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삼화타워 SK텔레콤 러닝센터에서 열린 SK의 CJ헬로비전 인수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용철 SK텔레콤 PR실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진혁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놓고 3개 통신서비스업체의 진흙탕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케이블 방송 시장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를 발판으로 이동통신과 유선시장까지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며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KT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독과점 여부를 둘러싼 이통사간의 대립은 반박과 재반박이 반복되며 점차 격한 발언들이 오고가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CJ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통신3사간의 불편한 관계가 본격화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부터 정부의 인수합병 인가를 신청하면서 3사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댔다. 현재 정부는 SK텔레콤의 인수건에 대해 심사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기간동안 LG유플러스와 KT는 적극 반대해 인수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배경에는 통시신장의 점유율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케이블 방송 시장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통신 독과점이 심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5일 오후 2시30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14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계획을 비판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임헌문 KT 사장은 지난해 말 SK텔레콤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은 더욱 편하게 땅 짚고 헤엄치겠다는 격”이라며 “1위 통신 사업자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고, 통신은 규제산업이니 정부가 합병을 허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15일 경쟁업체들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SK텔레콤은 ▲유료방송 요금은 정부가 결정하는만큼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더라도 요금 인상은 없으며 ▲KT망을 사용하는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를 강제로 뺏는다는 것은 비용과 절차면에서 어렵고 ▲결합상품 점유율이 인수합병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또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후에도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1위는 여전히 KT이고, 최근 3년간 이동전화와 유료방송 결합상품 가입자가 많이 증가한 곳은 LG유플러스”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긴급 기자간담회가 끝나자 LG유플러스는 약 4시간 뒤에 반박 입장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은 매출을 기준으로 삼는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알뜰폰 매출을 흡수하게 된다”며 “SK텔레콤의 점유율은 50%가 넘게 되어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는 또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통합방송법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입법 취지에 따라 유료방송 사업자의 케이블 사업자 소유 겸영은 위법”이라며 “상식적으로도 통합방송법이 확정된 후 인수합병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서는 KT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임헌문 KT 사장은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KT 기자단 송년회에서 ‘자기기인(自欺欺人·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이라는 사자성어까지 동원해가며 SK텔레콤을 비판했다.

임 사장은 “SK텔레콤은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깨고 말았다”며 “자기도 믿지 못하는 말과 행동으로 정부와 업계, 국민을 속이려는 행태가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들 통신서비스업체는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기 위해 용역 보고서를 펴내고, 학술대회도 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이지만 SK텔레콤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학술대회의 경우 KT와 LG유플러스가 후원하는 행사에는 SK텔레콤이 불참하고, SK텔레콤에 우호적인 학회에는 KT와 LG유플러스가 빠지는 모양새가 반복돼 눈총을 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CJ헬로비전 이슈를 비롯해 이동통신 연구를 의뢰하고 싶어도 이통3사 입김에서 자유로운 학자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서비스업계에 10년 정도 근무했는데 지금은 마치 막장으로 치닫는 느낌”이라며 “경쟁사에 대한 비난 수위가 도를 넘은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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