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논의 시작부터 격돌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홍세기 기자] 박근혜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시장 개혁'을 둘러싼 여야 간 초반 신경전이 날카롭다. 노동시장 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지만 여야는 개혁을 추진할 주체를 놓고 벌써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당내 특별위원회도 구성한 새누리당은 기존의 노사정위원회에서 개혁 논의를 진행하자고 주장하면서 새정치연합을 향해 당내 특별위원회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와 여야,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대타협기구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는 '노동개혁'을 놓고 본격적인 격돌 모드에 돌입했다.

與, 노동개혁 사회적기구 반대
'野 특위구성' 촉구

새누리당 이인제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장은 30일 야당과 양대 노총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사회적합의기구 구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 "지혜로운 제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을 향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당내 특별위원회 등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법에 의해 상설적으로 운영하는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었다. 법에 의해 항상 운영해온 대타협기구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지난 1년간 100차례 넘는 회의를 하면서 논의를 해왔고 많은 성과도 축적됐다"면서 "별도의 대타협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사회적합의기구가 아니라 기존 논의 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개혁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자는 주장이다.

그는 그러면서 "노동개혁 과제에 시간이 무제한 있지 않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금년 안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표류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정기국회 안에 모든 개혁과제가 마무리 되려면 노사정위원회의 기존 성과를 바탕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대 정당은 노사정위원회 개혁 기구의 당사자로 참여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처럼 뒤에서 뒷받침하는 것이 정도"라며 "야당도 우리 새누리당처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활동하는 특별한 조직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뒷받침 해주고 전략적 대화와 협상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여당이 지금 특위를 만들어 뒷받침하고 있지 않냐"면서 "야당도 이런 기구를 만들어 노사정대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정치적으로 뒷받침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간 노사정위에서 끝없는 논의를 통해 8부능선을 넘는 많은 성과들이 축적돼있다"며 "이것을 다 없애버리고 새로 시작을 하자면 노동시장 개혁을 금년 안에 마무리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답보 상태인 노사정위원회 상황과 관련, "아주 민감한 몇 가지 쟁점 때문에 노측을 대표해 참여하던 한국노총이 결렬을 선언하고 일시 퇴장해있는 상태"라며 "조만간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복귀해서 다시 노사정위원회가 마지막 쟁점 합의를 하는 활동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동계 측이 해고요건 완화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온갖 해고 회피 노력을 다 했는데도 안 될 때는 해고하는 게 가능하다고 하는 판례가 있는데 이 부분을 기업이 남용해 함부로 근로자를 해고하면 또 혼란이 일어나지 않냐"며 "이것을 정부가 엄격하게 요건과 절차를 정해 해고 기준을 만들어보자는 건데, 쉬운 해고의 길을 트겠다고 하는 거냐는 반발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에 관해선 "이미 많은 기업들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많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이것을 빨리 문화로 정착시키자는 것이 이번에 임금피크제 개혁을 논의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대표도 특별강연에서 "노동개혁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이들이 더 나은 미래 세상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장우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노동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노동개혁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의 정상적인 가동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새정치연합은 노사정위의 활동재개를 통해 신속한 합의 도출과 노동개혁 관련법 개정에 적극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野 “땜질 처방일 뿐” 일축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성 제안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의 노동시장 개혁 계획에 대해 "땜질 처방일 뿐"이라며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노동개혁의 하나로 연가보상비마저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의 노동개혁"이라며 "박근혜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은 진정한 노동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 노동시장의 뿌리 깊은 이중구조를 외면하는 땜질 처방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최 정책위의장은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린다고 했던 박 대통령의 '늘지오' 공약이 아직은 살아있길 기대한다"며 "터무니없이 많은 노동시간을 줄이되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공유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참된 가치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기준 의원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아들의 취업난을 아버지의 일자리 탓으로 돌리려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과 중·장년층 간 세대 갈등을 일으키려 한다"며 "전형적인 두 국민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임금피크제는 청년일자리 늘리기가 아니라, 기업의 비용줄이기로 변질될 우려가 매우 크다"면서 △60세 이상 정년보장 전제 임금피크제 노사 자율적 결정 △청년고용 3% 할당제 대기업으로 확대 △중소기업의 영업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촉구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지금 청년실업의 주된 원인은 임시직, 계약직 위주로 고용창출성과에 매달린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낮은 임금과 쉬운 해고가 가능한 '노동개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심지어는 아버지의 일자리와 월급을 빼앗아 자식에게 주자며 세대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10%대의 청년실업과 5분기 연속 0%대의 경제성장의 이유를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비겁한 변명을 그만두라"면서 "정부여당은 노동시장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안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金 “결과의 불평등 강제 시정 안돼” vs
文 “청년 일자리 20만개 모두 정규직 채용”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9일 뉴욕 컬럼비아대를 찾아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과의 불평등을 강제로 시정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성장과 과학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 대표는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정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노력을 해야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성과물인 '결과의 불평등'을 강제적으로 시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과학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양질의 일자리는 GDP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과 신생기업의 출현을 통해 만들어지는 게 가장 좋다"며 "저와 같은 정치인들이 할 일은 이러한 기업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과 달리 한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돼 있는데 이로 인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힘들고 많은 청년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현재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대 간 격차' 해결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많은 미국인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득격차를 유발하는 신자유주의식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며 "2012년 뉴욕 맨해튼에서 벌어진 시위를 보면서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한 글로벌 이슈임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국회 연설에서 지금의 시대정신은 '격차 해소'라는 표현을 썼다"며 "빈부 격차의 확대로 갈등과 분열이 조장되면 '나라의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돼 암울한 미래가 펼쳐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러 부문의 격차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부문이 '세대 간 격차'"라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을 보면 청년세대는 본인들의 부모세대보다 더 못 사는 첫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청년세대의 분노와 좌절은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 세계 리더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치인이 할 일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갈등과 마찰을 줄이는 일"이라며 "그렇다고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양 금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이야말로 최악의 선택'이라는 표현이 있다"며 "정치인과 정당은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선택하면서 미래 청사진을 만들고 실천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청년고용 정책 방안에 대해 "청년 일자리 20만개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정부 청년고용 정책은 전체적으로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절반 이상의 일자리가 시간제, 단기 인턴제 일자리다.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며 "한 세대가 사회적으로 붕괴될 수 있다. 국가재난으로 인식하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표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청년 고용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청년 고용 할당제를 300인 이상 민간 대기업으로 확대하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또 청년 공용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법률로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OECD 최장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며 "법정 노동시간만 준수해도 7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아울러 "구직 촉진수당 등을 도입해 청년고용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생활임금 등을 통해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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