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치 않은 인수 자금 조달 '깊어지는 고민'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 최대 고비였던 금호산업 인수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지난 5월 그룹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데 성공한 박 회장은 금호산 인수를 마무리하고, 금호타이어까지 찾아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너진 그룹을 다시 세우게 된다. 하지만 최종 마무리까지 과정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당면한 녹록치 않은 인수 자금을 조달 뿐 아니라 그룹 재건을 이루더라도 주력 사업의 실적 개선 등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연내 매각 원하는 채권단 7228억원 제시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산업 회장이 제안한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금호산업의 매각 가격을 책정하면서 인수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18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게 최종적으로 제시할 금호산업 매각가격(지분 50%+1주)으로 7228억원(주당 4만1213원)을 최종 승인했다. 현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서면으로 채권단의 동의 여부를 받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승인 기준인 75% 이상의 동의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12일 실무자 전체회의를 열고 금호산업 매각가격으로 7228억원을 합의한 바 있다. 이는 박 회장이 제시했던 7047억원보다 약 180억원 높은 수준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대부분이 연내 매각을 원하고 있는 데다, 박 회장의 인수 의지가 높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금호산업을 처분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1조원 이상의 매각가격을 제시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도 입장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등을 지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뉴시스)

공은 박 회장에게로,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 촉각

이제 공은 박 회장에게 넘어갔다. 박 회장이 투표 결과를 통해 결정된 최종 확정가에 동의하면 30일 우선매수권 행사와 함께 주식 매매계약이 진행된다.

하지만 만약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를 거부하면 시장 매각이 추진된다. 다시 처음부터 매각과정을 밟아야 하는 만큼, 산업은행이 당초 목표한 연내 매각이 물건너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채권단은 금호산업에 투입된 자금에 대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가뜩이나 은행실적이 좋지않은 상황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앞서 박삼구 회장 측은 금호산업 채권단에 매각가로 7047억원을 제시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채권단은 180억원 인상한 7228억원을 매각가격으로 확정하고 ‘최종 확정가로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태도다.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에 최종 확정가를 통보해 이를 수용하면 30일 우선매수권 행사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 연내 금호산업 매각을 종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우선 매수청구권 행사를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박 회장의 고민은 인수자금 조달이다. 애초 1조원에서 2800억원 정도를 가격을 낮추고, 호반건설 입찰금액 6천억에서 1200억원 정도 더 주는 선에서 딜이 이뤄지게 된 상황인 만큼 박 회장 입장에서 나쁜 결과라 보기 힘들다.

단 1조213억원(채권단)과 6503억원(박삼구)으로 4000억원에 달했던 가격차가 181억원으로 줄어든 만큼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 인수청구권 행사를 자금 문제로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특히 금호산업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인수에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회장이 이번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하면 금호산업 워크아웃 돌입 이후 6년 만에 대주주 지위로 복귀하게 된다.

2009년 채권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주식 100%를 보유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맞물려 있어 박 회장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 지분 50%+1주에 대한 우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계열사 대부분을 회수하게 된다.

역으로 채권단 제안을 거부하면 6개월간 청구권 효력이 상실, 제3자 매각이 이뤄져 계열사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

녹록치 않은 인수자금 조달 ‘최대고비’

하지만 인수자금을 마련하기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박 회장은 이미 2012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3300억원 규모 사재를 출연해 유상증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호타이어 지분(7.99%)도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어 대출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다.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재무 자문은 NH투자증권(005940)이 맡고 있지만 아직까지 조달계획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항이 없다.

