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대표] 현대인들은 고도 기술문명이 지배하는 하이테크 첨단 환경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운영되는 편의점처럼 24시간 내내 인간들은 첨단 기술에 매여 생활한다. 시간과 장소를 떠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기기에 항상 접속되어 있다.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는 초고속 통신기기는 현대인들의 삶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이전에 어느 통신사의 광고 카피였던 ‘빠름 빠름 빠름’은 우리 사회의 문화체계를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문화가 가장 발달되어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인터넷 통계조사업체인 핑덤닷컴이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세계 50개국의 통계를 낸 적이 있다.

여기에 보면 한국이 16.63Mbit/s(초당 전송하는 데이터량)를 기록해 단연 세계 1위다. 2위를 차지한 홍콩(8.57Mbit/s)보다도 두 배 이상 빠른 수치다. 반면에 세계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12위(4.60Mbit/s), 영국은 17위(3.93Mbit/s)에 올라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지금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말한 대로 물질 만능의 기술오염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대인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들에게 자유를 줄 것으로 여겨졌던 기계문명에 오히려 속박되어 버렸다.

이성보다 감성이 인간생활 지배

이런 형국에서 사람들은 돌파구를 찾아 과거의 향수나 본래의 감성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도 기술사회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잃어져버리는 인간만의 특유한 자질인 감성의 여유를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디지털혁명이 사회를 영원히 변화시킬 것 같았지만 이제는 과거 아날로그의 향수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런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전자제품 기업들이 스마트폰에 첨단기능을 부가한 새로운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지만 소비자들은 전에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에 대한 호기심의 한계점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기계가 해결 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정(情)’이나 ‘맛’과 같은 아날로그식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즉 본연의 인간 감정과 정서를 표출하고자 갈망하고 있으며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깊은 감성(high touch)의 순수 즐길거리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현대인들이 웰빙으로 누룽지, 보리밥, 나물 등과 같은 옛 시절 음식을 찾는 것은 바로 이런 과거의 감성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 맛 자체보다도 그 시대의 추억과 낭만을 말하고 싶은 욕구다.

공유, 소통, 공감의 ‘스토리 쉐어링’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문화산업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일방적인 스토리 만들기가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함께 공유, 소통, 공감하는 사회 공동체적 ‘스토리쉐어링'(story-sharing)의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근래에 한(韓) 스타일 콘텐츠는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이 되었다. 이렇듯 옛 문물이나 음식들이 새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인간 본연의 감성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문화경제학자 기 소르망은 이런 현상을 두고 ‘소비자가 찾는 것은 상품의 물건 자체보다도 당시 문화의 이미지와 느낌’이라고 했다. 정겨움이 담겨 있는 옛날식 물건이나 생산물이 현대인들의 이성보다도 감성을 더 끌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의 상품들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향수(nostalgia signals)와 낭만의 감성적인 이야깃거리가 바로 산업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부(富)가 증대하면 할수록 소비자의 구매결정은 이성적인 것보다도 감성적인 이유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시장구조에서도 스토리의 힘은 소비자의 마음을 열게 하여 매출이 늘어나고, 결국에 시장의 점유율이 높아지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스토리가 담긴 메시지는 가장 효과 있는 광고수단이 되어 강력한 세뇌작용을 하게 된다.

사람을 설득시키는 더욱 더 강한 방법은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감성을 덧입히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가슴에 와 닿는 이야깃거리를 메시지에 담아 던져주는 일이다.

미래는 ‘드림소사이어티’ 시대

이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복합한 가치창출이 창조경제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우리의 전통문화를 콘텐츠화 하는 것도 디지털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기반의 새로운 가치창출도 중요하지만 과거 아날로그 감성의 기존가치를 부가시키는 것도 시대에 부합하는 것일 것이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의 말처럼 앞으로 도래할 사회는 꿈과 감성이 중심이 될 것이다. 지금은 정보화 사회를 지나 그 다음 단계의 드림소사이어티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사회가 되면 과거의 생활문화가 새로운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며, 과거로의 감성탐방(historical slumming)이 미래에는 더욱 인기 높은 산업 분야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산업과 정보화 시대에서 소통의 방식이 ‘텔레커뮤니케이션’이었다면 미래 드림소사이어티에서는 감성과 이미지를 통해 교감하는 ‘싸이커뮤니케이션’(psycommunication) 사회 개념이 될 것이다. 곧 물리적인 환경이 아닌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관을 기초로 ‘싸이컴’ 시대가 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는 가치인 이미지가 중요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개발도 기계적인 요인보다도 감성과 정서 같은 아날로그의 인간적인 요소가 우선 시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과거 인류 문명의 진보를 예측하지 못했듯이 미래 첨단 기술개발의 결과물이 어디까지 이를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 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의 사회문화체계가 감성과 정서의 소통이 주류가 되는 싸이컴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 예술경영자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았다. 또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의 저술과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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