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명절, 해마다 가족사건 점철
평소 왕래없다 명절 ‘욱’ 해 불행사건 이어져
직장인, 명절 가장 듣기싫은 소리 “결혼 언제”
명절 연휴 기간 내 싸움도 늘고, 이혼도 늘고
화목한 가족은 남말, 살인 등 끔찍사건 다반사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가위는 풍족하고 온 가족이 모여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하지만 즐거워야할 명절,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면 예상치 못한 싸움이나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나온 ‘말’로 인해 명절스트레스를 유발하면서 일명 ‘명절 증후군’이라는 증상까지 유발한다.

특히 사소한 말 한마디가 9시뉴스 소재가 될수도 있을 만큼 일촉즉발 대형 사건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가벼이 볼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과도한 관심 ‘명절 스트레스’

▲ (사진=뉴시스)

“요즘 뭐하고 지내?” 근황을 묻는 가장 무난한 이 말이 가장 듣기 싫은 추석 인사말이라고 한다.

지난 15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과 구직자 1786명을 대상으로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1012명)은 ‘사귀는 사람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하려고?’(28.3%)를 1위로 꼽았다.

사람인에 따르면 경제적인 이유나 싱글의 삶을 즐기고자 하는 생각에 결혼을 늦추는 경우도 많은데 무작정 결혼을 종용하는 듯한 주위 발언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어 ‘연봉은 얼마나 받니? 먹고 살만해?’(16.5%), ‘돈은 얼마나 모았니?’(9.6%)와 같은 경제상황과 관련된 말도 비호감 언사에 속했다.

실제 직장인 절반 이상(51.7%)이 월급은 그대로지만 생활비는 올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연봉이나 저축상태 등의 민감한 질문은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관련된 발언에 이어 ‘몸 관리도 좀 해야지’(9.5%), ‘아직도 그 회사 다니니? 이직 안 해?’(4.6%), ‘네가 몇 살이지?’(3.9%),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은 있니?’(3.9%), ‘그러다 애는 언제 가지려고?’(3.9%) 등의 답이 이어졌다.

이에 비해 구직자(774명)들이 선택한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는 ‘아직도 취업 못했니?’(17.1%)였다. 이어 ‘결혼은 언제 하려고?’가 9.2%로 2위에 올랐고, 3위는 ‘네가 몇 살이지?’(8.8%)였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3포, 5포 세대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면서 나이나 결혼 얘기 듣는 것을 꺼려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누구는 OO 들어갔다던데’(8.5%), ‘다 거기서 거기다. 아무 곳에나 들어가’(8.4%), ‘언제까지 취업 준비만 하려고?’(6.2%), ‘몸 관리도 좀 해야지’(4.7%), ‘자리 한 번 알아봐줘?’(4.1%),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뭐니?’(4.1%), ‘사귀는 사람은 있니?’(2.8%) 등의 답이 있었다.

한편 듣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직장인과 구직자 모두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각각 37.2%, 34.2%)라고 답하는 등 젊은 층의 상당수가 취업, 결혼 등에 대한 잔소리를 듣기 싫어 명절 연휴에 고향을 찾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명절 연관 검색어, 긍정보단 부정이 더 많아

▲ (사진=뉴시스)

‘명절 증후군’이란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피로 증세’등을 통칭해서 일컫는 말이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친지들과의 만남에 반가움도 잠시, 장기의 귀향 과정, 과중한 명절 내 가사노동 등의 신체적 피로와 성 차별적 대우,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는 산업화 이후 전통적 가족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의 개인주의 문화가 정착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증상으로는 두통, 어지러움, 위장장애, 소화불량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과 피로, 우울, 호흡곤란 등의 정신적 증상이 있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상은 대부분 주부였지만, 최근에는 남편, 미취업자, 미혼자, 시어머니 등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둔 사람들의 심정을 키워드로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키워드보다 부정적인 키워드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지난 22일 트위터코리아가 지난해 추석 명절 연휴기간 동안 조사한 연관어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이 사용된 연관어는 ‘즐거운’이 1위, ‘스트레스’가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관어 ‘힘들다’는 3위에 올랐다.

그러나 1위 연관어 ‘즐거운’은 안부나 인사를 위해 쓰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사람들의 심정을 가장 많이 대변하는 연관 키워드는 ‘스트레스’와 ‘힘들다’가 가장 많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체 연관어 중에서 긍정적인 키워드는 절반이 조금 넘는 56%에 그쳤으며 부정적인 키워드는 34%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중립으로 구분됐다.

또한 20위권 내에는 ‘맛있는 음식’, ‘행복하다’, ‘따뜻한’ 등의 긍정적 키워드가 다수 포함됐지만 ‘적적하다’, ‘후유증’, ‘짝없다’ 등의 부정적인 키워드도 다수 순위에 포함됐다.

