에는 계파 패거리 정치만 있을 뿐"이라며 "이를 지켜보면서 더 이상 새정치연합으로는 총선과 대선승리는 무망한 일이며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민과 보통주민만을 향해 갈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민당을 창당해 전국정당으로 도약시켰듯이 이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만들어 한국정치의 중심적 역할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르면 다가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에 당 이름을 걸고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곧 지역별로 2단계의 탈당이 있을 것"이라며 "신당 창당 작업에 들어가는 데 대해 나름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치열하게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새정치연합 소속 평당원들이 대거 탈당을 선언함에 따라 신당 창당 논의도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이날 기자회견을 박주선 의원이 주선해줬다는 점에서 추후 박 의원이 이들과 창당 논의를 이끌어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박 의원은 정대철 상임고문과 함께 국민희망시대가 '호남정치 복원'을 주제로 열었던 강연회의 연사로 참석하기도 했다.

다만 박 의원 관계자는 "정론관을 잡아준 것은 의원 소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결해 준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오히려 탈당을 말리려던 사람"이라며 "탈당에 대한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정 회장도 "박 의원과 협의라기 보다는 평소에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저희가 읍소한다. 같이 동참하자고 쫓아가서 이를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들의 신당 창당 논의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가담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을 비롯한 일부 당원들은 지난 4·29 재보궐 선거 당시 천정배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대안정당을 만들기 위해서 유능한 분과 협력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천 의원도 이들과 신당을 창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당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넘겨짚지 말라"면서도, "현재의 야당이 수권 세력으로 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와 인식을 같이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어떤 생각에서 그들이 탈당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이들이 탈당했다고 하더라도 신당 창당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크더라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로 가서는 안된다는 게 호남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이라며 "이들의 신당 창당 시도는 성공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천정배 “새정치 창당파, 대화·소통의 상대”

천정배 의원은 10일 새정치연합 내 불거지고 있는 신당 창당파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상대방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개혁정치의 국가비전 모색' 금요토론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확하게 말하면 신당은 아니고 새로운 세력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인물과 비전을 탐색하는 단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천 의원은 "그걸 넘겨집어서 거기에 제가 합류한다든가 제가 무슨 세력을 만드는데 선발대라든가, 아직은 그런 게 아니다"며 "여러 움직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탐색 단계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그는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분들과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같이 뜻을 모을 건지에 대해 결정된 바 없고 혼자 결정할 것이 아니다"며 "많은 분들과 꾸준히 대화와 소통, 의논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를 탈당한 100여명의 당원 모임에 대해 그는 "그분들과 사전 연락도 없었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서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서로 대화를 나눠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노계 신당론 솔솔
“신당론, 피부로 느껴…탈당은 신당의 전조”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인 박지원 의원이 신당·분당론과 관련해 “지금 새정치연합이 크건 작건 분당이 되는 건 상수로 보고 있다”며 “지금은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가시하되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몇 개 그룹이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 같이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신당 참여 가능성에 대해 “아직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태도가 바뀔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추가질문에 “정치는 생물이니까”라며 여지를 남겨 언제든지 신당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면 옮길 수 있음을 알렸다.

또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인 만큼, 문 대표와 김 위원장이 누가 보더라도 혁신다운 혁신을 했을 때 그런 것은 작아질 것”이라고 혁신의 중요성을 전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이번에 제대로 된 혁신안이 나오지 않으면 새정치연합도, 대한민국 정치사도 실패한다”며 “그동안 각 정당의 혁신안은 항상 호랑이를 그려서 당으로 넘어오면 고양이가 되고 실천은 쥐꼬리가 돼 국민·당원의 신뢰를 잃었다. 문 대표의 과감한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비노계 주승용 새정치연합 의원도 10일 "어제도 일부 탈당이 이뤄지고 했는데 이런 모든 것이 하나의 전조라고 생각한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주승용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가 앞으로 추석 때까지, 혁신안이 발표될 때까지, 그리고 10월 재보궐 선거까지 2~3개월 남았지 않나? 나는 우리 당의 최대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주 의원은 "이 전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일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이걸 중요하게 심각하게 생각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가 앞으로 2~3달 동안 당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신당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4월 29일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것, 더구나 텃밭 광주에서 참패한 것도 문제이지만, 그 이후에 70일 동안 오면서, 모든 당직자들이 사퇴하고 했는데, 지금까지도 인선을 못하고 있는 것, 참패보다도 더 문제인 것이, 참패 이후에 당을 수습하는 과정이 더 혼돈 속으로 빠지고 있다는 것, 이게 문제"라며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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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어중간주의, 호남여론 악화"
신당 "그 나물에 그밥" 주장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수층과 타협을 시도하는 ‘어중간주의’ 모양새가 계속될 경우 호남여론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와 새정치민주연합 쇄신파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공동으로 9일 광주시의회에서 개최한 `호남정신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김헌태 매시스컨설팅 대표는 ‘호남은 진보인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고질병인 무이념, 무정책 체질은 바꾸지 못한 채 아직 2년 이상 남은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며 보수층과 타협을 시도하는 것은 고정적 지지기반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중도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오류이며 패착이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은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제, 복지증세 문제 등 가볍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국민에게 올바른 해답을 제시하고 그것을 가지고 박근혜 정권과 물러서지 않고 싸워 승리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다"면서 "그것이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민심을 복원, 결집하고 유동적 태도를 보이는 중도층을 지지층으로 수용해 총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다"고 말했다.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호남민심의 실체와 호남정치의 향방’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호남민심의 실체는 한마디로 수권야당을 만들자"라면서 "승리에 대한 확신과 기대로 충만한 당을 만들 수 있는 리더십, 정책・노선의 새로움, 계파적 의사결정・자원배분을 타파하는 당내 민주화, 새로운 인물 충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신당과 새로운 인물에 대해 "신당은 새로운 인물의 보고가 될 수 없다. 우선 신당론을 주창하는 이들이 3선에서 5선에서 이르기까지 신선함을 찾을 수 없는 인물이다"며 "뉴 DJ, 안철수의 새정치활동에서 경험했듯이 ‘그 나물에 그 밥’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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