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첫 대국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한 바둑애호가가 스마트폰과 함께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인간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공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알파고’의 등장과 이번 바둑대전의 충격은 인공지능 산업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새 지평을 열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이와함께 선진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국내 AI 연구개발에 대한 아쉬움과 개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대결 승자는 ‘구글’

실제로 이번 대국이 주목받으면서 AI 관련 시장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이번 대국의 결과와 상관없이 승리자는 ‘구글’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누가 승리를 거머진다고 해도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이 마케팅 효과 및 이득을 얻는게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국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5번의 대국 때마다 쏟아질 관심도를 고려하면 구글의 홍보 효과는 돈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알파고의 승리로 인공지능에 대한 높아진 경계심이 구글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알파고를 탄생시킨 구글의 AI 개발 능력 등 기술 가치도 급상승하게 된다.

또 알파고가 지더라도 구글은 인간의 두뇌에 도전한 AI의 대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

실제로 알파고가 첫 대국에서 세계 바둑의 최강자 이세돌 9단을 꺽으면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도 상승했다. 한국시간 10일 새벽 뉴욕증시에서 알파벳은 전거래일보다 1.66% 오른 725달러 41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대결로 쏟아진 관심은 구글을 넘어서 인공지능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구글과 함께 인공지능 부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의 주가 또한 0.09%, 시가총액 3위 마이크로소프트는 2.3%, 6위 페이스북은 1.49% 각각 올랐다.

인공지능 관련주 들썩, 관련업계 시장성 주목

국내 주식시장도 AI 돌풍 영향권에 들며 관련주가 들썩였다.

이날 오후 2시 48분 기준 지능형 로봇업체인 디에스티로봇은 17.85% 상승한 6940원을 기록중이다.

인공지능의 핵심부품인 마이크로컨트롤러칩 등을 제작하는 에이디칩스는 29.82%까지 급등 2460원까지 치솟았다.

이 밖에도 청소·지능형·유비쿼터스홈·엔터테인먼트 로봇 등을 개발·판매하는 유진로봇(6.19%)을 비롯해 우리기술(10.12%), 디오텍(0.74)등도 인공지능 관련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반도체 및 자율주행 자동차 등 산업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 진화로 사용자의 개입 없이 미리 프로그램된 목적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자율주행차량,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이는 국내 하드웨어 업체들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기술 수준 아직 걸음마

이번 세기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인공지능 산업은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 기술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에 크게 뒤져 분발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 분야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을 비롯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해외의 IT 공룡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AI역량을 매개로 검색엔진, 모바일 OS 등 기존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무인자동차, 로봇, 드론 등의 분야와 AI를 접목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AI시장의 경우 아직 연구개발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데다 체계적인 연구개발 노력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도 많지 않고 분야도 제한적이다. 인력양성 및 기반조성 등 종합적인 육성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게임업체 등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IT 기업과 비교하면 기술 누적 수준이나 투자 규모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글로벌 IT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 대기업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는 아직까지 크지 않다. 이제막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도 인공지능 연구팀을 신설한 수준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연구는 정부 과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AI는 언어 및 시각인지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인지컴퓨팅, 슈퍼컴퓨터 등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 연구수행이 필요한 분야는 연구가 더디다.

IITP 보고서에서 “연구개발 대부분이 단기적이고 결과 중심적이다 보니 기초에 충실하고 장기적인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처럼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올해 대규모 소프트웨어(SW)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육성에 나서기로 했지만 한 발 늦은감이 없지 않다.

미래부는 예산 300억원을 들여 스토리 이해·요약, 공간·감성지능 등 지능형 SW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를 수행할 민간 주도의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께 이런 내용을 포함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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