트위터코리아 관게자는 “이 같은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은 추석 명절에 제사 준비를 위한 어려움이나 취업과 결혼이 어려워진 젊은 세대들의 고충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매년 추석 즈음이 되면 온라인 상에서 유사한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위터코리아는 가족과 친지들끼리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언행을 조심하자는 취지의 ‘추석 매너 캠페인’을 오는 29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추석 명절만 되면 ‘이판사판’ 가정폭력 증가

▲ (사진=뉴시스)

결혼생활을 하면서 연중 가장 많은 부부싸움을 유발하는 사안으로 돌싱(결혼했다가 실패하여 다시 독신이 된 ‘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여성은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에 부부간의 언쟁이 가장 많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는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지난달 10일부터 15일까지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남녀 496명(남녀 각 248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전 배우자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연중 부부싸움을 가장 많이 유발했던 사안이 무엇이었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여성의 34.3%가 ‘(설, 추석 등)명절’로 답했다. 남성은 응답자 3명 중 한 명꼴인 33.5%가 ‘하계휴가’로 답했고 이어 ‘명절’(30.2%) - ‘양가 경조사’(20.2%) - ‘결혼기념일 등 가족행사’(12.5%) 등의 순으로 답하는 등 ‘명절’이 각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은 명절에 이어 ‘결혼기념일 등 가족행사’가 28.6%의 지지를 받아 두 번째로 많았고, ‘양가 경조사’(20.2%)와 ‘하계휴가’(13.7%)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온리-유 측은 “여성의 경우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명절 때 행사준비는 물론 대가족이 모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어떤 문제로 발생하는 부부싸움이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까?’에서는 남과 녀 모두 ‘명절’(남 34.3%, 여 33.5%)과 ‘양가경조사’(남 29.8%, 여 27.8%) 등을 나란히 1, 2위로 꼽는 등 남녀 간에 의견이 비슷했다.

이렇듯 명절 기간 부부 갈등이 이혼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설 연휴 기간인 1월29일부터 2월2일까지 경찰 112신고센터에 들어온 가정폭력 신고는 닷새 동안 3693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738.6건이다. 같은 해 추석 연휴 기간(9월5~10일)에는 모두 5207건, 하루 평균 867.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하루 평균 가정폭력 신고 건수(619.8건)에 견주면 명절 기간에만 20~40% 신고가 급증하는 것이다.

실제 명절에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면 사소한 다툼은 일어나게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 살인 등 끔찍한 결과를 낳는 사건이 늘고 있다.

시댁과 친정 조카에게 준 용돈의 금액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내를 폭행하는 남편도 있었으며 지난 2월 설 연휴에는 주말부부로 생활하는 A모(57)씨는 명절을 앞두고 집에 왔지만 모친과 자신에게 며칠 째 같은 음식만 나온다는 이유로 아내를 폭행했으며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려고 했다. 이에 부산 동부경찰서는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A씨를 입건했다.

부부간의 다툼이 많은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대법원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법원에 이혼 접수를 신청하는 부부는 평소보다 10~20%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은 9월 이혼 신청은 1만3314건이었지만 10월 들어 1만5957건으로 전달보다 19.8% 늘어났고, 지난해 역시 10% 넘게 증가했다.

경찰 “‘가족간 사소한 다툼’이란 이유, 봐주지 않을 것”

부부간의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간, 형제간의 갈등 등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인 9월14일에는 흉기를 휘둘러 작은아버지를 살해한 끔찍한 일도 발생했었다. 조모(27·강릉)씨는 이날 오전 9시 10분께 원주시 단계동의 한 아파트 계단 앞에서 작은아버지(38)를 미리 준비해온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지난 추석 때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은아버지 집에 찾아와 말다툼을 하다가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설 연휴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설 연휴인 지난 2월18∼22일 신고가 접수돼 처리된 가정폭력 사건은 189건이었다. 5일간 하루 평균 37.8건을 처리한 것이다.

경찰이 통계를 낸 지난 5일부터 연휴 전인 17일까지 하루 평균 처리 건수 28.6건과 비교하면 9.2건이 더 많았다.

경찰은 묘소에 가는 문제, 생활비 지급 문제 등으로 다툼이 발생하면서 설 연휴 가정폭력이 줄을 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 명절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음주를 즐기다 보면 쌓였던 감정들이 나오고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설 연휴인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나흘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165건으로, 하루 평균 41.2건이었다.

이에 경찰청은 명절 때마다 가정폭력 사건이 증가하는 점에 착안해 이번 추석을 앞두고 14일부터 29일까지 특별관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우선 모든 가정폭력 신고는 반드시 현장을 확인하여 피해 여부를 면밀히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피해자 보호와 응급조치·보호시설 인계 등 현장조치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피해자 보호에 주력하면서 ‘가족간 사소한 다툼’이란 이유로 봐주기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특별방범활동 기간 중 가정폭력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된 재발가정의 경우 전담 경찰관 외에 관할 지구대장이나 파출소장이 1회 이상 전화 모니터링을 해 예방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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