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효과 강조 불구 소비자 불만 여전, 다시 고개든 단통법 무용론 정부·국회 ‘골머리’

▲ 사진=뉴시스 제공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지 다음달이면 1년째를 맞이하게 됐다. 법 재정 당시부터 시행 이후 줄곧 논란의 대상이었다.

무분별한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가격 차별을 막아내고 건전한 유통구조를 구현해 이통사들의 통신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당초 목표가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가 미비한 반면 높은 단말기 구입 비용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여전한 가운데 휴대폰 판매 감소로 관련 산업 침체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법에 대한 재검토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용자 차별 완화와 통신비 거품 제거를 단통법 시행에 따른 가장 큰 효과로 꼽는다.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시장에 요금·서비스 경쟁이 유도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이동통신사가 지원금(보조금) 규모를 공시하기 시작하면서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 번호이동 등 가입자 유형에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금이 제공됐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 혜택을 제공됐다. 선택약정할인액도 과거 12%에서 20%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공시된 보조금과 달리 과도하게 지원하는 불법 보조금 영업 행태에 대해서는 규제를 더욱 강화해 과도한 보조금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이를 통해 정보력 차이로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돌아갔던 휴대폰 구매 가격 차별을 막아내면서 소비 형평성을 실현했다는게 정부 측의 판단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통신요금은 12만48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통신요금도 전년 동기 대비 1.9%, 전 분기 대비 1.5% 줄어들었다. 통신요금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올해 3월 말 이동통신 가입비가 폐지된 데다 5월 중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통신요금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단통법 효과는 정부의 판단과 여전히 거리가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단통법 실시 이후 가계 통신비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불만은 시행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원금의 규모가 하향 평준화되면서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통신비 인하 수준이 만족할 정도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마케팅비용 절감으로 각 통신사가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통신료 인하 수준이 못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단통법 도입 이후 SK텔레콤은 올 1분기 매출 4조2403억원, 영업이익 4026억원을 기록했다. KT는 매출 5조4564억원, 영업이익 3209억원, LG유플러스는 매출 2조5555억원, 1547억원이다.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8782억원으로 전년대비 1.8배 상승했다.

단통법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SK텔레콤 8460억원, KT 7082억원, LG유플러스 50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의 SK텔레콤 1조1000억원, KT 7752억원, LG유플러스 5111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2분기도 비슷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매출 2조6614억원, 영업이익 1924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 96% 가량 늘었다. 순이익은 1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45%나 늘어났다. 2분기 마케팅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3.5% 가량 줄어든 4757억원을 지출하는데 그쳤다.

SK텔레콤의 경우 매출 감소와 대규모 명예퇴직에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24.4% 줄었지만 마케팅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줄어든 7400억원을 지출하는데 그쳤다.
통시사들의 이익 구조는 크게 개선됐지만 시장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단말기 제조사들의 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량이 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된 지 9개월 만에 110만대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9일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업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국내 이동통신단말기 판매 추정치' 분석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1310만대 가량 판매됐다.

단통법 시행 전 같은 기간(1420만대)보다 110만대 가량(약 8%) 줄어든 것이다.

전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3~5월) 통신3사가 총 45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910만대 추정) 휴대전화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980만대 추정)보다 70만대나 감소한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판매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조업계는 고가 프리미엄 폰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고, 소비자들은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폰 유통 시장도 얼어붙었다. 소비자들이 판매점보다 이통사 직영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데다 이통사들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중소 유통판매업자들이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도 개선안 마련에 들어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비공식적으로 '이동통신 유통구조 개선 포럼'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 포럼은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과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 등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연구단체 등 13여명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두차례 비공개 회의를 가졌으며 오는 2일 세번째 회의를 갖는다.

법을 통과시켰던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국회에는 현재 5건의 단말기 유통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분리공시제 도입, 지원금 상한제 폐지, 완전자급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최민희ㆍ배덕광·심재철·한명숙·전병헌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내년 5월로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국회에서 논의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데다 법안을 발의한 여당은 현행 유지 및 일부 조항 보완을 원하는 반면, 야당은 법안 폐지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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