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완재 기자]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여야는 이 문제를 좌우 이념전쟁으로까지 몰아가며 양보 없는 대립양상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다.

야당은 범야 연대를 통해 장외투쟁까지 벌이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정화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며 정부의 국정화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부 지자체 교육청과 학계, 일선 교사들의 보충교재 발간 추진작업까지 맞물리며 이 문제는 정치권을 넘어선 좌우이념대립으로 불거지며 자칫 국민갈등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14일 국회에서 진행된 회의를 통해 한 목소리로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국정교과서'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 의식 수준을 무시한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김무성 대표는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먹는 식사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들) 머릿속에 어떤 것이 들어가서 평생 가치관을 자리 잡을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급식'과 '교과서'를 비교했다.

▲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학부모들이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보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교과서는 아이들 정신과 마음에 깃드는 자양분, 역사관, 미래관인만큼 아이들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교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로 한 것은 우리 미래세대에게 올바르고 긍정의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중고교는 건전한 시민양성을 목표로 한 공교육 현장이므로 편향된 교육을 받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올바른 역사교과서 편찬은 이념적 대립이 아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과정"이라며 "편향되고 왜곡된 부분을 역사적 사실에 맞게 고치자는 것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원 원내대표는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은 이미 발생한 확실한 과거이며 야당이 지적하는 국정교과서의 문제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야당은 이념 논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장을 맡은 김을동 최고위원은 "일각에서는 유신으로의 회귀, 친미, 친일, 정권 미화 교과서가 등장한다고 올바른 역사 교과서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며 "현대는 과거와 비할 수 없는 정보화 시대이고 똑똑한 국민으로 인해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견제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왜곡된 교과서를 바로잡자는 걸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미 작동된 만큼 집단 지성의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모으는 데 모두가 동참하자"고 촉구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 역시 "야당이 올바른 교과서를 친일 교과서, 유신 교과서 등 시대착오적인 단어들로 흠집내기에 집중한다"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좌편향된 교과서를 바로잡아 자라는 청소년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객관적 역사를 사실 그대로 가르치기 위한 것이지 정치적 의도를 담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새누리당 경기도당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와 종교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친일 역사 미화에 대한 한국사 국정화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일·독재가 올바른 역사일 수는 없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친일파와 독재자들의 가치관을 올바른 역사라고 가르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국민의 자긍심은 친일·독재를 은폐한다고 높아지지 않는다"며 "근·현대가 친일·독재세력에게는 자학의 역사로 보이겠지만 국민들에게는 조국의 광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고 결국 쟁취한 승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날 위안부 할머니의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 "정부가 추진한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는 일본 위안부의 사진을 두고 일본군을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왜곡 기술했다"며 "아베 정부와 같은 시각으로 서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 싸움은 21세기 친일파와 21세기 독립파의 전쟁"이라며 "이 역사쿠데타가 성공한다면 누가 국란에 몸을 던지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쿠데타를 벌이기에 앞서 일제 하에서 일황에게 혈서를 쓴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이름)의 행적을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역사쿠데타가 성공하면 김구, 안중근 선생은 테러리스트가 되고, 이완용 등 을사오적은 근대화의 선각자로 기억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과 민생을 볼모로 한 위험한 이념 불장난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확고한 역사관 정립과 자긍심 고취는 친일과 유신독재라는 일그러진 역사를 사실 그대로 기록하고 교육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의 플래카드처럼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면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즉각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돼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한 '한국현대사' 교과서는 흡사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 정책을 보는듯한 아연실색할 내용인데, 왜 북한을 따라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난데없는 국정교과서 전쟁에 새누리당이 올인하고 있는데, 집단광기 수준"이라며 "앞장서서 분열과 분란을 일으켜놓고 야당에게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황당하고 쓴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왕조시대에도 여러 사관이 존중됐는데, 박근혜 정권은 유일사관을 추진하고 있고 이는 북한의 유일사상을 연상케 한다"며 "친일 신독재 교과서 만들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천명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