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데이트 폭력’ 폐해 증가

연인 살해 후 징역, 그러나 출소한 후 또 다시 살해
데이트 폭력을 다스리는 법 따로 없어 문제점 인식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마포가방시신, 서울 마포구 대로변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든 가방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력 용의자인 남자친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피해자와 용의자는 연인관계로 5달 동안 동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헤어진 뒤 괴롭히는 ‘데이트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건은 살인 등 끔찍한 범죄로도 이어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마포가방시신’ 용의자 30대 숨진 채 발견…“미안하다” 유서

▲ (사진=SBS 뉴스 캡쳐)

18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7일 오후 9시 5분쯤 경기 평택시의 한 원룸에서 피해자 김모(23·여)씨의 동거남인 정모(31)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오후 5시10분쯤 매봉산터널 인근 도로변에서 가로 1m, 세로 0.5m 크기의 검은색 가방 안에서 알몸 상태인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검안 결과 김 씨가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김 씨는 발견 당시 알몸상태였으며 흉기나 둔기 등으로 인한 상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가족은 경기도 안성에 살고 있던 김 씨와 연락이 두절되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놓은 상태였다.

이에 17일 경찰은 김 씨의 휴대폰 통화내역, 지인 등을 조사해 유력 용의자로 정 씨를 지목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은평구에 산 적이 있는 정 씨의 휴대전화 통화량은 마포구에 인접한 은평구 쪽에서 많았으며 김 씨의 얼굴과 목 부위에 감긴 수건에 은평구에 있는 한 사무실 주소가 찍혀 있었다는 점도 경찰이 그를 유력 용의자로 본 이유 중 하나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9시께 정 씨의 원룸을 압수 수색하려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의 정 씨 자택을 찾아갔다가 문이 잠겨 있자 소방당국의 협조로 문을 열어 정 씨가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는 자필로 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정 씨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데이트 폭력’…하루에도 0.3건 발생

▲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1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8월까지 발생한 살인사건 중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애인’ 관계인 경우는 총 645건으로 하루 평균 0.3건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애인 관계에서 상해 사건은 하루 평균 7.8건, 폭행은 7.9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 위반은 3.3건, 강간·강제 추행은 1.2건씩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폭력, 상해, 살인 등을 모두 합친 애인 관계에서의 데이트 폭력 건수는 매년 평균 7355건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는 헤어진 동성 연인과 말다툼 끝에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10일, 이모(37)씨는 경기 오산시에 사는 피해자 A씨(33)의 자택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A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A씨의 가슴을 한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2월부터 A씨와 연인관계를 유지한 이 씨는 3월에 헤어졌으나 다시 사귀기를 원했다. 하지만 A씨가 이를 피하자 불만을 품고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가끔 만나던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모(61)씨는 지난해 11월8일 오후 2시45분께 서울 종로구 A(59·여)씨의 집에서 자신이 보름 전에 두고 간 양말과 운동화를 세탁해 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와 다투다 목 졸라 살해했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는 아니었으나 2012년부터 가끔 만나던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허 씨는 과거에도 연인을 살해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2010년 출소했으나 5년 만에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우리사회, ‘데이트 폭력’에 대해 너무 관대해

▲ (사진=뉴시스)

데이트 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는 너무 관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노출이 잘 되지 않는 탓에 장기·반복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인사이에서 벌어진 범죄라 연인사이면 자연스러운 문제라고 고민하지 말고 더 이상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경찰 신고가 필요하다.

최근 개정한 스토킹 범죄만 봐도 10만원 이하의 벌금형만 처해져 범죄억제에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 등 성범죄엔 형법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 적용된다. 욕설·폭언 등 언어폭력은 모욕죄, 신체적 폭력은 폭행·상해·체포·감금죄, 정서적 폭력은 협박죄로 처벌받을 뿐 아직까지 데이트 폭력을 다스리는 법은 따로 없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면 이를 바로 신고 혹은 고소하는 것이 더 큰 사건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데이트 폭력으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증거확보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한다.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 상해진단서, 음성녹취, 사진파일 등 상대방의 폭력행위에 대한 확실한 증거자료를 통해 데이트 폭력을 신고해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