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나뉜 수저…대한민국은 여전히 계급왕국

부모 따라 부와 명예도 되물림? 금은동흙 서열
자신이 흙수저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빙고판까지
가난한 부모 원망하며 금수저 집안 동경하기도
헬조선, 지옥불반도등 현실반영 부정단어 속출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 수저에 계급을 붙인 일명 ‘수저론 기준표’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부모의 직업, 아예 부모 자산이 20억원 이상일 경우 ‘금수저’, 10억원 이상은 ‘은수저’, 5억원 이상 ‘동수저’, 5000만원 이하는 ‘흙수저’ 등 기준 액수로 구분하는 등 부모를 돈으로 가치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 또한 금자식, 은자식, 흙자식 등 계급이 나뉘어지는 등 지금 대한민국은 계급화에 빠졌다. 신 계급론으로도 불리는 ‘수저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추적해본다.

배경의 차이가 삶 전체의 질을 좌우한다?

▲ (사진=JTBC 방송 캡쳐)
최근 유명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MBC에브리원 드라마 ‘상상고양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상상고양이’는 배우 유승호를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했던 터라 여자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조혜정이 아버지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더니 단숨에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는 반응이 다수를 차지하는 등 금수저 논란에 휩싸였다.

단역 이외에는 연기 경력이 없던 조혜정이 현재 방송 중인 온스타일 드라마 ‘처음이라서’와 MBC플러스 ‘연금술사’에 겹치기출연을 하는 데 이어 ‘상상고양이’ 주인공까지 맡은 것은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얼굴을 알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재현이 친딸이지만 극단에서 소품 막내로 일을 시킨다며 자신의 후광을 입지 않게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온 데다 조혜정 스스로도 이런 부분을 강조해왔기에 비난은 더욱 거셌다.

이렇듯 본래 금수저라는 말은 영미 문화권의 ‘Born with Silver Spoon in His Mouth(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다)’라는 오래된 관용구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은’보다 귀한 ‘금’으로 바뀌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네”라고 쓰이며 주로 집안이 좋아 자신의 큰 노력 없이도 편하게 잘먹고 잘사는 이들을 가르키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 반대되는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면서 그 사이사이가 은수저, 동수저 등 세부적으로 메워지게 됐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면 풍족한 환경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아가며 취업까지 유리하게 할 수 있는 반면,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나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치더라도 학자금대출 등 빚에 허덕이다보면 취직이 어렵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절망감이 고조되면서 수저론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계층별 순자산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저론을 자세히 살펴보면, 금수저는 자산 20억원 이상에 가구 연수입이 2억원 이상인 가구 상위 1% 계층이다. 뒤를 잇는 은수저는 자산 10억 이상에 연수입 8000만원 이상인 가구 상위 5% 계층이다. 또한 동수저는 자산 5억원 이상에 연수입은 5500만원 이상인 상위 10%이다. 반면 흙수저는 자산 5000만원 이하에 가구 연수입 2000만원 이하인 상위 50% 이하 계층을 말한다.

‘흙수저 빙고게임’도 생겼다. 가로 다섯칸, 세로 다섯칸짜리 빙고판에는 ‘화장실에 물 받는 대야 있음’ ‘집에 욕조 없음’ ‘부모님 정기적 건강검진 안받음’ ‘집에 곰팡이 핀 곳 있음’ 등 구체적인 생활양식이 기재돼 있는 등 해당 사항도 다양하다. 해당되는 칸에 동그라미를 치게 되는데 동그라미를 더 많이 칠수록 흙수저에 가깝다고 한다. 10개를 넘으면 서민도 아닌 하층민이라는 농담까지 나온다.

SNS에서는 흙수저 말고도 플라티늄수저, 다이아몬드수저, 놋수저, 플라스틱수저 등 돈으로 계급을 나눈 수저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맨손까지 나오고 있는 씁쓸한 이 현실에 대해 누리꾼들은 “나는 흙에도 끼지 못하는 플라스틱 수저” “단순히 웃어넘기기에는 불쾌감이 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청년구직자 “부모님 잘 만났으면...”

