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 설석용 기자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여의도 국회에서는 나흘째 야당 국회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을 정의화 의장이 직권상정한 것에 반발하는 시위다.

테러방지법의 안을 들여다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권한이다.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국정원의 제한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뜻이다. 민간인 사찰 가능성이 더 불거진다는 우려가 야당 의원들을 본회의장 앞에 세운 것이다.

세계 유일의 휴전국가, 남북 분단 국가의 수식어를 가지고 살고 있는 우리에게 테러에 대한 노출은 묻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무한정 정보 수집을 허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3일 정 의장은 테러방지법에 대해 직권상정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108명 전원은 필러버스터 신청서에 찬성 서명을 해 곧바로 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김광진 의원은 5시간 33분을 기록하며 전 김대중 대통령의 5시간 19분 기록을 갱신했다.

놀랍게도 세 번째 주자였던 은수미 의원은 무려 10시간 18분 동안 토론을 펼쳐 종전 신기록(10시간 15분)을 넘겼다. 이때부터 다음 주자로 나서는 의원들은 말 못할 압박감을 느꼈을 거라는 짐작이 된다. 여성 의원이 무려 10시간 이상 토론을 진행한 것에 대해 밀려오는 부담감을 피할 길은 없어 보였다.

야당 의원들의 집단 시위에 새누리당은 1인 피켓 시위로 맞서며 협상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26일 예정됐던 여야 지도부 2+2 회동도 무산됐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생각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이와 더불어 토론 주자로 참여를 신청한 의원들 또한 끝을 보였다. 이들의 주장을 끊임없이 강조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일각에서는 초반에 장시간 토론을 이끌며 강한 인상으로 시작한 필리버스터의 결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난관을 만난 야권은 어떤 출구전략으로 헤쳐 나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야당은 필리버스터 강행군의 종착지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 용두사미식의 행진으로 끝나버린다면 기대 효과를 누렸던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역사적 평가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되돌아보면 필리버스터를 실시해 해당 안건을 해결하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 야당의 의지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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