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1만개 '일자리 기회(?) 만들기' 청년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실효성 논란

▲ 정부는 지난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 합동으로 총 21만개의 일자리 기회를 만들겠다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놨다.(사진=최병춘 기자)

신규채용 7.5만, 대부분 인턴 등 단기채용
실효성 논란, 청년실업 근본대책 역부족
노동시장 개혁이슈 확산, 노동계 반발예고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취업 문턱에 좌절한 젊은세대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가 ‘청년 고용 절벽’이라는 절박한 표현까지 써가며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 기회 2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헌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에게 세제해택과 인센티브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기업 역시 청년고용 해소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부실 대책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정부가 내민 공공부문 일자리 4만여개를포함해 신규채용은 7만5000명에 그치는 대신 대부분 인턴 등 ‘일자리 기회’ 제공에 머물고
있어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에게 내민 대책이 고용절벽에서 구해낼 튼튼한 동아줄이 될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민관 일자리 기회 21만개 창출 공헌

정부는 지난 27일 민관 합동으로 총 21만개의 일자리 기회를 만들겠다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놨다.

기존 고용정책에서 생소한 ‘일자리 기회’라는 표현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일 경험 기회’라는 것은 12만5000명은 강소·중견기업에서의 청년인턴 7만5000명, 대기업 유망직종 직업훈련 2만명, 일학습병행제 3만명을 합한 것이다.

우리가 익숙한 신규채용 대책은 신규교원과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등 공공부문에서 4만여개, 청년고용 창출에 노력한 기업에 재정지원을 강화해 민간 및 해외취업에서 3만5000개에 불과하다.

이번 정부의 대책은 저성장 기조와 노동시장 개혁 지연 등으로 청년 고용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3~4년간 청년 고용절벽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 발표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학진학률이 최고점에 이른 시기(2008~2009년)에 입학한 학생들이 노동시장에 적극 참여하면서 고학력자 공급이 당분간 증가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08~11학번 세대들이 ▲2016년 31만9000명 ▲2017년 31만7000명 ▲2018년 32만2000명 등 매년 32만명씩 사회로 배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3년간 100만여명의 졸업자가 쏟아지는데 내년 정년연장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3년간 총 30만명(연평균 10만명)이 노동시장에 잔류해 인력수급의 미스매치가 커지는 것이다.

청년들이 제때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구조적 대책과 더불어 단기간내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단기적을 일자리 확대 여력이 있는 분야는 공공 부문이다. 기존 교원 명예퇴직 확대, 시간선택제 전환제도 개선, 방과후학교 위탁강사 지원 등을 통해 교육분야 청년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 분야에서는 포괄간호서비스 확대와 유휴인력 재취업 지원 등을 통해 간호인력 채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보육·유치원교사 채용 지원도 늘린다. 공공기관에서는 해외투자·무역진흥, 정보통신·정보화지원분야 등 청년고용 효과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전체 신규 채용을 예년 수준(2015년 1만7000명)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시간선택제 신규채용, 대체인력 채용절차 간소화로 공무원 신규채용여력도 확보한다. 2015~2017년간 4500여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세제지원 등 내세워 기업 채용 유도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부는 기업의 세제·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 경험 기회 제공을 늘리도록 할 방침이다.

청년을 신규채용한 기업에 대해 세제·재정 지원을 강화해 민간부문의 청년고용 유인을 제공한다. 세제 지원으로는 지난해보다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증가한 경우 세액을 공제하는 '청년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다.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도 도입한다. 임금피크제와 청년 정규직 채용을 연계하는 제도로 신규채용 1인당 2년간 연 1080만원(대기업 공공기관 연 540만원)을 지급한다.

우량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청년인턴을 확대하고 취업 연계형으로 재설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인턴 후 정규직 채용 및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개편한다.

바이오, 탄소섬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맞춤형 웰니스케어 등 유망·성장 직종 중심으로 양질의 직업훈련도 2년간 10만명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약속했다. 고용노동부와 기재부는 빠르면 8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골자로 하는 2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마련한다.

