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대표]우리사회의 환경이 과거 수직적 패턴에서 수평적 패러다임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 전환기에서 다양한 갈등과 대립이 야기되고 있다. 수평성은 선진사회의 기초이며 인간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의 기본 틀이다.

새해 들어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직 개방과 민간기업 근무를 포함, 민·관 쌍방향 교류를 새롭게 확대 실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내용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02년 민간근무휴직제도를 도입하여 공직과 기업의 상호 소통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지만 소기의 성과가 미흡하여 제도를 중단시켰던 바 있다. 국가 정책수립의 주체와 국가 경제기반의 주축이 되는 산업현장과의 실질적 · 정서적 괴리를 해소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일부 부작용이 노출되어 혁신제도를 접은 것이다.

다양한 국가 정책에서 제도의 수립 시 정책적이나 정치적으로 합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 제도가 시행되는 일선 실행자들과 공감대를 통한 충실성이 담보되어야한다. 이것은 바로 ‘문화적 바탕’, 곧 문화마인드와 민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민관이 갑을의 관계로 설정되어 있는 한 어떤 정책이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민관이 대등한 공동체적 인식과 자세를 갖고 있을수록 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크게 마련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민관간의 위상이 갑을의 관계로 고착되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풍토다. 그것은 공복이라 불리는 관료사회가 갖는 여러 가지 신분과 복지의 보장성에 비해 민간영역에서는 정부가 창안해내는 다양한 정책제도에도 불구하고 고용불안과 사회적 안정성이 확신감을 주지 못하는 면도 작용된다 할 수 있다.

안정된 공무원 선호하는 심리 팽배

그래서 하위직의 공무원 임용시험이 수 천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심지어 연봉이 훨씬 많은 대기업을 마다하고 새롭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풍조까지 나타났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가늘고 길게다. 이러한 세태는 우리 사회가 IMF를 겪었던 1990년대 후반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고용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속에서 아직까지는 민간 분야에 불어 닥치는 냉엄한 현실의 체감이 덜한 공직을 희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산업 역군들이 공직을 원하는 철학의 문제다. 민간 분야의 살벌한 경쟁력의 무게를 피해 공직을 선호하는 세태는 잠재적으로 국가경쟁력의 정체를 가져올 수가 있다. 또 문제는 국가간의 경계를 뛰어 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민간 분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상대적으로 공직사회가 무난한 안식처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국가 정책이나 사회적 풍향에 있다.

지식 정보가 경제적 자산의 시대

사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공직사회에도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그리고 앞으로 민간 분야와 같이 과거 공직사회의 수식어처럼 붙어 다녔던 무사안일이니 복지부동이니 하는 구태의연한 자세를 벗어던지고 경계를 허문 전방위 협력과 경쟁의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도 인사혁신을 위한 주무부처가 설치되어 다양한 인사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능력과 조직의 역량을 갖춰나가고 있다.

여기에 외형적인 방안도 중요하지만 민관이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화적 혁신도 중요하다. 분명 21세기 실용적인 지식과 정보가 곧 자산과 경제력이 되는 첨예한 환경에서 단임 순환 보직체계의 공직사회는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제약된 환경은 공직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별 학습과 정보력, 그리고 벤치마킹을 통한 전략수립과 사업 발굴의 기초가 되는 ‘통합된 다양성(integrated diversity)'의 부재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선진 제도의 문화적 접근이 절실

민간분야와 공직사회의 현격한 이원화를 야기한 것은 전반적으로 정부 정책을 수립 시 문화적 마인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즉 관료들의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민간 부문의 정책연구자들이 외국의 제도를 지식으로만 도입을 했지 벤치마킹을 한 그 제도가 효과를 거둔 문화적 토양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나 반영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공직선호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워크아웃, 그리고 공공 부문의 혁신기획단 등과 같이 많은 제도들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인 제너널 일렉트릭(GE)의 경영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한 혁신적 제도들은 우리와 달리 긍정적인 방향성을 우선 시 한 것이다.

이러한 훌륭한 모범 경영사례들을 국가 제도로 도입하는 데에는 성공을 하였지만, 중요한 것은 그 제도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선진 국가나 기업의 문화적 환경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선진 제도들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역작용을 초래하는 것은 한마디로 제도의 문화적 접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직사회는 국가의 기간을 이루기 때문에 누구 보다 더욱 문화적 집단이어야 한다. 문화적이라고 하는 것은 곧 평등성, 배려성, 자율성, 책임성, 전문성, 상호성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정책의 리더그룹으로서 어떻게 보면 더 수준 높은 경쟁력과 문화 마인드가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leeingweon@hanmail.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로 활동하며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수 모범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 예술경영자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았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한 전문 예술경영인이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現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맹 활약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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