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했다가 돌아온 딸에게 5시간 가량 폭행

‘기도하면 다시 살아날 것’ 종교적 신념으로 11개월 방치
“하룻밤만 재워달라” 도움 청하던 C양, 결국 부모 손에 살해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경기도 부천에서 한 여중생이 목사인 아버지와 계모의 폭행으로 사망한지 11개월여 만에 발견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과 비슷하게 아동 학대 뿐 아니라 주변의 무관심이 부른 참극으로 드러났다.

막내딸 때려 숨지게 한 뒤 방치한 비정한 부모

▲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집안에 방치한 혐의를 받은 목사 A씨(왼쪽)와 계모 B씨가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부천 소사경찰서를 나와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일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는 지난해 실종된 피해자 이모(사망 당시 13살)양의 행방을 찾기 위해 부천시 소사구에 위치한 이 양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불에 덮인 채 백골 상태로 방치된 이 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에는 이불이 덮여 있었고 주위에는 냄새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초와 방향제, 습기제거제 등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이에 경찰은 이 여중생의 아버지인 목사 A(47)씨와 계모 B(40)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이들을 아동복지특례법상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17일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부천 시내 자신의 집 거실에서 가출했다가 돌아온 딸을 5시간에 걸쳐 폭행했다”고 자백하며 “딸이 사망한 당일 훈계를 했고 자고 일어나 보니 죽어 있었다”며 “이불로 덮어놨는데 냄새가 나 방향제를 뿌려두고 집에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체포된 A씨는 경찰조사에서 막내딸의 사망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고 시신을 방안에 장기간 내버려둔 것에 대해서는 ‘기도를 열심히 하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종교적 신념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신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교수이자 목사인 A씨가 이런 허황한 믿음을 가졌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진술의 신빙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4일 경찰은 여중생 C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A씨와 B씨에 대해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또 상습 폭행한 새이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혐의로 각각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숨진 여중생, 담임선생님 등에게 도움 청했지만 외면

▲ 백골 상태의 여중생 시신이 발견된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 주택 앞에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2년부터 A씨는 C양을 계모 B씨의 여동생(새이모) 집에서 살게 하고 자신은 B씨와 단둘이 살았다.

C양을 새이모 집으로 보낸 이유에 대해 A씨는 “재혼 후 같이 살다가 백씨와 갈등을 빚어 나이는 다르지만 딸이 있는 새이모의 집에 머무르는 것이 낫겠다 싶어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이모 집에 머무르던 C양은 지난해 3월 15일쯤 가출을 감행한 뒤 가출 하루 뒤인 3월 16일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선생님은 C양을 타일러 부모에게 넘겼다.

이후 C양에게 부모는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결국 C양은 숨졌다.

이에 C양이 사망하기 하루 전에 찾아간 담임선생님이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와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절차 및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을 규정함으로써 아동을 보호하여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아동학대를 알게 되거나 의심이 될 경우’ 누구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하며 특히 초·중·고교 교사는 신고 의무자이다.

잦은 가출 경험 때문에 단순 미귀가자로 판단

▲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부천 소사경찰서에서 김상득 형사과장이 부천 여중생 변사사건 수사사항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는 자신이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해놓고도 2주일이 지난 지난해 3월 31일 경찰에 가출신고까지 접수하는 뻔뻔하고도 무서운 모습을 보여 충격을 안겨줬다.

A씨의 가출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C양이 다니던 중학교 담임선생님을 면담하고 전국 보호시설과 PC방, 사우나 등을 탐문하면서 여러 조사들을 진행했다. 하지만 C양이 과거에도 잦은 가출을 한 점을 토대로 단순 미귀가자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후 이양의 친구 D양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3번째 면담인 지난달 18일 D양으로부터 “지난해 3월 15일 가출 직후 만났을 때 종아리와 손에 멍자국이 있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제 많이 맞았다”는 진술을 듣고 A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C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과 이번 사건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때려 숨지게 한 뒤 범행을 숨기려고 시신을 훼손하거나 방에 방치하는 등 엽기적인 방법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또 사망한 자녀들이 장기간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더라도 교육 당국과 담당 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탓에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도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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