재계도 정부 대책에 동참하기로 했다. 경제계 대표 인사들은 27일 청년 고용 절벽해소를 위한 민관합동 대책회의에 참석해 2017년까지 청년 일자리 기회를 20만개 창출한다는 정부 정책에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청년 고용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이 핵심이라는 입장은 다시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현실성 의문…“청년 취업난 해소 역부족”

하지만 이번 대책이 청년층 취업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채용은 3년간 7만5000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직접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인턴 등이기 때문이다.또 정부의 노력에도 20만개의 일 경험 기회를 모두 양질의 일자리라고 하긴 어렵다. 특히 인턴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로서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 실업자가 50만명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1년에 2~3만개의 일자리를 늘리더라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 실업의 규모나 심각성에 비해서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의 일자리 창출 목표 중 절반 이상이 공공부문에서 나오게 돼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이 담보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013년 공공기관의 의무적 청년고용 비율(3%)이 도입됐지만 현장에서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행을 안해도 제재가 없는데다 정부에서 정원이나 예산을 배정해주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번 대책에서도 공공기관 청년 의무고용 기한만 2년 연장됐을 뿐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간 부문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채용을 늘린 기업에 1인당 연 1080만원(대기업은 540만원)을 지원하는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3년간 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인데 실제로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가능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유선 위원은 “민간 기업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청년층 고용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신규 채용을 늘릴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만 상생고용지원금이 편중 지원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향후 임금피크제 확산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기업이 청년 채용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병훈 교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시각차이는 있다”며 “정부는 매번 이중구조를 풀 수 있는 방법으로 유연화를 얘기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되고 있고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청년들이 가고싶은 일자리는 자신의 학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라며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는 처방으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사자 집단으로 볼 수 있는 시민단체 청년유니온 또한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년 유니온은 “일자리 목표치 20만개 중 ‘괜찮은 일자리’는 2%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29일 분석자료를 통해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대책 중 고용창출 성과지표가 분명하며 관련 실행방안을 명시하고 있는 사업은 전체 목표치 20만명 대비 2%에 불과한 신규 교원 채용 뿐”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번 정부 정책은 시간선택제·대체인력 등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효과에 대한 연차별 목표치와 실행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등 여러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가 이번 정부안의 핵심으로 내세운 민간기업 세제지원(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지난 10여 년간의 성과를 평가·진단하는 데에서 출발하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부가 매년 상당한 수준의 세제지원·고용보조금(재정) 정책을 펼쳐왔으나 양질의 청년 고용이 늘어나는 정책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측은 “세제지원·고용지원금 등 민간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양질의 고용창출로 이어지기 보다는 기업이 어차피 뽑아야 할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지원금까지 받아 챙기는 예산 낭비로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정책안은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보여주는 대책”이라며 “고작 이런 대책을 위해 관계부처가 ‘합동’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책안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고용 유연성 강화VS질나쁜 일자리 양산

정부와 재계에서도 이번 종합대책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에 일견 동조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인턴 및 직업교육 등 시간제 비정규직 중심의 20만개 일자리 기회 창출은 임시 단기 대책에 불과하며, 근본적 해법은 노동시장 개혁에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3년간 약 4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필요한데 당장 그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으니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응급 조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노동시장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8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골자로 하는 2차 노동시장개혁 추진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와 재계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부와 재계가 청년 고용 해소 명분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등으로 대표되는 유연성 강화 조치가 질나쁜 일자리만 양산할 뿐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강행하려고 하는 해고 및 취업규칙불이익 변경 요건완화 등 노동시장 정책은 열악한 일자리는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는 축소함으로써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청년들이 아직 사회에 첫 발을 디디지도 않았는데 현 상황보다 고용안정성이 훨씬 불안한 일자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경우 과연 일자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청년고용절벽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청년유니온도 청년고용이라는 명분으로 제기된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 확대는 인과관계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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