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 비교 청년일자리 개선은커녕 더 악화

오래된 인턴 ‘부장인턴’ ‘티슈인턴’ 푸대접 까지
청년들 정당한 대접받고 일하는 사회 아직 멀어
“적은 보수라도 하고싶은 일 시켜주니 일해” 강요
“그나마 열정페이라도 주면 다행, 돈 요구 업장도”
고용부 “열정페이 근절, 인턴 보호 가이드라인’ 발표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뜨겁게 논쟁이 되고 있는 단어 ‘열정페이’. 최근에는 현실을 비꼰 또 다른 신조어들도 생겼다. 경력이 오래된 인턴을 부장에 빗대어 이루는 말로 여러 업체의 인턴직을 전전하면서 부장만큼이나 경험은 풍부해졌으나 결국 정규직은 되지 못함을 의미하는 ‘부장인턴’. 인턴 후 채용되지 못한 청년들 사이에서 생긴 신조어로 휴지처럼 뽑아쓰고 버린다는 ‘티슈인턴’. 우리사회 청년들의 구직이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취재 1년 그 후 시리즈 2탄으로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치닫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지칭하는 ‘열정페이’가 진화를 거듭중인 2016년 상황을 살펴본다.

패션업계 등 사회 곳곳의 열정페이, 1년 전과 달라진 점?

▲ (사진=뉴시스)

한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편의점의 채용 공고가 1년 전 대한민국 청년층 사이에서 시끌벅적했다.

‘전화로는 시급을 말해주지 않는다’ ‘돈 벌기 위해 편의점 근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그만큼 챙겨드리도록 하겠다’라는 내용의 해당 편의점 채용 공고는 열정을 빌미로 청년들에게 적은 임금을 강요하는 ‘열정페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출현을 해서 가뜩이나 어깨가 무거운 청년층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게 하기에 당연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6년 지금.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열정을 빌미로 청년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열정페이’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열정페이는 그 열정을 페이로 삼으라는 뜻으로 ‘하고 싶은 일을 시켜줬으니 적은 보수에도 만족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을 무급 혹은 저임금 인턴으로 고용하는 관행으로 2014년 유명 의류 업체와 소셜커머스 업체 등 몇몇 기업의 부당한 청년 고용 실태가 보도되면서 이 용어가 부각됐다.

열정페이 사례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열정페이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던 예술계열에서 특히 그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업계의 유명인과 함께 일한다는 이유로 수습과 인턴들에게 최저시급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을 제공하며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다.

또한 열정페이는 국제기구, 국가기관 등 쉽게 직무경험을 하기 어려운 곳이나 사회적 기업, 인권단체 등에서 무급 또는 차비와 같은 최소한의 경비만을 지급하는 인턴을 모집하는 곳에서도 많이 이뤄진다.

“너가 하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일 시켜주는 거니까 좋지?” “돈을 많이는 못주지만 그나마 너 좋아하는 일이니까 참고 일해라”는 등 착취당하는 사회 초년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력만 쌓고 나와 버리는 게 대다수다. 경력 쌓은 걸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고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을 때까지 착취당하다 더 이상 재취업이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불합리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비싼 돈을 들여서 학원다니는 것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받으면서 현장에서 뛰고 직접 경험하며 얻는 것이 더 많다’라는 긍정적인 시선과 ‘인턴의 경우 값진 경험보다는 여러 잡다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도움이 안된다’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대립되기도 하는 등 ‘열정페이’에 대한 시선이 정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인턴, 수습, 교육생 등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역시 열정페이가 논란이 되었던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 커뮤니티에는 한 구인광고가 게재됐다. “일할 공간이 필요한 여자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를 구한다”며 “집에서 일하자니 집중이 안 되고, 사무실을 빌리자니 비싸서 엄두가 안 나는 분에게 사무실 좌석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여한다”고 나온다.

