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공정위에 과장광고 동의의결 접수…피해 구제 대책 관건

▲ 사진=뉴시스 제공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자사의 무제한 요금제가 허위 광고라고 자진 신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이동통신사의 ‘무제한 요금제’ 과장 광고 여부를 조사하자 위법 판정이 나기 전에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공정위에 표시·광고법 위반과 관련해 동의의결 신청서를 접수했다.

동의의결이란 과징금 부과 등의 처벌이 내려지기 전에, 사업자가 피해구제를 비롯한 시정 방안을 밝히면 공정위가 타당성 검토를 거쳐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짓는 제도다.

논란은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치열해 진 지난해 중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각자 LTE 무제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불거졌다.

지난 2011년 전체의 5%대에 머물렀던 국내 LTE 서비스 이용자는 지난해 5월 기준으로 80%를 넘어서며 이통사가 경쟁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이때 이통사들이 내놓은 ‘LTE 무제한 요금제’가 대부분 말만 무제한이고 실제 사용에는 제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에게 빈축을 샀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원의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LTE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중 절반은 별도의 제한 조건을 명확히 모르고 있고, 또 4명 중 1명은 실제로 그 제한으로 인해 초과 요금을 낸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통사의 LTE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 4명 가운데 1명은 요금제의 제한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초과 요금을 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상위 3사에서 출시한 223개 LTE 요금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무제한 요금제가 이름과는 달리 제한조건을 포함하고 있었다.

음성 무한 요금제의 경우 영상통화, 부가통화, 인터넷 통화 등은 별도 제공량이 50~300분으로 제한돼 있다. 데이터 무한요금제의 경우 기본 제공 데이터(8~25GB)를 소진하면 매일 추가(1~2GB) 용량을 제공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소비자원은 “통화량과 데이터 제공량을 제한하면서 ‘무한제 요금제’라는 용어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오해하게 만들었다”며 “요금제에서 ‘무한’ 또는 ‘무제한’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지양하고 요금제 가입·변경 단계에서 제한 조건을 정확하게 고지하는 등 사업자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SK텔레콤, KT와 LG유플러스는 사실상 무제한이 맞다고 반박하며 논쟁이 이어졌다. 이통사들은 요금제 종류에 따라 월 기본량을 제공하고, 모두 소진시에는 하루에 2GB를 추가로 제공한다. 또 그 이후에는 3Mbps(3G급)로 속도만 제한할 뿐 데이터 사용을 무한으로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통사들은 지난해 4월 LTE무한요금제를 내놓을 때부터 속도 제한 등 여러 가지 ‘제한 조건’에 대해 누차 밝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올해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본격 출시되면서 이에 따른 ‘무제한 서비스’ 경쟁이 또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로부터 ‘제한 있는 무제한’이라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가속화됐다.

결국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나올 시점에 이통사들이 ‘부당광고’를 시인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기업 이미지 제고와 과징금 면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수백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내릴 경우 법정 절차를 거쳐 무혐의를 받거나 과징금이 줄더라도 그 과정에서 기업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동의의결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정방안으로 ▲데이터, 음성, 문자 제공량을 명확하게 표시 ▲문자메시지 알림 서비스 강화 ▲데이터 일정량 제공 등을 내놨다.

SK텔레콤은 문자메시지의 경우 제한조건을 초과해 과금된 금액에 대해 보상 대상을 확정해 2개월 내에 환불해준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서대로 결정된다면 2014년 3∼4월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 중 ‘무제한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요금을 낸 경우에는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 요금이다. 이통 3사는 데이터를 무한대로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정량 이상을 쓰게 되면 데이터 전송속도가 LTE급에서 3Mbs 이하로 크게 떨어진다.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무제한’이라고 광고해 가입을 유도한 만큼 그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이통 3사는 이에 대한 시정방안으로 보상대상이 확정되는 대로 일정량의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데이터 요금이 이미 과금된 경우에 대한 환불 방안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소비자들은 거의 체감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이통 3사의 동의의결 신청서를 바탕으로 동의의결 절차의 개시를 심의할 예정이다.

일단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의 신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시정방안과 피해구제 대책이 포함되지 않게된다면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들의 집단 항의와 통신사 이미지 추락이란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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