▲ (사진=뉴시스)
실제 어려운 취업난 속 대다수의 청년구직자들의 마음 한 켠에 “부모님을 잘 만났으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5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은 2030구직자 1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업세습과 아르바이트’ 설문 조사 결과 구직자 절반 이상인 74.6%가 부모와 동일한 기업 혹은 직종에서 일하길 꺼려하며, 2명 중 1명(47.7%)은 ‘부모의 지위가 높다면 훨씬 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먼저 구직자들은 부모와 동일한 기업 혹은 직종에서 일하길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꺼리는 편이다’는 답변이 50.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매우 싫다’가 24.5%로, 구직자 10명 중 8명(74.6%)은 부모와 동일한 커리어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원하는 편이다’는 22.3%, ‘매우 원한다’는 3.1%로, 부모와 동일한 커리어를 선호하는 구직자(25.4%)는 선호하지 않는 이(74.6%)의 1/3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부모의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 부모와 같은 길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월 평균 가구소득이 가장 낮은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구간의 구직자는 ‘부모와 같은 직종을 꺼린다’는 의견이 77.4%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대로 부모의 소득이 가장 높은 ‘1000만원 이상~1500만원 미만’구간의 구직자는 ‘부모와 동일한 직종을 선호한다’는 의견이 44.8%로 가장 높았다.

한편 구직자 절반 가까이가 부모의 지위가 더 높다면 본인 역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부모의 지위가 더 높다면 본인이 더 성공할 수 있다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16.7%, ‘그렇다’ 31%로 구직자 둘 중 한 명(47.7%)이 동의표를 던졌다. 반대 의견자는 20.9%로 동의자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보통이다’는 의견은 31.4%로 전체의 약 1/3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부모의 경제수준이 낮은 자녀일수록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본인의 성공을 가늠한다는 의견에 더 강하게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월 가구소득이 가장 낮은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의 구직자가 부모의 직위가 본인의 성공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에 53.2%로 가장 크게 동의했다.

이어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50.7%),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49.5%), ▲4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45.2%), ▲500만원 이상~700만원 미만(46.0%), ▲7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49.0%), ▲1000만원 이상~1500만원 미만(20.7%)순으로 부모의 경제력이 강할수록 부모의 지위에 따른 성공 가능성에 동의하는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최근 수저론처럼 부모의 재력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것과 달리 반대로 자식이 계급을 좌우하는 ‘금자식, 은자식, 흙자식’도 등장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부모 배경에 기준을 둔 수저론이 아닌 본인을 기준으로 금·은·흙 자식론을 말해야 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게시물에 따르면 금자식은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경제적·사회적으로 성공해 부모에게 금전적 보탬을 주는 효자 자식들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축구선수 박지성과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그리고 배우 박신혜, 가수 지드래곤 등이 언급됐다. 박지성 선수와 김연아 선수는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적 결실을 얻은 인물이다. 박신혜는 아역배우 시절부터 받은 출연료를 저축해 부모님께 양곱창 식당을 차려줬으며 지드래곤 역시 부모님께 펜션을 차려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은자식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명문대에 입학하거나 대기업에 합격한 자식 또는 창업에 성공해 금전적 여유가 생긴 이들을 말한다. 금자식과 비교해 사회적 명성은 다소 낮으나 학업·취업에 있어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자식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흙자식은 사고만 치고 말썽부리는 학생이나 취업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피시방·집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청년 백수 등이다.

부정적인 관점들이 일반화 되고 있어

▲ 흙수저 빙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러스트 작가 ‘익킨’은 지난 1일 SNS 페이스북에 ‘흙수저 이야기’라는 7컷 웹툰을 올렸다. 이 웹툰은 게재된 지 4일 만에 3만에 달하는 ‘좋아요’를 받고 5800회 이상 공유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해당 웹툰 내용을 보면 은수저는 960도에서 녹았고, 금수저는 1063도에서 녹았지만 흙수저는 뜨거운 1200도의 불 속에서 버텨 도자기로 다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버티자, 중요한 것은 어떻게 태어났냐가 아니라 얼마나 버티느냐니까”라고 조언하며 “버텨야한다. 이 뜨거운 불 속에서 버텨야 산다”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흙수저에게 희망을 안겨준 웹툰” “결국 버텨야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언젠간 나도 도자기가 되겠지”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감동적이라 전했다.

하지만 “금수저 은수저는 애초에 불 속에 안들어간다. 그래서 금수저 은수저다” “금수저 은수저는 고온을 견딜 필요 없이 바로 수저로 사용된다” “흙은 참다가 녹으면 잘 깨지는 도자기가 되고 금수저는 녹아도 24K다” “버틸 수 있는 고령토 같은 흙이 있고 버틸 수 없는 흙이 있다”며 흙수저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

수저론과 함께 지옥(Hell)과 조선(朝鮮)을 합성한 신조어인 ‘헬조선’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뜻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수많은 문제로 인해 지옥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헬‘코리아’가 아닌 헬‘조선’인 것은 소득·빈부격차가 점차 심해져 자산, 소득 수준 등으로 신분이 나뉘는 것이 마치 봉건조선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점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지옥을 합성한 ‘지옥불반도’라는 신조어도 나타나는 등 열정페이, 무급인턴, 비정규직, 취업난 등 청년층의 현실이 점차 부정적으로 심화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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