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껍 쓴 친부모…‘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이보다 끔찍할 순 없다 ‘천륜마저 져버린 부모’
술 취해 7살 아들 폭행 죽음몰아 시신유기까지
‘인천 11살 여아 학대’ 불거진 장기결석 아동 문제
장기결석 초등생 7명 소재 불분명…경찰 행방 추적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경기 부천서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내 냉동상태로 보관, 유기해 온 부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너무나도 끔찍한 ‘비속살해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온 나라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피해 아동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4년 가까이 장기결석 아동으로서 최근 ‘인천 11살 소녀 학대 사건’을 계기로 진행된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아동의 경우처럼 오랜 기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초등학생이 전국적으로 220명이라고 한다. 이에 경찰은 최근 잇따르는 아동 학대 범죄와 관련해 적극적인 학대뿐 아니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적 방임 행위도 적극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시신훼손 된 채 냉장고서 발견된 장기결석 아동
 

▲ 부천 초등생 아들 최군 시신훼손 사건으로 폭행치사, 사체손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친 아버지 최모(34,왼쪽)씨와 어머니 한모(34)씨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지난 21일 오전 경기 부천시 원미경찰서에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지난 13일 5시께 최모(2012년 당시 7세)군이 다니던 부천 소재 모 지역의 초등학교 측으로부터 “장기결석자가 있으니 소재를 찾아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고를 받고 탐문조사를 벌이던 중 아버지 최모(34)씨와 어머니 한모(34)씨가 최 군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낸 뒤 냉동상태로 보관하다 최근 인천 지인의 집으로 옮긴 사실을 확인, 긴급 체포했다.

최 군의 시신은 이날 오후 3시55분께 인천에 있는 최 씨의 지인의 집 인근에서 수색하던 경찰에게 발견됐다.

이후 경찰은 20일 수사 브리핑을 통해 최 군의 사체 훼손·유기 과정이 아버지 혼자가 아닌 부모가 함께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경찰은 “어머니 한 씨로부터 사건 전날 남편이 아들을 2시간여 폭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를 토대로 아버지 최 씨를 집중 추궁한 결과 폭행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최 씨는 “2012년 10월 초 목욕을 싫어하던 아들을 목욕시키기 위해 욕실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아들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하다 한 달 뒤 사망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부인 한 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를 추궁하자 “평소 밤을 새워 술을 마시는 습관이 있으며 아들이 죽기 전날 밤에도 술을 마셨다”며 “당시 술에 취해 구체적인 행적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때려 아들이 죽었다”며 아들 살인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다.

아들이 목욕 중 넘어진 뒤 한 달이 지나서 사망했다는 최 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경찰은 “최 씨가 최초 주장한 목욕탕 진술과 관련해 최 씨가 2012년 가을 최 군을 강제로 씻기는 과정에서 최 군이 실신할 정도로 폭행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며 이를 토대로 최 군이 2012년 11월 8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아들이 사망하기 전날인 2012년 11월 7일 저녁 안방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뒤 얼굴을 발로 차는 등 2시간여 동안 폭행했다. 최 씨는 평소에도 아들이 거짓말을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시로 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부인 한 씨와 술을 마셨으며, 한 씨는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작은 방에서 일찍 잠을 청했다. 한 씨는 홀로 밤새 술을 마신 뒤 다음 날 오전 낮잠을 잤다.

하지만 낮잠을 깬 8일 오후 5시께 최 씨는 거실 컴퓨터 앞에 있는 아들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발견해 부인에게 전화했으며, 이를 듣고 회사를 조퇴한 부인이 집에 도착한 5시 30분께 최 군은 이미 사망해 있었다.