재계 및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금호고속을 재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인 칸서스파트너스는 이미 프로젝트 사모펀드(칸서스KHB), 인수금융, 펀드자금 등을 활용해 금호고속 지분 100%를 39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호고속이 칸서스에 매각되면 금호터미널은 약 39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른바 돌려막기 식 자금조달에 대한 주주의 반발과 복잡한 출자 구조 등이 난제다. 금호고속은 금호터미널의 100% 자회사로, 금호그룹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으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 매각 대금으로 금호산업 주식을 취득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박 회장이 매수하기로 한 금호산업 지분을 금호터미널이 직접 매수한다면 순환출자 여부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당초 산업은행은 SPA 체결 이전에 금호고속 매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박 회장에게 통보한 바 있다. 계열사 자금을 박 회장 개인의 인수 자금으로 활용해서는 안될 뿐더러 금호고속 매각 이슈가 불거질 경우 금호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의 넓은 인맥을 활용한 자금 조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신세계와 롯데, CJ 등이 박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금호아시아나, 터미널이 가진 유통망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광주신세계백화점이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붙어 있다는 점 때문에 유력한 전략적파트너로 꼽힌다. 이들과 같은 전략적 파트너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낼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박삼구 회장측이 연내 자금 납입을 완료하지 못하면 박 회장의 금호산업 개인 지분(10.07%) 등에 대한 가압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금호산업 지분은 채권 회수가 완료돼 담보권이 풀린 상황으로 지분 가치는 현 주가 기준으로 700억원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매각 이후 자금인수조달 계획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미 7228억원 안에는 금호고속의 가치가 포함돼 있다”며 “계약 체결 이후 매각원칙과 사회적 합의, 법률적 문제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자금조달계획서상 법률적 문제가 있을 경우 매각을 중단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과의 금호산업 주식매매계약서 상에는 자금 증빙 내역이 포함되지 않고 연내 거래 종결을 위반할 경우 제재금으로 위약벌 5%(361억원)를 징구한다는 조항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의 성격으로 청구되는 위약금과 달리 위약벌은 손해 여부와 상관없이 부과되는 일종의 벌금 성격이다.

박삼구 회장이 우선 매수청구권 행사를 결정하면 금호타이어 매각 논의도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숙원인 그룹 재건의 마지막 남은 퍼즐은 금호타이어다.

2009년부터 박 회장 동생 박찬구 회장이 독자경영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쪽 계열사는 이미 계열분리가 되면서 이탈했고 마지막 남는 것은 금호타이어다.

금호타이어도 2010년 워크아웃 결정이 나면서 채권단에 42.1%의 지분이 넘어갔다. 박 회장은 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한 뒤 금호타이어에 대해서도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박회장이 나머지 지분을 어떻게 인수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적개선·금호타이어 인수 등 현안 산적

박 회장 숙원인 그룹재건의 꿈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사업인 아시아나항공은 저가 항공사(LCC) 성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선 노선의 대다수인 중단 거리 노선은 한때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LCC 등장 이후 공급 증가로 판매 단가와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6~8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해 중단거리 노선 수요가 급감하면서 1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분기 매출은 1조3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줄었다. 영업손실도 614억원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하는 LCC 에어서울을 연내 설립, 저수익 중단 거리 노선을 떼어낼 계획이었으나 9월 현재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김수천 대표는 최근 사내 메시지를 통해 현 상황을 '판매 단가는 하락하는데 수입은 감소하고 총비용은 증가해 적자가 구조화되는 위기상황'으로 진단하고 2017년부터 퍼스트클래스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고급 이미지를 포기하더라도 수익을 높이는 고육책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차세대 장거리 항공기인 A350 기종을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통상 신규 노선 취항 또는 기존 노선 증편을 위해서는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한 항공업 특성상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또 다른 주력인 금호타이어는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둘러싼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사가 전면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는 동안 지난달 11일부터 현재까지 매출 손실액은 115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총매출의 7%가 넘는 규모다.

파업이 아니더라도 금호타이어는 위기상황이다. 중국산 저가 타이어 공세와 엔화·유로화 약세로 매출(7845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고 영업이익(553억원)은 반토막(51.1%) 났다. 영업이익률도 타이어 3사 중 최하위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7월 임원 전략세미나에서 금호타이어 실적 부진을 위기로 규정한 후 '전략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질타하면서 직접 현안을 챙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박삼구 회장은 김창규 사장과 함께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온전하지 못하다. 외아들인 박세창 부사장을 지난 4월 대표이사로 취임시켰다가 채권단 3일 만에 취소한 것이 방증이다.

금호타이어 최대주주는 박삼구 회장 부자(9%)가 아닌 산업은행 등 채권단(42.1%)이다.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상태로 금호산업 회수 여부에 따라 매각 본격화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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