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2011년 6월 국내 운전면허 시험이 간소화되면서 갖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초보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증가한다고 하는 부분도 제기되고 있고 심지어 중국에서 면허관광을 와서 취득해가는 부작용까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중국 정부에서 국내 단기 체류 관광객의 운전면허 취득을 금지해달라는 공문까지 오는 실정에 이르렀다. 중국은 운전면허 취득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 우리나라에서 취득하여 필기시험만 보면 면허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간소화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경찰청에 국내 운전면허 간소화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강화방법을 자문하여 왔다. 그러나 작년 필기시험 300문제를 700문제로 늘리는 방안 이후 어떠한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년 중국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취득한 운전면허 취득자는 4,662명이다. 대부분 제주도 등에서 단기관광을 와서 관광과 더불어 운전면허도 취득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제주도는 특히 비자가 필요없어 1주일 관광이면 3~4일 관광하고 나머지는 면허취득에 사용하면 된다. 관련 운전면허 학원은 중국 통역 등까지 제공하면서 간단한 방법을 가르쳐주고 면허 취득만 해주면 그만인 것이다. 올해 4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직접 면허관광을 하고 있는 가이드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을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운전면허 시험은 필기시험,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으로 나누어진다. 700문제의 문제은행식 필기와 직선 50m의 단순 기능시험을 거쳐, 여러 운전방법을 단순 제시하는 도로주행시험으로 합격이 좌우된다. 가장 큰 문제는 기능과 각종 안전방법을 제대로 익혀 길거리에 나오지 못해 사고의 정도가 크고 대형사고까지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장 길거리를 나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느 초보 운전자는 도로 주행이 두려워 추월선인 1차로를 달리면 된다고 배웠다고 한다. 좌측은 중앙선이니 보지 않아도 되니 우측만 보면서 운전하면 된다고 한다. 추월선은 가장 위험한 차로로 추월이외에는 항상 비워주어야 하는 차로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0m 기능시험의 경우 급정지 등 간단한 방법만 제시하여 심지어 안대를 끼고 합격할 수 있다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그렇다고 간소화 이후 비용이 절약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면허 취득에 100만원 이상 소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면허 시험은 엉망이 되고 비용은 비용대로 많이 소모되는 아무 의미 없는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왜 이 정도로 엉망이 된 것일까? 당시 대통령이 간소화를 언급한 부분은 절차에 대한 방법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라는 것인데 아예 제도 전체를 고쳐버린 것이다. 그것도 당시 제대로 된 운전면허 제도 개선을 하고 있는 도중이라고 할 수 있다. 무시하고 전체를 뜯어고친 것이다.

운전면허 취득은 규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강화할수록 안전이 강화되어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자국의 문화와 시스템에 맞는 운전면허 취득방법을 발전시켜왔다. 우리와 같이 한꺼번에 변화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강화하면서 한명의 생명이라도 건질 수 있는 안전방법을 면허시험에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OECD국가 중 그리 교통사고 지수가 좋은 국가는 아니다. 지금도 사망자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아직도 매우 낮은 국가에 속한다. 운전면허시험은 이 중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까지 경찰청에서는 관련 용역을 통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직 관련 내용이 발표된 것도 아니고 용역 기간을 늘렸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얼마든지 해외 선진국의 제도와 법적 기준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만큼 몇 개월이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제시된 것은 1~2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예전에도 칼럼을 통하여 언급하였다. 아예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원정 운전면허 관광을 수입원으로 하는 것은 어떠냐고. 우리만의 독특한 한류의 하나를 만들자고. 이제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안될 것이다.

절대로 생명을 담보로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도로 상의 살인 면허증이 운전면허증이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안착되었으면 한다. 도리어 예전의 면허시험이 좋았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이다. 경찰청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당장 지금도 불안전하고 불투명한 초보 운전자가 양산되고 있다. 우리 딸도 그 중의 하나이다. 당장 운전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겠다.

김필수 대림대학과 자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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