아들이 죽자 한 씨는 곧바로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으며, 다음 날인 9일 오후 8시 30분께 혼자 집으로 돌아와 최 씨가 아들 시신을 훼손하는 것을 도왔다. 한 씨는 최 씨가 아들 시신을 훼손할 수 있도록 장갑을 주고 시신을 봉지에 넣는 등 시신 훼손·유기에 상당 부분 가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 씨가 치킨배달을 시켜 남편 최 씨와 함께 먹은 사실이 경찰의 카드사용 기록 조사와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 시신을 훼손한 뒤 아내에게 시신 일부를 외부에 버리라고 했지만 그럴 경우 자신들의 신분과 범행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한 씨에 대해 사체훼손 및 유기 혐의를 추가키로 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식 부검 결과도 통보받았다. 부검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 군의 두피와 얼굴 피부 등에 외력이 작용한 점은 인정되나 뇌출혈 또는 머리뼈 골절 등 사망에 직접적으로 이를 손상은 없었다. 또한 특기할 만한 약물과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과수는 “다만 흉부와 복부 장기 및 피부 연조직이 없는 상태여서 이들 부위에 손상이 있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 씨 폭행이 있은 뒤 최 군이 다음 날 사망하기까지 시간 차이가 있어 최 씨 폭행에 의해 아들 최 군이 사망했다는 직접적인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는 한편 폭행 이유·횟수·지속시간·사후 잔인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한 점 등을 종합해 최 씨 부부에 대해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 2012년 최 군이 다니던 초등학교로부터 최 군의 장기결석 사실 요청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해당 주민센터 공무원들을 상대로 직무유기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위험 속 장기결석 아이들…아동학대로 이어져

▲ (사진=뉴시스)

아버지와 계모 등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하다 탈출한 11살 여아 A양이 지난해 말 크게 이슈가 됐다. A양은 2년 넘게 부모의 방치 속에 학교에 나가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는 이 하나 없었다.

A양의 아버지 B씨(32)는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상태로 동거녀 C씨, C씨의 친구 D씨와 함께 2013년 가을부터 올해 12월까지 인천 연수구 내 주거지에서 2년 넘게 A양을 감금하고 세탁실, 욕실 등에서 손, 발, 옷걸이, 쇠봉 등을 이용해 폭행했다.

이에 A양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로 생존을 위해 주택 2층 창문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으며 가게에서 과자를 훔치다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양은 영양부족에 의한 빈혈과 간염, 늑골골절과 전신 타박상이 발견됐으며 급성 스트레스 반응과 과잉 불안장애를 보이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경찰청은 교육부의 장기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했다. 이에 지난 21일 현재 소재불명 및 학대의심 신고 68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현재 어디에 있는지 행방이 묘연한 아동은 7명인 것으로 집계돼 경찰이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행방불명 장기결석 아동의 지역 및 담당 경찰서는 경남 창원중부서(2명), 충남 서산서(2명), 경남 마산중부서, 경남 고성서, 경남 진해서 등으로 경남 지역에 몰려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사흘 전에 소재가 불분명했던 아동은 모두 어디 있는지 확인했는데 교육부의 전수조사가 매일 진행되면서 소재불명 신고도 추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68건 중 15명은 교육적 방임 등 학대를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경찰이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에는 숨진 뒤 아버지에 의해 시신이 훼손된 부천의 초등학생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46명은 교육적 방임을 포함해 학대 우려가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 이들 아동은 대안교육을 충실히 받는 경우, 유학이나 이민을 간 경우,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학교에 가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 등으로 확인됐다.

경찰, 학교전담경찰관 투입 등 점검에 나설 예정

▲ (사진=뉴시스)

경찰은 장기결석 아동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 21일부터 교육부 합동점검에서 취학독려 처분을 받은 장기결석 아동들에 대해 학교전담경찰관을 투입, 확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교육적 방임은 0세에서 17세까지의 미성년자가 정당한 교육적 혜택을 받는 것을 방해하는 일체의 사회적 억압 구조를 의미한다. 이에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아동의 무단결석을 방치하는 행위 등도 포함된다.

이에 경찰은 교육부 합동점검에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외국 이민을 갔거나 대안교육을 받는 중도 아니라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아동 84명을 대상으로 점검에 나선다.

이번 조사의 목적은 해당 아동을 학교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직접 해당 아동의 가정을 방문하고,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자치단체와 협의 후 지원을 하거나 수사 착수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 배치된 학교전담 경찰관은 1054명이다. 이중 취학독려 처분을 받은 84명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학교전담 경찰관이 우선적으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지휘부 회의를 열고 “당분간 학교전담경찰관이 장기결석아동 등에 대한 다각적 접촉을 통해 ‘교육적 방임’ 여부 조사 등 아동학대 업무를 겸임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강 청장은 미취학 아동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장기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적 방임’도 아동학대 중 하나라며 근절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강 청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기존의 신체·정신적 학대에서 나아가 교육적 방임에 대해서도 범죄적 관점에서 엄정하게 점검해나갈 계획”이라며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초기 단계부터 범죄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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