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20세기 최고의 문화 아이콘으로 세계인을 감동시켰던 걸작 영화 ‘모던 타임즈’가 있다. 산업화에 따른 기계화 시대에 인간이 그 본연의 가치를 찾지 못하며 사회 속 소품이 되어버린 사회상을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기계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는 역설적인 현상을 그린 것이다.

21세기 지금 우리는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AI)과 세기의 바둑대결로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인간과 컴퓨터가 맞대고 지능을 겨룬 것이다. 인간은 그 대국을 보며 누가 이기느냐에 일희일비 했다. 그야말로 세상은 디지털 기술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아날로그적 인류가 디지털적 기계에 완전히 지배되어 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하지만 “똑똑한” 인간은 그들의 지능으로 만들어낸 첨단 디지털 기기에 인간이 종속되어 버리는 “퓨처타임즈“를 만드는 우를 범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우리가 맞고 있는 이 디지털 기술혁명의 시대는 우리사회의 패러다임 전체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디지털 시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상상치 못했던 변혁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 모습과 의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은 ‘네트워크 사회’다. 개인들은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네트워크 속에서 정보와 지식을 생산, 유통, 소비하며 상호 작용을 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 네트워킹은 지구촌 개념을 뛰어 넘어 세계를 동시화(synchronization)시켜 놓아 수백 개의 국가를 하나의 활동공간으로 축소시켜 놓은 것이다.
물론 아무리 디지털 문명이 발달한다 해도 그 주체는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런 만큼 아날로그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감성은 항상 존재하게 되어 있다.

꿈과 감성과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 태동

그래서 이 두 가지 문화가치가 상충하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치관의 혼란이 있는 것은 바로 디지털 문화와 아날로그 문화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과학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아날로그 가치만 있었기에 사회가 통일된 단일 성격을 띠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디지털이 중심 가치가 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아 두 가치관의 병존에 따른 세대 간의 관점과 철학과 시각의 차이가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국가나, 조직이나, 가정이나 갈등의 요소가 도사리고 있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한다 해도 인간은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가치는 계속 남아있게 될 것이다. 디지털화가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력까지 기계화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래학자들은 한결같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 시대를 이어 꿈과 감성과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인간 자체의 아날로그적 요소에 주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술 몰입 시대에 디지털 영향력 갈수록 커

원래 인간은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바로 아날로그적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언제나 기술과 같은 물질적인 것 외에 정신적인 가치가 충족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만족과 확신을 주는 것을 찾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며 갈망하는 경향(anchoring)을 보이게 된다. 과거에의 향수,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이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변화뿐이다. 때문에 다가올 미래에 우리의 삶의 모습이 또 달라질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기술 몰입(technology immersion)의 시대에 디지털의 영향력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는 개인들은 하나의 비트(bit)로 존재한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 이들은 그들만의 공동체로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어젠다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이슈의 방향을 조정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들은 가상공간 속에서 익명성의 이점을 최대로 이용하여 특정 개인과 조직과 사회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거나 조작하기도 한다. 그래서 디지털 권력이 생겨나게 되었다.

네트워크로 구축된 네티즌의 '매스'(mass) 힘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이버 공간의 활동을 통해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이러한 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디지털 권력은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형성되었다.

즉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권력관계 현상을 의미한다. 사실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개인(네트즌) 각각의 힘은 미약하다.

그러나 그들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실시간에 동시적으로 만나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행동에 돌입한다면 정치권력 못지않은 엄청난 파워를 낼 수가 있다.

이제는 각종 선거에서도 네티즌들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바로 디지털 권력의 위세를 말해준다. 다시 말해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유권자들의 ‘넷심’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러한 디지털 권력의 힘은 사회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가지면서 시민운동이 되어 기업이나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하며 사회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시대흐름 속에 우리 사회가 투명해지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디지털 권력이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그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체계를 변화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필자는 독학으로 영어를 독파하여 대학교 시절부터 코리아타임스에 250여 회 영어칼럼을 게재했으며 <영어, 자기 스타일로 도전하라>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등을 저술했다.
전문 예술경영인으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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