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준비해온 친환경 자동차부품 사업 본격화, 화학·B2B로 중심 이동 체질 개혁 가속

▲ 사진=뉴시스 제공

계열사별 기능 통합 역량 집중 구조 완성
‘부진’ 가전·IT, OLED·IoT 차별화로 승부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2015년은 LG그룹(회장 구본무)에겐 아쉬움이 유독 많이 남는 한해였다. 올해 또한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중국 등 다른 지역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해법으로 LG는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자 오랜기간 공을 들여온 친환경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등 신성장사업에 제한된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LG그룹은 지난 몇년간 전략부재, 성장성 정체 등에 대한 외부의 우려가 컸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자동차부품, 배터리,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등 신사업에 묵묵히 투자해왔다.

LG는 자신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키워드로 ‘친환경에너지’를 일찍부터 점찍어 왔다. 지난 2011년 발표한 ‘그린 2020’전략이 대표적이다. 당시 LG는 2015년까지 전기자동차 부품, 태양광, 수처리 같은 친환경·신에너지 분야의 ‘그린사업’에 8조원을 투자해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엘지그룹은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의 15%를 이들 사업에서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2015년을 마감하고 있는 지금 유가 하락 등 대외요인으로 목표했던 수준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린사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2016 키워드는 ‘자동차’와 ‘에너지’

특히 미래 신성장 동력인 친환경 자동차부품 사업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LG는 LG전자(자동차부품), LG화학(배터리),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센서·LED), LG하우시스(자동차 소재부품) 등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자동차부품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LG전자와 LG CNS 등이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컨설팅에 관한 사업을 시작했고, 2004년에는 V-ENS라는 별도의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연구개발 역량과 고객사들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2013년 7월에는 LG전자에 자동차 부품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출범시키며 계열사별로 분산되어 있던 기능들을 통합하고 그룹 전반의 역량을 모으는 구조를 완성했다.

LG전자는 2013년 7월 LG CNS의 자회사 'V-ENS'를 합병해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VC사업본부는 차량용 AVN(Audio Video Navigation) 기기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지능형 안전편의 장치로 불리는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차량용 공조 시스템·전기차 배터리팩 등의 자동차 엔지니어링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에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계기판 등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소재·부품분야 핵심 기술을 융복합하며 차량 전장부품 라인업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차량용 모터와 센서, 차량용 카메라모듈, 차량용 무선통신모듈, LED,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전력변환 모듈 등 보유하고 있는 제품군이 20여 종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멕시코에 해외 첫 차량 전장부품 생산기지를 구축한 후 글로벌 시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도 힘을 쓰고 있다. LG화학은 2011년 4월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을 가동했다. 현재 연간 2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중국 난징(南京)시 신강 경제개발구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축구 경기장 3배 이상 크기인 2만5000㎡ 면적에 지상 3층으로 세워졌다.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 5만대 이상(32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기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기준으로는 18만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 공장은 셀(Cell)부터 모듈(Module), 팩(Pack)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일괄생산체제로 구축됐다.

LG화학은 2020년까지 단계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 규모를 현재보다 4배 이상 늘려 고성능 순수 전기차 20만대 이상(PHEV 기준 7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특히 테슬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늘리고 있다. GM, 포드, 볼보, 르노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와 장기공급 계약을 했다. 20개 이상의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LG는 기존 주력사업인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의 IT 역량을 자동차 전장부품에 적용하며 내년에도 사업을 확장할 태세다.

VC사업본부는 출범 이후 매 분기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는 1조8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는 2조원을 돌파해 두자릿수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건설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과 근로자를 격려하고 건설 진행 현황 등을 보고받은 후 공사 부지를 돌아봤다.

화학·B2B로 체질 개혁

에너지 사업에도 주력한다. 태양광을 활용한 신사업이 주목되고 있다. 태양광 사업에서는 LG전자의 태양광 모듈, LG화학의 에너지저장장치, LG시엔에스(CNS)의 에너지 관리시스템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실제로 실리콘 기반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쓰는 태양광 패널 개발도 하고 있다.

