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우리 산업계가 이곳 저곳에서 싸움판이 벌어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둘러싼 통신사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부의 승인 심사가 임박해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 지고 있다. SKT와 이에 맞서는 KT·LG유플러스 연합은 각자 유리한 해석을 앞세워 공청회나 신문광고를 통해 난타전을 벌이는가하면 급기야 최근 직원을 앞세워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도 전쟁 중이다. 이제는 ‘대전’이라 불릴 만큼 과열된 면세점 경쟁이 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다시 재점화됐다.

면세점을 추가 허가를 두고 지난해 신규 집인한 면세사업자와 사업권을 잃은 사업자, 면세사업 진출을 희망하는 사업자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시장 경제 시스템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이같은 경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싸움판이 씁쓸한 이유는 성장을 위한 갈등이 아닌 성장 한계에 봉착한 우리 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이 불거지고 있는 곳을 살펴보면 이미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시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 통신 업계는 내수시장에서 가입자 수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총매출은 전년 대비 약 3.9%(2조3000억원) 하락한 49조5647억원으로 추계돼 사상 처음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유료방송 업계 역시 현상유지조차 어렵다.

벌어들이는 돈은 제자리인데 새로운 시장으로 꼽히는 주파수 경매, 5세대(5G) 통신기술 개발 등에는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결국 주어진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싸움에 더 집중하는 셈이다.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도 옛말이라는게 정설로 통하고 있다.

일본과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의 성장으로 큰 손님인 중국 관광객 수가 뒷걸음치고 있는데다 준비되지 않은 면세점 사업 확장으로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성장을 위한 공정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상은 ‘더 이상 밀리면 죽는다’ 절박함이 싸움에 본질에 가까워 보인다.

문제는 성장을 위한 경쟁이 아닌 뺏어먹기식 싸움이 길어진다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해진다.

올해 초 각 기업들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기극복 대안으로 외쳤다. 결국 소모성 싸움을 멈추는 길은 새로운 시장을 찾고 길을 넓히는 방법 뿐이다.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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