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 가슴에 아로새긴 한 시대 풍미한 작가
독보적인 만화 캐릭터 ‘독고탁’ 탄생시킨 아버지
한국만화박물관, ‘울지 않는 소년, 이상무’展 개최
1980년대 이현세 등장하기 전 최고의 만화가
김광성, 김수용 등 선후배 28명 오마주 추모만화도

▲ 한국만화박물관 1층 로비에 마련된 '울지 않는 소년, 이상무' 전시 모습(사진=뉴스포스트 안옥희 인턴기자)

[뉴스포스트=안옥희 인턴기자] 경기 부천 소재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불세출의 만화가 故 이상무 작가를 추모하는 ‘울지 않는 소년, 이상무’ 전이 한창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14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생전의 작가를 추억하고, 작가의 만화에 대한 열정을 기억하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포스트>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의 생전의 발자취를 뒤따라가 봤다.

이상무 작가는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독보적인 만화 캐릭터 ‘독고탁’을 탄생시킨 아버지로 최근까지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오다 지난 1월 3일 항년 7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특히 작업 중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알려져 많은 독자의 안타까움을 샀다.

불세출 만화가 이상무...야구만화 ‘독고탁’ 최고 인기몰이

▲ 작가의 분신인 '독고탁' 캐릭터가 직접 이상무를 소개하는 새로운 전시 방식으로 친근함을 더했다.(사진=뉴스포스트 안옥희 인턴기자)

1946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1963년 고등학교 재학시절 대구 영남일보의 어린이 지면에 주 1회 네 칸 만화를 연재했다. 이듬해 상경해 박기정, 박기준 화백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만화를 수련했다. 1966년 ‘여학생’에 연재된 ‘노미호와 주리혜’로 데뷔했다. 이때부터 본명 박노철을 두고 ‘이상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상무 작가는 1970~80년대 축구, 야구 등 스포츠 만화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 스포츠만화를 연재해 주목받았다. 특히 1980년대 이현세가 등장하기 전까지 야구만화의 독보적인 존재였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면모를 보이며 등장했던 ‘독고탁’은 완벽하지 않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녀 가족의 가치를 고민하게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당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한국 만화계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된 독고탁은 1971년 작 ‘주근깨’에 처음 등장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1972년 ‘내 이름은 독고탁’ 이후 ‘독고탁의 엄마’, ‘독고탁의 긴 여름’, ‘독고탁의 비밀’ 등 독고탁이 제목에 들어가는 작품이 계속 나왔다. 1974년부터 3년여간 시리즈로 발표한 만화 ‘한국인’은 재일교포, 야구, 일본 등을 소재로 한 만화로 독고탁은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이겨내는 역할을 맡았다.

이어 1976년 ‘소년중앙’에 연재됐던 야구를 소재로 한 보육원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우정의 마운드’에 등장했다. 당대 가족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1978년 작 ‘비둘기 합창’에서 독고탁은 아버지 밑에서 사는 3남 2녀 중 막내아들로 모습을 나타냈다. 이후 1978년 ‘어깨동무’에 연재된 축구만화 ‘울지 않는 소년’, 1981년 야구만화 ‘아홉 개의 빨간 모자’에도 등장했다.

‘독고탁’ 이후의 발자취

▲ 고 이상무 작가가 생전 기증한 유품 중 일부도 확인할 수 있다.(사진=뉴스포스트=안옥희 인턴기자)

야구만화 ‘독고탁’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독고탁 태양을 향해 던져라(1983)’, ‘내 이름은 독고탁(1984)’, ‘독고탁 다시 찾은 마운드(1985)’, ‘독고탁의 비둘기 합창(1987)’ 등 애니메이션도 제작돼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스포츠만화, 가족만화를 그리다가 이후 1988년 골프에 입문한 뒤로 골프애호가로서 최근까지 스포츠신문 등에 골프 교습만화를 연재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는 박물관의 전시·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고이 간직해온 원고 3만332점, 단행본 650점 등 총 3만1000여 점에 달하는 자료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기증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회고전을 열어 추억의 독자들과 조우했다. 최근에는 평소 좋아하던 밴드인 전인권밴드의 신곡 ‘눈눈눈눈’ 뮤직비디오에 담길 만화를 요청받아 22컷을 그려 전달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 중 별세해 전인권밴드의 ‘눈눈눈눈’ 뮤직비디오는 이상무 작가의 유작이 됐다.

생전의 이상무를 만나다...추모전 ‘울지 않는 소년, 이상무’ 展

▲ 선후배 동료 작가들이 고 이상무 작가를 추모하는 공간도 마련돼 눈길을 끈다.(사진=뉴스포스트 안옥희 인턴기자)

이상무 작가를 기리는 이번 추모전시는 ‘독고탁’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어린이들에게는 독고탁의 엉뚱하고 유쾌한 재미를 통해 용서와 화해, 휴머니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로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 ‘독고탁’이 소개하는 이상무 작가
‘울지 않는 소년, 이상무’ 전은 작가의 작품과 작업 도구, 생전 인터뷰 영상 및 사진 등을 통해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코너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인 ‘울지 않는 소년’의 주인공 독고탁이 등장해 ‘독고탁의 아버지’인 작가를 직접 소개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꾸며졌다. 만화를 보지 못했거나 독고탁을 처음 접한 관람객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 작품과 작업 도구 전시
이상무 작가가 기증한 원고, 단행본, 기사 스크랩이 함께 전시 돼 있어 옛날 만화가들의 작업 도구와 방식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선후배들의 추모공간 마련
김광성, 김수용, 여호경, 이정헌, 이충호 작가 등 동료 및 선후배 만화가 28명의 오마주가 담긴 추모 만화도 전시됐다. 추모 만화에는 이상무 작가와의 에피소드나 작가로부터 받은 영향 등이 담겨 이상무 작가가 한국만화계에 남긴 족적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희재 이사장은 “만화라는 도구로 대중문화사에 한 획을 긋고 우리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을 남긴 이상무 작가를 쉽게 보내지 못하는 마음을 이번 전시에 담았다”며 “이번 추모 전시를 통해 이상무 작가를 기리는 것은 물론 앞으로 독자들에게 사랑 받은 작가와 작품을 보존하고 알리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