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일가족 둔기로 살해한 40대 가장…불면증 때문에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경기 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가장이 부인과 자녀 2명 등 3명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자신도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처럼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비속살인’ 문제에 세상이 떠들썩한 가운데 또 다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우울증 앓고 있던 가장, 부인·자녀 살해 후 투신자살

▲ 경기 광주서 40대 가장 일가족 살해 뒤 투신 (사진=뉴시스)

21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6분께 경기 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A(48)씨가 “잠을 못자고 있다. 내가 부인을 흉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아이 2명도 살해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 신고 5분여 뒤 24층짜리 아파트 18층에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집에서 A씨의 부인(42)과 아들(18), 딸(11)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부인은 거실 바닥에 반드시 누운 상태로 발견됐으며 아들과 딸은 각각 작은방과 안방에서 발견됐다.

피해자 3명은 모두 머리와 가슴 등에 둔기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었다. 숨진 부인의 시신 옆에서는 피 묻은 둔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아들과 딸의 경우 잠을 자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신한 A씨는 아파트 밖 인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아파트 내부에선 “잠을 못 자겠다. 잠을 못 자니 밤이 무섭다. 약을 먹었는데 그게 잘못된 것 아닐까”라고 적힌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신고 내용처럼 A씨가 부인과 자녀를 살해하고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신고 당시 불면증 때문에 범행했다고 언급했으며, 거실 서랍장에서 실제 불면증 약이 발견됨에 따라 A씨의 진료기록을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또 정확한 범행 시각과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를 포함한 4명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일가족 사망 사건’

▲ 경기 광주서 40대 가장 일가족 살해 뒤 투신 (사진=뉴시스)

지난해 1월6일 서초동에 살고 있던 한 가정의 가장 강모(48)씨는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다 자신의 아내(48)와 14살, 8살의 어린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119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강 씨는 ‘처와 아이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말한 후 잠적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10분께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도로에서 검거됐다.

검거 당시 강 씨는 대청호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옷이 모두 물에 젖은 상태였으며 손목을 그어 자해를 시도한 흔적이 발견됐다.

법원은 강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무방비 상태의 아내와 두 딸을 무참히 살해했다”며 “사체를 그대로 방치한 채 범행 현장을 떠나는 등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9월 제주에서도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해 9월21일 오전 7시58분쯤 제주시 외도일동 모 어린이집에서 40대 남성과 여성, 어린이 2명이 숨져 있는 것을 출근한 어린이집 교사가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이 일어난 곳의 어린이집 원장 일가족으로 추정되며, 남편 고모(52)씨가 아내인 어린이집 원장 양모(40)씨, 중학생 아들(14)과 초등학생 딸(11)을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은 3층 난간에 목을 매 2층 계단으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으며 2층 가정집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에는 제주 일가족 남편이 쓴 짧은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잘 떠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매년 빈번하게 발생하는 ‘존속살해’…대책 필요해

▲ (사진=굿네이버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매년 평균 1143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중 가족 살해는 매년 평균 56건이라고 한다. 가족간 일어나는 살인행위인 ‘존속살해’가 살인사건의 약 5%에 해당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자식살해의 가해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살해범죄의 과반수 이상이 아버지라는 것이다. 매년 비속살해가 평균 30여건에 달하고 있다. 위의 사례들 역시 모두 아버지가 부인과 자녀들을 살해한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법정 형량이 일반살인보다 낮아 가중처벌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가족범죄의 원인에 대해 범죄심리학자들은 “경제적으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무력감과 연관이 있다”며 또한 “가부장문화로 인해 자식을 소유물로 판단하는 시각 역시 약자인 자녀를 희생물로 만드는 한 원인”이라 설명한다.

이 뿐 아니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의 증가도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형법 250조 2항은 직계존속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선 일반적인 살인 형량(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법정형을 무겁게(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하고 있다.

반면 영아살해의 경우(251조) 산모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법정형을 일반 살인죄보다 낮게 정해 놨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녀를 가장의 소유물 내지는 부속물로 여기는 가부장적 자녀관이 바뀌어야한다”며 “법과 제도와 같은 사회적 요인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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