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회관에서 열린 제약협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행명 이사장(왼쪽)과 이경호 회장(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최근 해외시장 진출로 약진한 제약업계가 약가제도 개선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다.

국제 가격보다 낮게 책정된 국내 가격이 수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하며 특단의 약가우대 조치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제약협회 "특단의 약가 제도 필요"

17일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서초구 한국제약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신약에 대한 특단의 약가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은 이날 “국내 신약의 해외 수출 애로사항은 가격이다. 국내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적정 수준 가격 보장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해외시장 내 약가는 국내 약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정부가 신약을 대거 약가 인하 품목에 포함시키면서 제약사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정부의 약가 인하로 해외시장 판매가도 낮춰야 해 수출 제약사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제약협회는 신약 개발 기업에 수출 가격 자율 결정권을 부여하거나, 약가인하 단행 시기를 특허만료 때까지 유예하는 조치를 제안했다.

선진제약국에서 취하고 있는 위험분담제 도입을 적극 건의했다.

이 회장은 “독일 등 선진 제약국에서는 글로벌 진출 신약에 대해 위험분담제라는 요소를 가격 산정 기준에 반영한다”며 “100원이 기준 가격인데 150원으로 글로벌에서 가격이 책정되면, 이는 보험등재로 하고 50원의 갭은 리펀드하는 방식으로 보험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약협회는 연구개발(R&D) 관련 세액 공제 항목 확대 등 정책을 글로벌 진출을 위해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회장은 “신약 개발 비용의 80% 이상은 임상비용에서 발생하고, 그 중 전체 51.4%는 임상 3상에서 소요된다”며 세액공제에 포함하는 R&D 범위를 넓힐 것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총 임상 비용 중 30~40%를 차지하는 CRO비용 등에 대해 세액공제를 확대해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는 제약사들에게 R&D투자 촉진의 촉매제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액공제 항목에 임상 3상 및 임상의약품 생산시설 투자비, CRO 비용,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임상 1~3상 비용을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행명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또한 이날 “중소 중견기업도 동물실험 같은 R&D는 한미약품처럼 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에서는 3상의 가치가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인원수를 임상했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가치가 달라진다”며 “3상이 비용의 8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약품 품질관리 개설시설에 대한 새액 공제를 2019년까지 일몰이 연장해달라고도 했다.

단계적 약가우대, 제약계 '불만'

한편, 약가 인하 기조를 보여왔던 정부는 최근 제약 사업 수출 지원을 위해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약가우대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는 임상적 유용성이 기존 약제와 비슷한 국내 개발신약은 약가를 대체약제의 최고가까지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평가기준을 마련해 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대요건은 ▲국내에서 세계 최초 허가를 받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이에 준하는 제약기업이 개발한 경우 ▲국내에서 임상시험(1상 이상) 수행 ▲외국에서 허가 또는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경우(단, 1년간 적용을 유예) 등 4가지다.

이들 요건을 모두 총족하고 약리기전(약물작용기전)이 새로운 계열로서 혁신성이 인정되는 신약의 경우, 대체약제의 최고가 수준까지 약가를 인정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차 방안이 신약 지원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미 국산 신약은 대체약제 최고가격 이하에서 최고가 80% 사이의 약가를 인정받아와 크게 바뀐게 없는데다 일괄약가 인하 실시 이후 비교 대상 약가가 깎여 대체약제 비교에 따른 약가 인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평가기준 뿐만 아니라 혁신신약에 대해서도 혁신가치를 반영하는 약가 산정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장성 강화와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약가제도 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며 추가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국내 R&D 투자확대, 일자리창출, 국민보건향상 등 보건의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약가 산정에 반영키로 했다.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된 국내 개발 신약(혁신신약)은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 협의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6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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