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재 편집국장
[뉴스포스트=이완재 편집국장] 본보는 지난달 31일 4·13총선을 10여일 앞두고 대학생들 대상의 ‘특집기획 좌담회’를 가졌다. 경희대 스페인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좌담회 주제는 ‘4·13총선 대학생에게 듣다’였다.

좌담회는 건국 이래 최악의 실업난과 헬조선의 희생양으로 살고 있는 요즘 대학생들의 정치관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무엇보다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살아갈듯한 대학생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뜨거운 정치적 욕구를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것은 구태의연한 정치권을 향해 날리는 그들의 카운터펀치이자 아우성이었다.

이번 좌담회를 통해 주목된 것은 정치인을 향한 젊은 대학생들의 강한 불신감이었다. 여야 모두 파벌정치와 계파정치에 함몰 돼 있는 현실에 대한 환멸의 상처는 커 보였다. 3김시대 이후 뿌리뽑히지 않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주의 악습 또한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인식되고 있었다.

권력유지와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듯 한 기성정치인의 정치행태에 좀처럼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도장 찍듯 유권자를 향해 손을 내미는 정치인에게 관심이 꺼진지 오래 돼 보였다.

평소에는 듣지도보지도 못한 ‘진박’이니 ‘비박’이니 ‘친박’ 같은 우쓰꽝스런 정치 신조어에 실소를 날렸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의 심화와 숱한 사회문제의 주범이 곧 정치인이라는 낙인을 찍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 4명 중 1명이 전과자라는 사실에는 적잖은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 말만 번드르하게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만을 남발하는 비양심의 정치인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컸다.

깊은 불신의 골은 결국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아도 ‘그 나물에 그밥’일거라는 당연한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과 환멸 와중에도  4·13총선에 대한 투표 참여 열기는 뜻밖에 뜨거웠다. 어느 선거 때보다 대학사회에 이번 총선 참여를 독려하는 운동까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이 없음에 반감을 갖고 질타만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아서다. 잘못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뜯어고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다. 선거의 혁명, 혁신이란 무릇 청년들의 작고 조용한 움직임에서 태동해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13일 총선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패기 충만한 대학생들의 이 땅을 바꾸려는 소리없는 움직임이 거대한 파도와 산이 되어 발현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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