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순천시가 야심하게 개최하는 ‘2016년 항꾼에 즐기는 아고라 순천 페스티벌’이 지난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총 253팀 1180명의 모든 예술장르를 대상으로 한 참가자 오디션을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항꾼’이라는 말은 전라도 방언으로 ‘모두 다함께’라는 뜻이다. 현대에 와서 ‘아고라’는 ‘모든 사람이 소통하는 광장’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고대 그리스 시대 예술적인 관점에서 아고라는 연극을 중심으로 공연물을 위한 특별한 건물이나 공간이 마련될 때까지 무대로 사용되는 장소의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4년째를 맞는 이 아고라 순천 페스티벌이라는 시민예술축제의 정신은 단연 항꾼과 아고라에 담겨져 있다. 한마디로 ‘시민 모두가 함께 하는 예술의 장’을 구현한 것이다.

예술의 행위가 특정한 재능과 고도로 훈련된 아티스트만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정격의 무대 외에 일반 시민은 예술을 향유하는 관객으로서만 문화예술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정형화된 틀을 깨트리는 파격의 축제를 추구했다.

예술의 프로도, 세미프로도, 아마추어도 예술의 행위자(performer)가 될 수 있다는 예술의 평등성, 민주성, 포용성을 녹여낸 하이 콘셉트의 축제다. 곧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들의 예술누리였다.

예술의 추억거리는 인간의 행복 선사

재원의 여건상 모든 신청자들을 다 축제에 수용할 수 없어 오디션의 형식을 취했지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단 몇 분의 심사과정을 거치기 위해 순천시민과 또 이 축제에 참가하려는 역외 신청자들이 혼신을 쏟는 모습이 뭉클할 정도였다.

선정의 결과 여부를 떠나 정격의 무대에 섰다는 그 자체 하나로 참가자들은 이미 예술가의 경지를 느꼈을 것이다. 아마 단 몇 분간의 무대 출연이었지만 그들의 참가는 예술적 추억으로 영원히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갖고 사는 것이다. 여기에 정신적, 정서적 영역에 속하는 예술의 추억거리 이상 더 깊이가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노력이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편이 되는 것이다.

더욱 이채로웠던 것은 노령의 참가자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었다. 한결같이 그분들은 “공연 연습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나이와 달리 모두 활력이 넘치는 인생의 생동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요즘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예술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목도한 것이다.

예술은 작품을 통해 관객과 교감하는 커뮤니케이션 단계인 ‘순수예술’, 예술을 통해 경제적 가치가 실현되는 단계인 ‘상업예술’, 그리고 자기성취를 위한 창의적인 활동단계인 ‘아마추어예술’, 곧 ‘생활예술’로 구분될 수 있다.

순수예술 · 상업예술 · 아마추어예술로 구분

우리는 대부분 예술적 완성도(professional excellence)를 중시하는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예술 자체의 존재를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인 것이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시민 모두가 예술가로 참여할 수 있는 생활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고라 순천 페스티벌은 순천만 국가 정원 관람객 500만 돌파에 따라 원도심과 신도시의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 활성화와 시민과 내방객에 대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두었다.

또한 시민들의 문화예술 참여와 지역 문화 예술인들의 역량 강화와 예술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예술가나 시민이나 모두가 느끼는 ‘행복도시 순천’의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것에 방향을 잡고 있다.

아고라 순천 페스티벌은 4월부터 10월까지 순천의 조례호수공연, 문화의거리,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야시장과 국내외 자매결연지역에서 모든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게 된다.

아고라 순천 페스티벌은 분명 다른 축제와 다른 참신성과 미래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축제를 어떻게 키워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민관협치의 축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팔길이 원칙’이 존중되는 미래 지향 축제 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가 전문가의 창의성과 시민의 참여성이 담보되어야 할 예술축제 조직체의 위상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축제를 포함하여 문화예술의 전문적 과업에 외부적 영향이 지배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그래서 일찍이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공공 분야의 기본으로 하여 이를 철저하게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고라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몰 스텝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너무 도식적이고 학술적인 거창한 계획을 수립한다면 여러 주변 여건상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라는 자세로 매년 하나하나 발전적인 변화를 모색해 나가면 그것이 쌓여 큰 결실로 맺어지는 것이다.

무슨 축제이든 하루아침에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비전은 크게 설정하되 작은 걸음부터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자연생태 환경과 문화예술의 토양 등 다양한 자원을 갖추고 있는 순천이 아고라 축제를 착안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부디 이 특별한 축제가 차별화 되어 시민과 예술가, 지역과 전국, 나아가 글로벌인들이 “항꾼”하는 메가 페스티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필자는 독학으로 영어를 독파하여 대학교 시절부터 코리아타임스에 250여 회 영어칼럼을 게재했으며 <영어, 자기 스타일로 도전하라>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등을 저술했다.
전문 예술경영인으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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