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재 편집국장
[뉴스포스트=이완재 편집국장] 여의도 국회가 필리버스터((filibuster,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으로 준 마비상황이자 교착상태에 빠졌다. 가뜩이나 주요 민생현안 처리에 무책임했던 19대 국회 최악의 오명(汚名) 이미지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 모습이다.

24일과 25일 주요 포털과 언론의 정치면은 온통 필리버스터와 그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야당의원 이름으로 도배 돼 있다. 정치 문외한인 사람조차 이 생경한 외래어 필리버스터라는 정치용어에 시선을 붙들렸다.

필리버스터 정국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대테러방지법 직권상정으로 촉발됐다. 직권상정에 역대 어느 의장보다 인색했던 정 의장은 23일 ‘준전시 상태’를 명분으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 이는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이후 고조되고 있는 남북 군사적 위협 상황에서 내린 정 의장 나름의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장 소속 테러통합대응 설치와 테러기도 지원자로 의심할 만한 자의 정보수집 허가, 테러 선전·선동에 대한 글과 그림 등 상징적 표현 등을 인터넷에 유포시 긴급 삭제 허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이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이유로 정당, 단체, 나아가 각 개인의 사생활 및 비밀들을 수집할 수 있다는데 있다. 여기엔 지난 대선 때 벌어졌던 국정원 댓글 사건과 같은 일이 재현될 수 있다는 국정원에 대한 깊은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현 정권의 태생적 업보이자 한계인 지점이자, 이번 법안이 논쟁으로 비화되고 난항을 겪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당이 법안 자체를 무작정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야당도 현재의 안보 국면을 감안 법안에 대한 인식은 같이하되 다만 그 법을 관리하는 주체는 국가안전처로 하자는 절충안을 견지하고 있다.

여당은 시급을 이유로 충분한 합의과정을 무시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표결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리당략적 수 싸움에 치중 야당과의 협상에서 여유와 유연함을 보이지 못한 건 분명 집권 여당의 실책이다.

결국 여야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대테러방지법은 표결을 앞두고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토론 이라는 편칙으로 국회가 얼룩지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한편에서는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 같은 극한투쟁으로 맞서야하는 것인가 하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야당이 법안 저지를 위해 릴레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수 시간씩 단상에 올라 토론하는 모습이 중계되는 진풍경이 연출되자 국회의 희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야당과 해당 특정 의원은 이를 통해 국민적 관심제고와 소기의 소득을 얻었을지 모르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틀간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례 없는 한 편의 긴 정치쇼에 대한 국민적 이질감은 어느새 피로감으로 바뀌고 있다.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합의의 정치는 없고 저급한 오기와 오만정치만이 가득한 여의도 국회다. 계류중인 선진화법 개정안이 신속히 처리됐더라면 지금같은 국회 교착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까?! 국가안보라는 중차대한 명제 앞에 서툰 정치가 빚은 필리버스터 사태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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