특히 탄력을 받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은 2020년까지 12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사업 규모를 10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AES에너지스토리지와 2020년까지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태양광 모듈 ‘네온2’로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태양 에너지 전시회 ‘인터솔라 2015(Intersolar 2015)’에서 태양광부문 본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에너지 관련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하고 태양광, ESS(에너지저장장치), 조명, EMS(에너지관리시스템) 사업을 묶어 에너지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전자가 태양광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반의 가치사슬을 구축한 것이다. 에너지사업센터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솔라사업부, 에너지를 ‘저장’하는 ESS사업부, 에너지를 ‘관리’하는 EMS사업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라이팅사업부 등 에너지 관련 일체의 모든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이 직접 R&D의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LG는 에너지 솔루션·친환경 전장 부품 등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건설을 추진중이다. LG사이언스파크도 구 회장의 작품이다.

LG가 4조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LG사이언스파크는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사업과 에너지·자동차 부품 등 신성장사업 분야 2만5000여명의 연구인력들이 융복합 연구와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선도 제품과 차세대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R&D 메카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행보로 LG그룹의 중심이 전자에서 화학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전과 휴대전화 등으로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업에서 기업 간 거래(B2B)를 이끄는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도 에너지 전문사로서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의 최남곤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 에너지, 전기차 분야에서의 전자 계열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태양광 에너지 사업에서는 LG전자의 태양광 모듈, LG화학의 에너지저장장치, LG CNS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의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LG전자의 구동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운전자 편의 장치,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LG이노텍의 통신 모듈, 카메라 모듈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며 비상장 자회사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LG그룹은 B2B(기업간 거래)사업로의 체질 개혁 의지는 이번 인사에서 드러났다. 구본준 부회장을 신성장사업추진단장 발탁, LG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지휘자 역할을 맡는다.
특히 구 부회장이 그룹 B2B 사업을 맡는 것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에서 벗어나 B2B사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구 부회장은 과거 LG디스플레이, LG상사 CEO를 맡으며 B2B 사업 역량을 쌓아왔다. LG전자에서도 자동차부품, 에너지 사업을 빠르게 키워냈다. 최근 2~3년간은 자동차부품, 태양광 등 B2B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13년 LG전자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자동차 부품 사업 등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VC사업본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앞으로 구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서 소재·부품,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그룹 차원의 미래성장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관련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통신 ‘선택과 집중’

2015년 아쉬움을 남겼던 가전의 경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은 실망스럽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그대로 진행한다. 전자시장에서 휴대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IoT 시대 각종 기기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트윈워시’ 등으로 강세를 보이는 세탁기 시장과 에어컨, 제습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을 포함하는 에어케어(Air Care)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TV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올레드TV를 통한 차세대 TV 시장 주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 ▲트롬 트윈워시 세탁기 같은 시장 선도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태블릿PC·웨어러블 제품 강화를 통해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TV 시장 확대에 대비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 4분기부터 풀가동되는 E4라인을 통해 TV용 8세대 올레드 패널 생산량을 원판 투입 기준 월 3만4000장으로 확대했다. 미래 신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플렉시블 올레드 시장 선도를 위해 구미에 1조500억원 규모 6세대 플렉시블 올레드 신규 라인(E5)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올레드 TV를 통해 세계 최대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북미 주요 유통업체들과 올레드 TV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매장 내에도 올레드 TV 전시존을 운영, 가격 판촉 등의 공동 프로모션을 확대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차세대 네트워크 시장과 사물인터넷(IoT) 시장 선점에 역점을 뒀다. LG유플러스는 전송 속도를 수십 배 이상 향상시키고 전파간섭을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LTE에 이어 5G 기술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비디오,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결제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한편 망 안정성 등을 구현해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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