이어 “회사 업무도 일부 도와주면 된다”며 “그 일은 하루 평균 5~10통 전화 응대(월~금, 오전 10시~오후 5시)와 간혹 발생하는 웹디자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적은 페이라도 주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 위 사례처럼 돈을 내면서 일을 하라는 경우는 청년들의 분노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여전히 열정페이가 사회 곳곳에 고착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가장 크게 문제 제기했던 패션디자인 업계 외에 다른 업종들 같은 경우에는 열정페이가 만연해있지만 업계 관행을 개선하기에 실질적인 장치가 부족한 것 같다”며 “일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으기도 어렵고... 문제제기를 한 후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하긴 했어도 실제로 현장에서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기 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노동법 위반 사항에 대해 감독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출발점일 것 같다”며 “매번 근로감독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그런 부분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착취하고 도리어 돈 빼앗는 악덕 업주들

▲ (사진=뉴시스)

지난해 1월 청년유니온은 청년 노동력을 착취하는 디자이너에 대한 투표를 벌여 투표자 111명 가운데 59표를 받은 이상봉 디자이너를 1위에 선정해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2014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상봉 디자인실은 야근수당을 포함해 견습은 10만원, 인턴은 30만원, 정직원은 110만원의 급여로 패션계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소문에 휩싸이며 ‘열정페이’를 강요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어 10월에는 외식·유통·관광 서비스부문 ‘2015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열었다.

청년유니온은 온라인 채용공고, 시장점유 및 고용규모, 당사자 제보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에 근거하여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여 청년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롯데 신동빈 회장’을 ‘2015 청년착취대상’의 수상자로 선정하여 시상식을 진행했다.

청년유니온이 알바몬, 알바천국 등 온라인 채용공고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외식·유통·관광 부문 롯데 계열사 207개 사업체의 일자리 수준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시급은 5907원, 평균 월급은 103만원에 불과했다.

청년유니온은 롯데호텔 레스토랑에서 서비스 종사자로 근무한 청년유니온 조합원 김영 씨가 3개월에 걸쳐 84번의 근로계약서를 매일 작성하며 일하다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루 아침에 해고된 사례를 들며 “롯데는 서비스 종사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불안정한 고용·노동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난 1년간 대학생 등 22명의 청소년들의 임금 5400여만원을 체불한 PC방 업주가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9일 고용노동부 구미지청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경북 구미·칠곡에서 4개 PC방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의 임금을 떼 먹은 한모(34)씨를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한 씨는 주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거나 군대에 입대하기 전 청소년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후, 이들이 학업·취업·군입대 등 시간상 어려움으로 체불임금을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상황을 악용해 근로자들이 퇴직한 후 전화 연락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상습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아르바이트 초기에는 수습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시급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 및 연차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게 등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으면서 근로자가 무단결근, 지각, 퇴사시 임금 포기 또는 삭감에 대한 각서를 사전에 받는 위약 예정 계약을 했다.

김호현 구미지청장은 “열정페이 착취로 인해 청소년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주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최저임금 조차도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수사하여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대책 “청년들이 가고 싶은 일자리 만들기”

▲ (사진=뉴시스)

청년들의 부당한 고용 사례인 ‘열정페이’ 근절을 위해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일경험 수련생 등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인턴 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고용부는 20일 올해 업무계획보고에서 일경험 수련생과 근로자, 교육·훈련과 업무간 구별을 명확화하는 등 부당한 인턴 고용 사례를 방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턴과 상시근로자, 직무 교육·훈련과 실제 업무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해 근무시간 등의 근로조건, 임금 등에서 청년들이 교육이나 실습이라는 명목 하에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월 중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현장 지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면근로계약서의 전자 문서화, 최저임금 제재 강화 등 기초고용질서를 엄정하게 확립하고, ‘청소년 근로권익센터’도 신설,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청년들을 고용할 때 구두로 임금 등의 근로조건을 알리고, 서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미루는 사업장이 많은 현실을 감안했다.

최저임금 이하로 지급하는 등 최저임금법 위반 시 형사처벌 이전에 과태료를 즉시 부과하는 등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현재 최저임금법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청년 40% 이상이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거나 아예 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감안해 청년들의 ‘열정페이’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정규직-비정규직의 노동격차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목표관리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적정 수준에 대한 목표 및 지표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비정규직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고용부의 발표에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인턴보호 가이드라인’가 실용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 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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