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없는 대기업, 출발 전부터 ‘삐걱’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신규사업자용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미래부, 경쟁 활성화 위해 연내 사업자 선정
투자 부담 만만치 않아 성공 여부 확신 못해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작업이 임박했지만 막대한 초기 자본을 감당할 대기업군에서 좀처럼 참여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진입 장벽 낮추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책에도 절대사업자인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가 버티고 있는 독과점 체제를 깨기 힘든 ‘레드오션’이라고 판단한 대기업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자금력 등 경쟁력이 낮은 제4이통사가 시장에 안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및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올 연말까지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달 중 신규 기간통신 사업자(제4이통사)를 모집하는 공고를 낸 데 이어 오는 9월 말까지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그 후 사업자 선정과 주파수 할당 등의 절차를 거쳐 2017년부터는 제4이통이 서비스를 개시하게 된다.

미래부의 ‘제4이통통신 사업자용 주파수 할당 계획안’에 따르면 제4이통사 후보자들은 2.5㎓ 대역과 2.6㎓ 대역 가운데 하나의 주파수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2.5㎓ 대역은 시분할 방식(TDD)의 통신규격이고 2.6㎓대역은 주파수분할 방식(FDD)의 통신규격이다.

주파수 할당대가로 6년 동안 이동통신 1646억원, 휴대인터넷(와이브로) 228억원으로 잠정 책정됐다. 미래부가 지난해 초 주파수 할당을 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책정했던 최저입찰가(2790억원)보다 가격을 1000억원 가량 낮춘 것이다. 주파수 이용 기간은 2021년 12월3일까지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계획안을 두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사실상 ‘종합선물세트’ 지원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업계 분위기는 냉랭하다.

미래부는 제4이통사 사업자를 선정할 때 ▲기간통신 역무의 안정적 제공에 필요한 능력(40점) ▲재정적 능력(25점) ▲기술적 능력(25점) ▲이용자보호계획의 적정성(10점) 등을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미래부는 사업자 선정 기준에서 ‘자금 확보’ 능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자금력이 탄탄해야 원할한 서비스 제공과 이용자 보호 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후보기업들은 제4이통사 선정공고가 나면 한 달 안에 주파수 할당신청서와 사업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제4이통사 기업으로 선정되면 3년 이내 수도권·광역시 전체 인구의 70% 이상, 5년 이내 95%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망을 구축해야 하는 등 막대한 초기 자금을 투입해야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금을 충당할 여력이 되는 대기업군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제4이통사 후보기업들로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우리텔레콤, IST(인터넷스페이스타임) 케이티넷 컨소시엄, 퀀텀모바일, 코레아텔넷 등이 거론되고 있다. KMI는 공종렬 전 정보통신부 국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우리텔레콤은 월 2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CJ그룹, 태광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참여설이 나돌았지만 통신사업이 ‘레드오션’이라고 판단, 참여를 결정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미래부가 기간통신 사업허가 신청 기간 연장까지 고려하면서 제4이통 출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러나 제4이통사가 까다로운 적격심사를 통과해 출범한다 하더라도 자금력 부족으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새로운 사업자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이 구축한 과점 체제를 깨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 후보업체들이 164억원의 보증금 납부도 비싸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조원이 필요한 제4이통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기존 이통사들이 분기당 마케팅 비용으로만 1조원 정도를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 했을 때 시장 경쟁이 제대로 이뤄질지 회의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이동통신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몇백억 수준인 보증금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법에 따라 보증금 면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이통 3사는 제4이통사 출범이 무산되면 주파수를 차라리 자신들에게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희소 자원인 주파수 낭비를 막고, 주파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통신 품질 저하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18일 주파수 할당계획 토론회에서 ‘시간을 더 달라’는 게 제4이통사 설립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면서 “이는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고 사업적 역량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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